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약속대로 남북관계 주도권 행사하라
새정부, 약속대로 남북관계 주도권 행사하라
  • 지유석
  • 승인 2017.05.11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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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상황 감안해 볼 때 역할 범위 넓어...훈풍 가져다주길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차례다. 사진은 지난 달 24일 당시 후보였던 문 대통령의 천안 집중 유세. ⓒ 지유석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사에서 밝힌 입장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남북관계는 파탄지경에 빠졌다. 더구나 박근혜 정권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을 강행하면서 중국 등 주변국 관계까지 경색된 상황이다. 따라서 새정부는 남북관계에 화해의 훈풍을 가져오고,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그러나 주변 상황은 새정부에게 유리하다고 본다. 먼저 미국의 처지를 살펴보자. 트럼프 미 행정부는 내홍에 휩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9일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했다. 코미 국장은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해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과거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수사하던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한 일에 견주어 트럼프판 워터게이트가 되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 민주당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의 유착관계를 수사할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에 호의적이지 않다. 

한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방어해야 할 처지가 됐다. 코미 국장의 해임이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태의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달 미 항공모함 칼 빈슨호를 한반도에 보내 군사적 긴장을 한껏 끌어올렸음을 감안해 본다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중국은 내심 차기 정권과의 대화를 원하는 눈치였다. 이에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례적으로 먼저 전화를 걸었다. 중국 국가주석이 새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건 건 처음있는 일이었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한국의 새 정부와 중국의 중대한 우려를 중시하고, 실제적인 행동을 통해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도 “사드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여나가자. 사드·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사단을 이른 시일 내에 중국에 별도로 파견하겠다”고 답했다. 

보수정권의 대결정책, 안보 위기만 불러와 

주변국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하다 하더라도 북한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북한이 적극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모처럼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여건은 마련돼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은 당장의 정치적 위기를 피해가야 하는 처지이고, 중국은 새정부에게 적극 손내밀고 있어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북한과 대결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미국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탓에 한국은 남북문제 해결에서 당사자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미-중 등 강대국들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공약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도해서 북한의 ‘선 행동론’ 대신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의 동시 행동을 이끌어내겠다”, “‘중국 역할론’에 기댈 것이 아니라 ‘한국 역할론’을 실천적 전략으로 삼아 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며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정부가 감당해야 할 과제는 녹록치 않다. 남북관계 개선과 이를 통한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내오면서 대결 일변도의 대북 정책은 오히려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경험했다. 그 어떤 주변 여건 하에서도 남북 사이에 화해의 물꼬를 트는 일은 생존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더구나 관련 이해당사국인 미-중의 입장은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할 여지를 넓게 해준다. 

부디 새정부가 지난 9년 동안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봄바람을 전해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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