유승민, TK의 심장을 겨누어야 살 수 있다
유승민, TK의 심장을 겨누어야 살 수 있다
  • 김기대
  • 승인 2017.05.04 0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드온을 닮은 유승민 - 성서 인물로 본 대선 후보(4)

새누리당(지금의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바른 정당을 창당했던 자칭 '바른 보수' 12명이  홍준표의 지지율이 오르자 친정으로 복귀했다. 친정집의 부정 부패가 싫어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쟁기질을 하듯' 구국을 위해 집을 떠난 듯 보였지만 제 버릇 개 못 주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을 입증하듯이, DNA는 속일 수 없다는 생명공학을 확인하듯이 박근혜의 품에 다시 안겼다. 그러나 박근혜의 적자들은 이들을 받아 주지 않아서 선거 운동 과정 종반전에 코미디 한편을 선사했다.

이 과정에서 유승민이 외로움을 토로하며 대선 완주의지를 밝혔다. 유승민이 물론 홍준표보다야 나은 인물이겠지만 그는 박근혜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박근혜를 만들었던 일등공신이다. 새누리당 대표를 하다가 박근혜와 대립하자 '배신자' 이미지만 안고 맥없이 쫓겨났던 인물이다. 계속 지지율이 오르지 않던 그가 택한 승부수는 '주적'논쟁이었다. 그는 TK(대구 경북)의 표심을 의식해 문재인 후보를 향해 '주적'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의 DNA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각종 여론 조사를 보면  유승민은 정의당의 심상정과 더불어 대선 후보 토론을 잘 한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그의 지지율은 바닥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답은 간단하다.  지지자들에게 확신을 주는 리더십의 소유자가 아니라 그냥 공부 잘 한 부잣집 도련님으로만 인식되고 유승민 역시 그 프레임에 얹혀 가려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사춘기시절 잘못한 것이라고는 엄마(박근혜)에게 대들었다가 혼난 것밖에 없는 것 같은 샌님에게 표를 줄 유권자는 없다. 이 부분은 안철수의 고민과 같다.     

유승민이 선거 정국에서 펴낸 자서전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 보면 중학교 때 부산으로 수학여행을 가서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나온다. 책의 내용을 읽지 않고 사진만 보면 수학여행까지 따라간 극성 아버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당시 부산 지법에 근무하고 있던 아버지 유수호 판사가 부산에 수학여행 온 아들을 방문해 함께 찍은 사진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유승민의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 나오는 설명이다.

유승민이 살던 대구와 아버지가 근무하는 부산은 멀지 않은 거리다. 요즘은 출퇴근도 가능한 생활권이지만 당시로서도 출퇴근은 어려워도 주말 부부 생활은 가능한 생활권이었다. 따라서 지난 주말에 만난지 2~3일 밖에 안된 아들을 보러 수학여행 장소를 아버지가 방문했다는 사실은 그 부자의 됨됨이를 보여준다. 가족애가 뛰어나거나 아니면 으스대고 싶었거나 이다. 1970년대 초 사회분위기에서 부장판사가 수학여행지를 방문했을 때 교사들의 반응은 짐작하고 남을 만 하다.

그 경험을 자랑하고 싶은 게 유승민이다. 홍준표가 돼지 발정제를 자랑하고 싶듯이 말이다. 그는 아직도 경북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위스콘신 박사, 아버지 유수호에 갇혀 있다.  아버지 유수호에 대하여 박정희 정권 때 사법파동으로 옷을 벗은 강직한 판사라는 이미지가 덧씌워 있지만 그의 이후 행보를 보면 가히 '철새'에 가깝다. 위키 백과에 나오는 유수호의 생애를 보자.

박정희의 눈밖에 나서 1973년에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하고 이후 변호사로 개업하였다.1978년 12월에 총선을 앞두고 민주공화당 대구 동구·남구에 공천을 신청하였으나 탈락하였다. 그러나 1985년에 민주정의당 대구 중구·서구 지구당위원장에 선출되고 3년 후 제13대 총선에 출마하여 대구 중구에서 당선되었고 다음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1992년에 민주자유당 대통령 후보 경선 파동시 이종찬 진영에 섰다. 그 해 민주자유당을 탈당하고 이종찬이 주도하는 새한국당에 입당하였으나 새한국당이 통일국민당에 흡수되며 최고위원이 되었다. 이후에는 신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활동하다가 1995년에 자유민주연합의 창당에 참여하며 자민련 소속이 되었으나 제15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를 은퇴하였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민련은 전국 50석(비례대표 9석 포함)을 차지했고 대구에서만 8석(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대구에서 2석)을 획득할 정도로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는데 그는 돌연 은퇴한다. 그리고 4년 뒤 유승민은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 원장이 된다. 아들을 보수 본류에 밀어 넣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사사시대의 기드온은 미디안족이 침략할 때 밀을 대놓고 타작하면 또 털리게 되므로 포도주 틀에  몰래 들어가 타작했던 영리한 사람, 즉 남을 속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미디안 족과의 전쟁을 벌이는 지도자로 하나님께 차출된다. 그는 3만명의 지원자 중 300명만을 모아 횃불과 나팔로만 미디안을 공격해서 적을 물리친다. 지금 유승민은 홀홀 단신이나 다름없는 지지자들과 함께 큰 전쟁에 나섰다.

KBS 화면 갈무리

그는 보수의 구체제를 제거하기 위해 앞장 서고 있지만 자신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주변 여건에 기대어 가고 있다. 구체제 바알 신상을 제거하려다가 토호세력들로 인해 위험에 빠졌지만 아버지 요아스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했던 기드온과 비슷하다.

소심한 귀공자 스타일이었던 것도 유승민과 기드온은 비슷하다. 이 귀공자는 차츰 지도자로 커가는 과정에서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너는 수준을 넘어 매번 하나님에게  표징을 요구하는 기드온처럼 제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강한 이미지로 거듭나려고 애쓰고 있다.

작년 총선에서 김문수를 꺾고 대구지역에서 수십년만에 야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부겸은 최근 문재인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구시민들에게 작정하고 쓴 소리를 했다. 도대체 보수 정권으로부터 무슨 혜택을 봤다고 이렇게까지 막무가내 지지를 보내느냐고 말이다. 나아가서 김부겸은 우리(대구 경북) 자녀들을 어떻게 만들려고 이러느냐고 작심발언을 했다. 지금 유승민에게 필요한 것은 고등학교 1년 선배인 김부겸이 쏟아냈던 이런 종류의 발언이다.

인기 팟캐스트인 ‘정봉주의 전국구’ 공동진행자인 최강욱 변호사는 최근 방송에서 대구 경북 지역이 호적상 본적이지만 실제로는 수도권에서 성장한 젊은이들 중에 요즘들어 부모들에게 왜 내 본적이 대구 경북이냐고 항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 경북의 보수성을 부끄러워하는 대구 경북의 2세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여론 조사 전문가들은 홍준표가 대구에서 50%이상 득표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연관 검색어가 ‘돼지 발정제’인 홍준표가 정말 이 정도의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대구 경북 지역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헤어나올 수 없는 나락에 빠져들게 된다. 호남 폄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만들어 놓은 ‘작전’이고, 호남의 야권 몰표는 광주항쟁을 비롯한 저들의 억압에 대한 반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에서 호남은 자신의 지역에서 단물만 빨아 먹었다며 더불어 민주당을 매몰차게 대접했다. 표심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대구 경북지역의 공세적 지역 감정은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국회의원 보선에서 친박의원 김재원을 압도적 표차로 당선시킨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유승민이 정말 보수의 적자를 자처한다면 공략해야 할 부분은 여기다. 어차피 안될 거, 자기 지역 사람들을 향해 “여기서 홍준표의 표가 압도적으로 나오면 우리 대구 경북 지역은 이제 얼굴 못들고 다닙니다!”라고 경고해야 한다. 그래야 유승민의 진심이 인정받게 된다.

70명이나 되는 기드온의 아들들은 아비멜렉 한 명에 의해 처참한 종말을 맞는다. 형제를 죽이고 권력을 차지한 아비멜렉은 다른 이들과 연대하지 못하는 날카로운 가시로 묘사되어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다. 대구 경북은 투표 결과에 따라 가시나무가 되어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 애먼 호남 폄하와 달리 5월 9일 이후 결과에 따라 대구 경북지역을 향한 폄하는 명분을 가질 수 있기에 더욱 불길하다.

유승민이 살아 남으려면 자기의 텃밭을 향해 쓴 소리를 해야 한다. 투표 결과에 따라 우리 고향은  오랜 세월 나락을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대통령은 포기하더라도 정말 보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권자들의 아픈 곳을 직접 도려내려는 강력한 소신 발언이 그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