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우리를 지켜줄 수 있습니까?"
"진짜 우리를 지켜줄 수 있습니까?"
  • 서상희
  • 승인 2017.05.06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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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보호 교회 운동 - 서류 미비자의 아픔에 동참하다

나는 비종교인이다. 세상의 어느 신도 섬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신전에서도 예의를 갖춰 경배드린다. 교회에서는 기도하고, 절에서는 절을 하며, 이슬람이나 힌두 사원에서는 거기에 맞는 예법에 따라 의식에 참여한다.

2년 전 3주간 인도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인도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신들의 나라였다. 신 중심의 사회여서 정작 사람의 가치는 너무도 하찮게 취급하는 것 같았다. 그 전해에 방문했던 티베트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인구 대다수가 신을 믿고, 행복을 염원하며 자신이 버는 수익의 많은 부분을 신께 받친다는데, 그들의 삶은 참 버거워 보였다.

주변의 종교인들, 특히 기독교인에 대한 느낌이 썩 긍정적이지는 않다. 굳이 'O독'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부패 정권에 야합하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그들이 섬기는 하나님의 정신에 위배되는 짓을 서슴없이 하는 여러 목회자와 교인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탓이다.

기독교에 과연 정의가 살아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던 내게 '분명, 살아있다.'는 증거가 나타났다.

이민자 보호 교회 운동. 뉴욕 교협에서 시작되어 뉴저지와 코네티컷 교협으로 확산됐고, 참여 교회만 해도 90여 개에 이르고 있다. 상상도 못 했다. 교회가, 아니 교협이 나서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서류 미비자의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하겠다고 외치는 것을.

조원태 목사(뉴욕 교협 이민자 보호 대책위원회 위원장)와 통화했다. 그는 "이민단속국 직원을 피해 교회로 도망가면, 진짜 우리를 지켜줄 수 있습니까?"라는 전화를 10여 통 받았다고 한다. 서류 미비자의 두려움은 거의 공포에 가까우리라.

조 목사는 불안에 떠는 이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다. 언제든지 문 활짝 열어 놓고 기다리겠다. 교회가 반드시 여러분을 지켜드리겠다."고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넨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 운동을 반대하는 이들의 비난 전화도 꾸준히 온다는 점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분명한 목회자와 교인들이 "어디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를 하느냐? 세금도 안 내는 사람 쫓아내는 건 당연한데, 왜 방해하느냐?"고 항의한단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민자 보호 교회 운동은 보수나 진보, 또는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운동은 서류 미비자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이며, 우리 같은 이민자에게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회ㆍ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결국, 정의를 지향하는 것이다.

다음 주 9일(화) 오후 7시 후러싱제일교회에서 이민자 보호 교회 1차 화요기도 모임이 열린다. 뉴욕ㆍ뉴저지ㆍ코네티컷 교협이 주최하는 이 모임은 이민단속국 직원이 피난처가 되는 이민자 보호 교회의 목사를 간섭할 수 있는 틈을 발견했는데, 이 틈을 차단하는 법과 시스템에 관해 교육하고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조 목사는 전했다.

이민자 보호 교회 운동을 떠올리면 우선 생각나는 이들이 있다. 후러싱제일교회와 김정호 목사, 그리고 빈상석 목사(뉴욕동양제일교회) 등등.

이 운동의 시초부터 현재까지 모든 모임의 장소를 제공하는 후러싱제일교회. 김 목사와 동 교회 관계자들은 묵묵히 이 운동의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빈 목사가 떠오르는 이유는 지난 3월 초 열렸던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가 한 말 때문이다. 그날 빈 목사는 "한인 사회 모임에 전혀 참석하지 않는데, 이 운동은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아주 소중한 기회여서 기쁘게 참석했다."고 말했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는 사람이 먼저이고,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인간 세상의 울타리여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정의로운 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이라면 이웃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도.

이민자 보호 교회 운동을 발의해서 교회와 관심 있는 이들이 참여할 수 있게 원동력이 되어온 뉴욕ㆍ뉴저지ㆍ코네티컷 교협과 참여 교회 목회자 및 관계자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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