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게 조국의 미래를 묻다(하)
촛불에게 조국의 미래를 묻다(하)
  • 서상희
  • 승인 2017.05.11 0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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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

뉴저지 저지 시티에 거주하는 최진수 씨. 74세의 춘추에도 항상 씩씩하시다. 뉴욕 뉴저지에서 열렸던 촛불집회에 손수 제작한 팻말을 들고 늘 참석해서, 참가자들을 든든하게 만든 진짜 어른이다. 나이를 초월해서 건강하게 청년의 마음으로 사는 그에게 물었다.

“통일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평화적인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통일을 지향하는 대통령이 되어 이 나라를 이끌어가기 바랍니다. 남북이 서로 화해해서 발전을 도모하고 평화를 정착해야만 우리 한민족이 잘살 수 있는 길이 열릴 테니까요.”

젊은 시절 기독교 운동을 비롯한 사회 변혁 운동에 앞장섰던 박세현 씨. 60대임에도 늘 푸르다. 그에게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을 묻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몸에 밴 신중함을 보였다.

“정치인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촛불 민심이 선출한 대통령이므로 촛불 시민이 요구한 내용을 충실히 담아내는 대통령이어야 합니다.

용서와 화해, 화합, 협치는 잘못을 뉘우치고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나 집단과 하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누적된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바랍니다. 특히 4대강 사업 비리, 자원외교 비리, 방위사업 비리 등을 원천적으로 조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합니다.

긴장된 남북의 유일한 창이었던 개성공단을 즉각 복구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합니다. 한반도 문제는 남과 북의 국민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낱낱이 밝혀서 304명을 수장시킨 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 관련자 모두를 처벌해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대통령 임기를 마칠 때까지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

늘 전화 통화로 대화를 나누며 워싱턴 DC와 버지니아 상황을 전해주는 이재수 씨(미주희망연대 사무총장). 그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광장의 촛불 민심이 만들어낸 이번 조기 대선은 촛불 시민 혁명이라고 강조한다.

“촛불 민심은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원합니다. 정치·경제·외교·문화 전반에 걸친 적폐를 정리하고 새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워야 합니다. 우리 국민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정권교체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이제부터 두 눈 부릅뜨고 새로운 정부가 국민의 여망, 광장 촛불의 희망을 잘 지켜나가도록 감시하고 살펴보아야 합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우리의 행동이 지금부터 다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운동의 불모지였던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에서 그 싹을 키워나가는 김기정 씨. ‘미주동포설록’과 ‘캐롤라이나 열린 방송’ 등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그는 촛불 집회를 주도했으며, 세사모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촛불의 마음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우선 적폐청산을 했으면 합니다. 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 특히 지역 간, 청·장년 등 연령 간, 빈부 간, 그리고 성차별을 완화하기 바랍니다.

새 정부가 차별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고, 이것이 동포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봅니다. 한국이 세계의 모범을 보이면 미주 동포들의 삶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뒤늦게 출발해도 무엇이든 잘하니까,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뉴욕 뉴저지 촛불 집회의 숨은 일꾼, 박매헌 씨. 박 씨 부부가 없었더라면 뉴욕 뉴저지 촛불 집회는 한두 번의 행사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는 뉴욕 뉴저지 촛불 집회가 130여 일 동안 8차례에 걸쳐 꾸준히 개최되도록 힘써서, 꺼지지 않는 촛불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운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된 역사 세우기, 즉 왜곡된 역사 청산을 위해서이다.

“부정부패와 적폐청산을 일 순위로 처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부정부패의 원 뿌리는 친일 부역 세력입니다. 가짜가 진짜 주인 행세하면서 진짜인 것처럼 거짓말하고 국민을 우롱해 왔습니다. 이런 세력을 제거하면 적폐청산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그 뿌리가 워낙 깊어서 문 대통령의 임기 안에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모두 조급해하지 말고, 노 대통령 때처럼 하지도 말고, 5년 동안 발판을 닦아 준 후 다음 대선도 잘 치러서, 민주 정권을 이어가면서 적폐를 청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매헌 씨는 앞으로 ‘얼굴 두껍게 문재인을 묻지 말고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 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코네티컷에 거주하는 존 박 씨. 그는 몇 시간씩 운전해서 뉴욕 뉴저지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

“사회 시스템과 인식 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새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적폐청산을 이루어서 상식이 통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바랍니다. 또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나라를 이루어 주십시오.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 주십시오.

우편 투표제 도입과 국적 신고제를 포함한 병역법 개정 등을 통해 재외 국민의 삶에도 귀 기울여 주십시오. 병역을 기피하려는 자를 막으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재외 국민을 구제하는 법안 마련에 힘 써주시길 바랍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촛불 집회에서 사회를 봤던 주승섭 씨. 주 씨는 이번 학기에 컬럼비아 대학원 심리상담학과를 마치고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

“다수의 마음을 대변하는 새 대통령은 그를 지지해준 다수를 설득해서 소수자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 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노동자 보호법 개정,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개정 등에 힘을 써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국군통수권자로서 육군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 소수자 색출을 속히 중단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기 바랍니다.”

문재인 제19대 대통령은 첫 일성으로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 위해 함께 하신 위대한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입니다.”라며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과 염원, 절대로 잊지 않고, 국민만 보고 바른길로 가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우리 모두의 소망대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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