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소성리 지키는 분들이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
“성주 소성리 지키는 분들이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
  • 지유석
  • 승인 2017.05.05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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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드 배치 막고자 단식농성 중인 원불교 강해윤 교무
강해윤 교무 ⓒ 지유석

지난 달 26일 새벽,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장비 일부가 부지인 경북 성주군 소성리 롯데골프장에 기습 반입되면서 성주 주민들을 비롯해 시민사회 각층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 특히 소성리 주민들과 함께 사드 반대 선봉에 섰던 원불교는 더욱 강경해졌다. 

사드 기습 반입 다음 날인 27일 오후 원불교성주성지비상대책위원회(아래 원불교 비대위)는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 사드철회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단식농성에 참여한 강해윤 교무는 ‘다시 광화문으로 갑니다’는 제하의 호소문을 통해 “고립된 소성리의 아픔을 세상 모든 이들에게 알리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나 앉기로 했다”는 결의를 밝혔다. 

현재 강 교무는 천막농성장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오후 4시면 주한미대사관이 보이는 세종대왕상에서 다른 원불교 교무, 성도 및 시민들과 함께 평화 기원 100배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3일 강 교무가 단식농성 중인 광화문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기자는 지난 해 10월 강 교무와 사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 강 교무는 “원불교는 사드 보다 평화를 주장하고자 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종교가 평화운동에 앞장 서야 한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사드는 어느 면에서도 득이 되지 않는다. 결국 진짜 안보는 평화다. 무기를 내려놓는 게 진짜 안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래는 강 교무와의 일문일답이다. 

-. 오늘(5/3)은 부처님오신날이다. 원불교가 따로 이날을 기념하는지 궁금하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여러모로 뜻 깊은 날인데 원불교 비대위는 길 위에서 단식농성 중이어서다. 성주 현지 주민과 교무들도 2일 밤부터 3일 오전 사이 국방부가 사드 장비를 추가반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감 속에 밤을 보냈다. 어떤 심경으로 부처님오신날을 맞고 있는가?

원불교에서 석가모니는 연원불로 삼는다. 따라서 원불교에서도 석가모니께서 오신 날을 경축한다. 그리고 4월28일이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가 깨달음을 얻은 대각개교절이고 5월5일은 대종사의 탄신일이다. 원불교가 대종사 탄신일을 따로 기념일로 지정하지는 않지만, 이 시기를 봉축기간으로 보낸다. 여느 때 같으면 지역주민과 함께 기념행사를 했을텐데 지금은 정말 민중과 함께 하라는 뜻 같아 별다른 행사 없이 보내고 있다. 참 힘들다. 

강해윤 교무는 사드 장비 기습 반입에 항의하는 의미로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현재 강 교무가 단식 중인 농성장에선 종교인, 시민들의 지지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 지유석

-. 첫 인터뷰 후 6개월의 시간이 지났는데 상황은 더 나빠진 것 같다. 원불교는 줄곧 종단 차원에서 대처해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대오가 흐트러지진 않았나? 

지금 (사드반대) 투쟁은 더욱 구체적이 됐다. 그래서 내부결속은 더욱 확실해졌다. 신도들 중엔 투쟁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분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분들을 제외하고, 출가교역자(성직자)들은 더욱 단단하게 뭉쳤다. 종단 간부들과 은퇴하신 교무님들이 현장에서 봉사활동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헌신의 각오가 더 강해졌다는 느낌이다. 

-. 지금 사드 비용을 두고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들끼리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압박해 미국산 무기를 더 사들이게 하려고 이 문제를 건드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한미 양국 정부의 속셈이 다르다고 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에 배치한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내야 한다’고 했는데, 이건 미국 정부의 속내일 것이다. 트럼프는 철저하게 장사꾼처럼 말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사드를 배치해 달라고 미국에 애걸복걸 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를 비롯해 동맹국과 맺은 국제협약을 제 멋대로 파기하려 한다. 이런 때 우리 정부는 실리를 찾는 외교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일부 세력들이 나라를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었다. 그 짧은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하며 드러내놓고 실리를 챙기는데, 우리만 바보가 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외교가 실종돼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새정부, 집권 초기 사드 문제 매듭지어야 

강해윤 교무가 단식 중인 광화문 천막 농성장. 현재 강 교무가 단식 중인 농성장에선 종교인, 시민들의 지지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 지유석

-. 이제 곧 새정부가 들어선다. 그런데 명확하게 사드 철회 입장을 밝힌 후보는 없어 보인다. 새정부가 사드 배치를 돌이킬 수 있다고 보는가? 

어느 후보가 집권하든 새정부는 일단 진행 중인 일들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즉, 정당한 절차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원불교 - 글쓴이)는 원천무효를 외치고 있다. 설사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새정부는 원점에서 (사드배치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당장 10억 달러를 누가 부담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누가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런 국가중대사를 추진했는지, 혹시 미국과 밀약이 있지는 않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문제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해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드 문제를 그대로 두면 새정부가 집권초반부터 발목 잡힐 수 있다. 그래서 즉각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사드엔 미국과 중국, 남북, 러시아 등 다자간 문제가 얽혀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검토한 상태에서 과연 흔히 하는 말로 국익이 무엇인지 따져야 할 것이다. 국익은 국방, 안보에만 있지 않다고 본다. 경제, 외교 등 제 분야를 합친 뒤 여기서 국익을 생각해야지 국가 안보만 갖고는 살아갈 수 없다.

요약하면 새정부는 3단계, 즉 진행 중인 사드 배치 절차를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를 실시한 뒤 평화체제로 나가는 방안을 고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3일 오후 원불교 교무들과 성도들, 시민들은 주한 미 대사관이 보이는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평화기원 100배 기도를 드렸다. 이들은 매일 기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 지유석
강해윤 교무(왼쪽 등 돌린 이)는 지난 3일 오후 다른 원불교 교무들과 성도들, 시민들과 함께 주한 미 대사관이 보이는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평화기원 100배 기도를 드렸다. 강 교무를 비롯한 교무들은 같은 장소에서 매일 기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 지유석

-. 이런 경우를 가정해 보자.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사드 배치 원점 재검토를 반대할 공산이 크다. 새정부가 미국에 저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계속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인가?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원불교는 핵폐기장 반대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지지자들의 뜻에 반하는 일을 밀어붙였고, 그래서 지지자들은 등을 돌렸다. 이제 (새정부가) 지지자들, 다시 말하면 민중의 힘을 믿고 가라고 주문하고 싶다. 

새정부가 또 다시 노무현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 그러니 민중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헤아려야 한다. 일부 보수세력의 반대에 떨지말고 말이다. 또 미국이 아무리 외교적으로 중요하다고 해도, 우리 국민이 더 중요하다. 

부디 우리 국민이 살 길이 뭔지 고민해줬으면 한다. 지금 하는 식으로 우리 땅 내주고, 돈 내줘가며 미국 지켜주고 일본 군비 증강을 도와줄 일이 있는가? 실리적인 면에서도 일본과 외교적으로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중국과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하고, 남북이 화해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런 게 정치력이라고 본다. 이런 정치력을 발휘해 주었으면 한다. 이 요구는 절대다수 민중의 요구다. 따라서 이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그리고 원불교는 사드 반대 투쟁을 중단할 수 없다.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상황에서 물러날 수 없어서다. 현장에서 경찰에 끌려가고 하면서도 지금까지는 몸으로 막아왔다. 현재 정부에 역할을 해줄 책임자가 없어서다. 그런데 실질적 권한을 가진 새정부가 들어섰는데, 이 문제를 해결 못하고 국민을 내몰아 투쟁하게 만든다면 무엇하러 새정부를 만드는가? 새정부는 사드 문제 재검토라는 우리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참아왔다. 이를 저버리면 누가 집권하든 투쟁할 수밖엔 없다. 

-. 끝으로 3일 새벽 사드 장비가 추가로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성주 현지엔 긴장감이 흘렀다. 이러자 약 800명의 시민이 달려가 현장을 지켰다. 현장을 지키는 주민들, 교무들, 현장 활동가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아울러 성주 상황을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현장을 지키는 분들은 역사의 주인공이다. 여기에 관심 갖고 동참하지 않으면 어떻게 민주주의를 확보할 수 있겠는가? 미국이 우리의 주권을 철저히 짓밟고 있을 때 공권력은 이들에게 봉사했다. 이 광경을 보면 2017년 대한민국 현실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요약하면, 소성리 평화운동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지 않으면 이 나라 주권은 외세에 넘어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드 배치는 새로운 미군기지가 들어선다는 걸 의미한다. (이미 한미 양국은 지난 해 7월부터 사드 부지 규모를 작전기지 수준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 글쓴이) 148만㎡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부지에 새 미군기지가 들어선다? 정말 그대로 둘 수 없다. 국민들이 더 많은 관심 가져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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