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선거철 표밭! 섬김 받는자?
한국 교회, 선거철 표밭! 섬김 받는자?
  • 김동언
  • 승인 2008.04.15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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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KBS 시사기획 쌈, 한국 교회에 고발 대신 질문을 던지다

대선 기간인 2007년 12월 2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오늘 정말 귀한 손님이 우리와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라고 소개하자 정동영 후보가 성도들에게 동서남북으로 인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음 주일예배에 참석한 이명박 후보는 조 목사의 소개를 받아 인사하고, 동행한 정몽준 의원도 이어서 성도들에게 인사한다. 총선을 사흘 앞둔 4월 6일에는 정동영 의원과 정몽준 의원이 아예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방문, 조용기 목사의 소개를 받아 잇따라 성도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KBS의 시사기획 프로그램 '쌈'은 4월 15일 저녁 10시부터 45분 동안 방송된 '교회, 정치에 길을 묻다' 편에서 한국 교회가 선거철 정치인의 표밭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과 기독당의 모호한 정체성과 향방 없는 정치 활동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 KBS 시사기획 쌈의 한 장면. (KBS 홈페이지 캡처)
'쌈'은 한나라당 유정현 후보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에게 깍듯이 인사하자 주일예배에 성도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얻게 되는 장면도 놓치지 않았다. '쌈'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등을 인터뷰했다.

오정현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일반 사회가 갖는 보편적인 생각과 기독교 정신을 지닌 이명박 대통령이 자라온 삶에 공감한다"며 다소 조심스럽게 말했고, 철저한 반공주의 목사라고 밝힌 김홍도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몇 번 대화를 해보니까, 그분이 정치적인 술수, 가면, 그런 게 없다. 솔직담백한 분이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공산화도 되지 않을 것이고 나라도 크게 부흥 발전할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4년 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취임예배 때 당시 이명박 시장이 참석했던 사실을 알리며, 대선 당시 오정현 목사가 정치적 발언을 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오정현 목사는 "제가 강단에서 정치적 발언을 해서 방향을 잡는 것보다 성숙한 성도들이 자기의 삶의 영역에서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우선순위가 있다"고 답했다.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대형교회 목회자는 대단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고 설교 시간에 표현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지대한 영향을 성도들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며 대형교회 목사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쌈'은 "이른바 사학법 파동을 겪으며 정치권에 불신을 보였던 교계는 신앙관이 뚜렷한 장로 대통령 후보의 출현을 환호했다"며 '한국 교회의 장로 대통령 만들기'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라는 신조어의 한 축에 있는 소망교회에 출석하게 된 때부터 장로가 되고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유력한 인사마저도 고배를 마신 장로 선거 과정도 소개했다.   

'쌈'은  2월 25일 이명박 장로가 취임한 날에 열린 '예수 한국 민족 구원을 위한 특별기도회'에서 이미 개신교 정당의 총선 참여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후 3월 10일에 개최한 기독사랑실천당 지구당 위원장 위촉식에서 전광훈 목사가 "이제 선거는 끝났다. 기독교 유권자 700만 명 중 둘 중 하나만 이 당을 찍어서 300만 표가 되면 우리는 원내 교섭단체 간다"고 한 발언을 영상에 담았다.

또 기독당이 3월 26일 마감 5분을 남겨두고 가까스로 후보 등록을 마친 장면과 3월 27일 기독사랑실천당 출마자 기자회견에서 전광훈 목사가 "기존 정당과 충돌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 원로들의 명령을 따라 지역구에 3명밖에 공천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놓치지 않았다. 이어서 총선 결과 감사예배에서 4년 뒤 재도전을 다짐하는 장면까지 기독사랑실천당을 밀착 취재한 과정을 담아냈다.

마지막엔 동덕여대 손봉호 총장과 교회성장연구소장 홍영기 목사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십자가의 길 순교자의 삶'이라는 곡을 배경 음악으로 깔았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의식에서는 섬겨야 하는 종교가 권력을 향유하는 그런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동덕여대 손봉호 총장)

“기독교와 정치의 관계는 창조적인 긴장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기독교가 정치를 지배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 정치를 통해서 이득을 취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기독교가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은 도덕적인 권위에서 나온다.”(교회성장연구소장 홍영기 목사)

'쌈'은 완곡한 어조로 한국 교회에 질문을 던졌다. 

"고개를 낮출수록 높아진다는 진리를 위해 많은 이들이 지금도 기도를 한다. 정치에서 길을 묻는 교회는 높아지고 있는가, 낮아지고 있는가. 한국 교회는 섬기고 있는가, 섬김을 받고 있는가."

한편, '시사기획 쌈'은 4월 11일 미디어리서치와 함께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종교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를 이날 발표했다. 정당 창당 등 종교계의 정치 참여에 대해 개신교인은 9.1%가 '찬성', 44.5%가 '반대', 43%가 '상관없다'고 답하고, 기타 종교인은 5.6% '찬성', 53.9%가 '반대', 33.5%가 '상관없다'고 응답한 결과를 발표했다.

또 최근 선거에서 종교 지도자의 특정 후보나 정당 지지 발언을 들었다고 답한 개신교인은 31.5%였고, 기타 종교인은 26.4%였다. 이들 개신교인의 27.3%는 선거에서 목회자의 지지발언을 고려한다고 답했다(기타 종교인, 19.1%). 또 종교 지도자의 지지 발언에 대해 개신교인은 46.1%가 '밝혀도 상관없다', 47.7%가 '밝혀서는 안 된다'고 답했고, 기타 종교인은 40.3%가 '밝혀도 상관없다', 49.7%가 '밝혀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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