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최대 패배자, 바로 안철수다
19대 대선 최대 패배자, 바로 안철수다
  • 지유석
  • 승인 2017.05.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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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외치며 구태 답습...경쟁력·기술 모두에서 완패
이번 19대 대선의 최대 패배자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일 것이다. 사진은 지난 해 11월 천안을 찾았을 때 모습 ⓒ 지유석

박근혜씨의 파면으로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선거를 전쟁이나 스포츠 경기처럼 승패로 규정할 수는 없다. 물론 궁극적인 승자와 아무 소득도 거두지 못한 패자가 있을수는 있지만 말이다. 이번 19대 대선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후보는 누구일까? 2위를 차지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일까? 그렇지 않다. 그보다 3위를 차지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이 경우에 속한다. 

19대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안 후보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양강구도를 이룰 것이라 자신했다. 그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4월 중순 안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문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보수 지지층이 안 후보에게 유입되면서 불거졌다. 

보수 지지층은 한동안 구심점을 잃었다. 처음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으로 결집하는가 했지만, 반 전 총장은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대안으로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급부상했으나, 황 대행 역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또 한 번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그런 보수층이 4월 초 안 후보 쪽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안 후보는 이 같은 흐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는 것으로 화답했다. 결과적으로 안 후보의 입장 변화는 독이 됐다. 

당초 안 후보는 지난 해 7월 사드 논란에 대해 성능과 비용, 대중국 관계, 전자파 문제 등을 거론하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국민의당 역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쪽이 사드 배치에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보수 지지층이 흘러 들어가면서 안 후보는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역시 사드 당론 변경 검토에 나섰다. 

안 후보는 입장 변화에 대해 “북한의 5차 핵실험이라는 상황변화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해 9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안 후보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북 제재를 거부한다면 자위적 조치로서 사드 배치에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1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는 “사드 배치 전격 발표 전에 ‘중국의 대북 제재가 중요한데 협조가 부족하면 사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한 스텝을 밟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 후보의 입장은 다소 모호했다. 그러다 보수 지지층이 유입되면서 사드 찬성으로 확실하게 돌아선 것이다. 

호남 지역이 지지기반인 국민의당으로선 안 후보의 입장변화는 자칫 호남 민심을 잃을 위험성이 높았다. 이런 사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본격적인 세결집에 나섰다. 홍 후보는 외연 확장 보다 ’집토끼’부터 단속했다. 자신에게 표를 줄 지지층을 골라 집중 공략했다는 말이다. 홍 후보 스스로 ‘표 안나올 곳은 안간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안보는 보수’라는 인식하는 보수 지지층에겐 안 후보 보다 홍 후보가 더 확실한 선택지였다. 반면 호남 유권자들에겐 안 후보는 불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개표 결과 보수 후보 지지세가 강한 대구 경북지역 유권자들은 홍 후보를 선택했고, 호남 유권자들은 안 후보를 버렸다. 대구와 광주의 투표율만 봐도 그렇다. 홍 후보는 대구에서 45.4%의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안 후보는 15%에 그쳤다. 광주는 더욱 참담하다. 문 대통령이 61.1%의 득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안 후보는 30.1%에 머물렀다. 대구와 광주 모두에서 참패한 것이다. 

네거티브에만 골몰하다 참패 자초 

국민의당이 네거티브에 집중한 것도 화를 키웠다.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을 향해 연일 날을 세웠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문 대통령 아들 문 아무개씨의 취업특혜 의혹,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친척 공기업 특혜 채용 의혹이 대표적이었다. 적어도 네거티브가 성공하려면 1%라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캠프의 네거티브는 대부분 ‘카더라’식의 의혹 부풀리기였고, 그래서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할 때 마다 안 후보에게 역풍이 불었다. 무엇보다 선거 막판 ‘세월호 인양은 문재인에게 갖다 바친 것’이라는 SBS보도를 근거로 공세에 나선 건 가장 큰 패착이었다. 

안 후보는 정치에 입문하면서 새정치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 스스로 새정치를 명확하게 규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수차례 양대 정당의 기득권 체제를 타파하겠다고 외쳤고, 이에 새정치는 기득권 정치의 타파로 이해됐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안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줄서기 정치, 금권 정치, 지역감정 등 기성 정치권의 구태를 답습한 정치에 지나지 않았다. 

사업가로서 안 후보는 성공 모델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의 영역에서 안 후보는 최악이었다. 문 대통령에겐 ‘콘텐츠’에서 밀렸고, 홍 후보에겐 정치 기술에서 완패했다. 정치인 안철수는 실패한 정치인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물론 재기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콘텐츠와 기술 모두를 결여한 안철수의 회생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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