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현재 자랑스러운 우리가 있다
2017년 현재 자랑스러운 우리가 있다
  • 서상희
  • 승인 2017.05.12 0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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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처럼 우리를 이야기 하리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염원이 모여 이루어낸 쾌거이다. (이재수 미주희망연대 사무총장 제공)

내 삶의 스트레스의 원인은 정치라는 음모론자 김어준의 말이 맞았다. 단지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인데, 오늘의 햇살은 어제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참 지난한 세월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이 그러했고, 작년 10월 말부터 시작돼 무능하고 이기적인 대통령을 탄핵한 평화롭고 자랑스러운 촛불들의 함성에 이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가 서로 달라 이전투구를 벌인 민주당 경선과 대통령 선거 과정이 그러했다.

재외 국민 59%의 지지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우리는 마침내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루어냈다. ‘그 이후로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마무리되는 동화 속 세상이라면 더 행복했을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자 기억하는 동물이다. 반추하고 복기하는 멋진 장치를 가진 유일한 동물일 것이다. 매서운 한파 속에서 조국의 민주주의를 바라는 자발적이고 선량한 시민들의 참여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기쁨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뉴욕에서는 총 여덟 차례 촛불 집회가 열렸다. 나는 5번째 촛불 집회까지는 자발적 시민으로, 나머지는 시민 겸 기자로 참석했다.

시민으로 참여했을 때는 누가 집회를 이끄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쌓였던 울분의 당연한 표출이었고, 한국에서처럼 뉴욕 한인 사회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연합으로 집회가 이루어지리라 단순히 생각했다. 주최 측 명칭도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뉴욕 뉴저지 동포들’이었으므로.

클레어 박 씨. 박매헌 씨(촛불에게 조국의 미래를 묻다(하) 참조)와 부부로 이들 부부는 촛불 집회의 숨은 일꾼이었다. 집회 순서에서 인물 섭외, 조명, 음향, 마이크 등 처음부터 끝까지 이들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집회는 없었다. 이들 부부가 속해 있는 희망세상 뉴욕모임(대표 최관호)은 촛불 집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단체였다.

박세현 씨를 비롯한 뉴저지에 거주하는 자발적인 시민들(정확한 명칭도 단체도 아니다.) 뉴욕 일간지에 박근혜 탄핵과 민주주의 회복의 당위성을 밝힌 광고를 게재하고 뉴저지에서 촛불 집회가 열리도록 많이 애썼다.

이영재 씨(해병대 342기). 해병대 복장으로 집회에 참석해 주위를 놀라게 했으나 알고 보니, 수구 보수 세력의 꼭두각시 역할을 거부한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었다. 몇 시간씩 운전해서 집회에 참석한 필라델피아의 김상균 씨 가족을 포함해 뉴욕 뉴저지와 인근 지역에서 참여한 모든 이들.

김영인·김동환 씨 등 대학(원)생과 전송이·이지혜·장영 씨를 비롯해 재능 기부로 집회를 풍성하게 만든 예술인 등.

다들 참 고생 많이 했다.

이외에도 많은 분이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이름이 기억되지 않았다고 섭섭해하지 마시라. 철 지난 유행가 가사처럼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동시대와 공간을 사는 많은 사람이 분연히 떨쳐 일어나 이루어낸 성과로 분명 기억될 터이니.

아마도 지금쯤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우쭐대며 숟가락 얹으려는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아니 이곳 뉴욕과 미 전역에서도 마치 무슨 왕조를 창출한 양, 피 터지게(?) 논공행상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시라.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로 대변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염원으로 이루어낸 쾌거라는 사실을.

민중가요 가운데 제목은 물론 앞뒤 가사는 다 잊었지만, 가끔 떠올려져서 나도 모르게 읊조리는 부분이 있다.

“우리의 후손들이 태어난 후에 전설처럼 우리를 이야기하리라.”

사회 변혁 운동 도중에,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서, 나와 이웃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후손을 위해 쓰러져간 많은 사람 가운데 2017년 현재의 자랑스러운 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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