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 유린 문제로 다가가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 유린 문제로 다가가야 한다”
  • 서상희
  • 승인 2017.05.17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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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저 '할머니, 우리가 동행할게요'

올 1월과 4월에 위안부 피해자 박차순·이순덕 할머니가 유명을 달리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38명뿐이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이후 별세한 피해자는 이 할머니가 벌써 아홉 번째이다.

‘할머니, 우리가 동행할게요.’는 저자 김태우 씨와 김한결·김현구 씨가 함께 2016년 6월 19일부터 9월 10일까지 84일간의 미국 여정과 LA에서 뉴욕까지 약 3,600마일을 52일 동안 자전거로 횡단한 기록이자 진솔한 자기 고백서이다.

트리플 A 프로젝트(Triple A Project).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범죄를 인정하고(Admit),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한국 국민에게 사과하며(Apologize), 피해자 할머니들과 동행하자(Accompany)는 의미를 담아서 미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하며 이 사실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김태우 씨는 3A 프로젝트 2기 참가자로서 자전거 횡단에 참여한 동기 및 준비 과정, 그리고 험난하고 가슴 벅찬 여정을 담백하고도 솔직한 문체로 기록하고 있다.

“평소에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나였고, 비록 특출나지는 않지만 내 영어 실력과 체력으로 ‘위안부’ 할머니들께 작게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그의 글은 유쾌하다. 20대 초반의 자기 성찰과 무모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지나간 젊음을 반추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은 여행을 마치고 쓴 후기가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 미 대륙을 횡단하는 매일 매일의 일상을 기록한 일기와 비슷해서, 순간의 감동과 슬픔, 어이없음 등 인간의 아름다운 감정이 생동감 있는 언어로 표현돼 있다.

“미국에서 ‘위안부’ 활동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그 활동의 중심에 한인 동포들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이 문제를 철저하게 미국 시민으로서, 세계 여성 인권 문제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미국 주류사회에서 이만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거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일본 정부가 아주 불편해하고 압박을 느끼는 거지.”

그는 미국 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가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느낀 생각의 변화도 가감 없이 쓰고 있다. 마치 젊음은 유연한 사고를 한다는 듯이.

“처음에는 한국 언론은 의미가 없다고, ‘위안부’ 문제를 알고 있는 한국인이 아니라 이 문제를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우리를 알려야 한다며 미국 언론만 생각했었는데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아무 특징 없는 세 대학생. 특별히 똑똑하지도, 유별나지도 않은 우리가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무언가 한다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들 모두 본인 나름의 노력으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지 않을까? 굳이 꼭 자기 자신이 어떤 대단한 위치나, 능력을 갖추지 않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는 중간중간 인권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열망과 미국에서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9월 2일. 드디어 라이딩이 끝났다. 52일, 3,679마일, 15개 주와 DC. 사막에서 시작해서 산림지대까지. 화씨 120도의 뜨거운 열과 햇빛, 강풍, 산림을 달릴 때의 서늘함, 비 내릴 때의 추위, 수많은 업힐과 숨이 턱턱 막히고 허벅지가 풀리던 애팔래치아 산맥, 심심하면 터지던 라이딩 중 스포크와 또 심심하면 펑크 나던 튜브…….”

그의 감회는 싱싱하다. 어렵고 힘든 것도, 의미 있고 감동적인 것도 모두 날 것 그대로 적고 있다.

그는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다.

“‘위안부’ 문제는 미국 내에서 세계 시민의 일원이자 인권 문제, 전쟁 여성 인권 유린 문제로 다가가야 한다.”

김태우 씨를 비롯한 김한결‧김현구 씨의 앞날에 봄 햇살의 기운이 충만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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