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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러시아 유착 의혹 때문에 떠 오른 이 영화리뷰] 러시아 커넥션 예언한 폴 그린그래스의 <본 슈프리머시>
폴 그린그래스가 연출하고 맷 데이먼이 주연한 첩보 액션 영화 <본 슈프리머시>. 이 영화는 러시아 커넥션을 그린다. ⓒ 유니버셜코리아

미 중앙정보부(CIA) 요원 제이슨 본이 잃었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본 시리즈> 3부작은 첩보 액션 영화의 고전이다. 사실 덕 라이만이 연출한 1편 <본 아이덴티티>는 평범한 액션에 불과했다. 2편 <본 슈프리머시>부터 <블러디 선데이>를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가 합류하면서 주제의식이 훨씬 심오해졌다. 폴 그린그래스는 다큐멘터리 기법을 동원해 CIA의 내부 부패(<본 슈프리머시>), 그리고 CIA가 구축한 가공할 감시체계(<본 얼티메이텀>)을 잇달아 고발한다. 폴 그린그래스의 연출은 제이슨 본 역을 맡은 배우 맷 데이먼의 지성적인 외모와 잘 어우러지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최근 <본 슈프리머시>를 다시 꺼내봤다. 이 영화를 왜 다시 꺼내 보게 됐는지는 중간에 적으려 한다. 제이슨 본과 연인 마리(프랑카 포텐테)는 인도에서 지낸다. 매일 밤 제이슨 본은 완전히 되찾지 못한 기억 때문에 악몽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러시아 억양을 구사하는 외지인이 자신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본은 자신의 정체가 탄로났음을 직감한다. 그래서 마리와 함께 거처를 옮기려 했지만, 결국 본 혼자만 살아남는다. 혼자 남은 본은 마리를 살해한 자들을 찾아 간다. 

마리의 살해 배후는 애봇 CIA국장이었다. 애봇은 수년간 CIA의 자금을 횡령했다. 그는 횡령한 자금을 러시아 석유재벌에게 넘긴다. 러시아 석유재벌은 애봇에게 건네 받은 자금으로 유전을 개발하고, 애봇은 그 이익을 챙겨왔다. CIA 내부 감찰관 파멜라 랜디는 횡령의 단서를 잡고 추적을 시작한다. 이러자 애봇이 음모를 꾸며 과거 자신의 부하였던 콘크린과 제이슨 본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운 것이다. 

폴 그린그래스는 핸드헬드 카메라를 즐겨 사용했다. 핸드헬드 카메라의 움직임은 제이슨 본의 불안한 내면과 CIA의 추악한 비리를 제대로 담아 낸다. 그리고 이 영화가 그린 CIA와 러시아 석유재벌의 유착 의혹은 무척 흥미롭다. 

영화 속 러시아 커넥션, 현실로 드러나나?

이 지점에서 <본 슈프리머시>를 다시 꺼내 본 이유를 적어야겠다. 지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선 당시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의혹의 핵심은 러시아 해킹팀이 2016년 미 대선 기간 내내 반복적으로 민주당 힐러리 후보를 난처하게 만든 정보들을 유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 해 12월 CIA의 비밀 내사결과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즉각 부인했다. 그러나 그가 러시아와 모종의 유착관계를 맺고 있다고 의심할 일들은 계속 이어졌다. 공직경험이라곤 없는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일이 그렇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거대 석유회사인 엑손 모바일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러시아와 관계가 돈독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올해 2월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으로 사임했다. 3월엔 미 상원이 러시아 커넥션에 대해 초당적이고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4월 들어 다소 잠잠하던 러시아 커넥션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 9일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코미 국장은 러시아 커넥션을 수사 중이었고, 따라서 트럼프의 해임 조치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간단명료한 어조로 “그가 일을 잘 못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상황은 트럼프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번 일을 지난 1973년 당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수사하던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한 사태에 빗대어 “코미 국장은 트럼프의 대통령 임기에 잠재적인 위험을 가할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미 하원과 시민들은 러시아 커넥션을 수사할 독립적인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여러 모로 <본 슈프리머시>와 닮은 꼴이다. 아직은 의혹단계라서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근거는 충분하다. 미국의 외교를 책임지는 국무장관이 러시아와 유대가 돈독하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더구나 그는 거대 석유회사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또 러시아 커넥션 때문에 한 명의 고위 각료가 낙마했고, 미 연방수사국 국장이 옷을 벗었다. 

정말 <본 슈프리머시> 처럼 미국의 돈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갔고, 이에 러시아가 자신들의 이해를 지켜줄 정부의 탄생을 도왔다면? 아마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백악관을 나서는 두 번째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폴 그린그래스의 <본 슈프리머시>는 예언자적인 작품이다. 

지유석  luke.wyclif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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