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뿌리 운동이 한인 사회의 미래입니다"(하)
"풀 뿌리 운동이 한인 사회의 미래입니다"(하)
  • 서상희
  • 승인 2017.05.26 0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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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인터뷰
김동찬 대표는 풀 뿌리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한인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매김하길 바란다.

김 대표가 뉴욕에 온 것은 1994년이었다. 92년 LA 폭동이 일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한인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그가 만났던 한인 1.5세들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거나 한국 민주화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한국가도 별 볼일 없다, 미국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 민주화 운동은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것이니 그것에 신경 쓰지 말고, 여기는 여기 일을 해야 한다고.”

그는 어학 코스를 수강하면서 뜻있는 젊은이들과 한글학교를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로 김동석 상임 이사와 김재일 이사를 만나면서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96년 한인유권자센터를 열고 한글학교와 어린이문화학교, 그리고 유권자등록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운동은 자기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당대의 지혜와 힘을 모으는 것입니다. 뉴욕에 사는 우리는 우리의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2년 시민참여센터로 개명한 이유를 물었다.

“유권자 센터는 LA 폭동의 원인을 돌아보며 결성한 것입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인 사회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존재였지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우선 유권자 등록이 필요했습니다. 이후 위안부 결의안 및 한·미간 비자면제 프로그램 등 의회 활동과 세탁협회 관련 일 등에 나서면서 단순히 유권자 관리에서 벗어나 시민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합의하면서 단체명을 바꾼 것입니다. 시민참여센터는 미국 시민으로서 이 사회에 어떻게 참여하며, 시민 활동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이 안에 유권자 등록도 포함되고요.”

출처) 시민참여센터 홈페이지

그의 표현에 따르면 풀 뿌리 운동(grass root activity)을 좀 더 격식 차린 언어로  나타내면 시민 참여(civic engagement)라는 것이다.

“풀 뿌리 운동을 하겠다는 의지 표현입니다. 지난 20년의 활동을 평가하고, 총화 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시민참여센터는 뉴욕과 뉴저지 두 곳에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워싱턴 DC에 본부를 세우려는 계획을 품고 있다.

“각 지역의 풀 뿌리 운동을 전국화하려고 합니다. 우리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활동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각 지역에서 정치력을 신장하고 워싱턴 DC에 모여 미국 내 한인을 대표한다는 계획입니다.”

그의 가족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찍 남편을 여의고 아들에 의지하며 살아 온 그의 어머니. 아들이 여러 이유로 거주지를 옮길 때 마다 늘 함께였다. 그의 어머니는 현재 “아들을 모시고” 있다.

“전형적인 경상도 할머니입니다. 목소리도 커서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적응하기 힘들기도 하죠. 그러나 언제나 200% 저를 지지해주는 강력한 내 편입니다.”

그의 부인은 남편 명성으로 이름이 알려지기를 꺼려한다. 그와 만나고 두 달 만에 먼저 결혼하자고 말한 아내.

그는 그 이유를 알까?

“글쎄요. 당시 별로 보잘것없었는데. 아마도 어리바리 한 나를 보고, 이 사람을 챙겨주고 채워주어야 하겠구나, 하는 마음이 있었던 듯해요.”

그가 아내의 갑작스런 결혼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뭘까?

“아주 지혜롭죠. 지혜로운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 침착하게 잘 처신하고, 대처합니다. 그런 순간을 살면서도 몇 번 경험했습니다.”

그는 두 딸의 아버지이다. 특히 9학년인 큰 딸은 그가 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저를 따라다니면서 유권자 등록을 했어요. 이중 언어 프로그램을 해서 한국어도 아주 잘합니다. 역사를 좋아하고 한국 뉴스를 보면 궁금한 점은 반드시 물어 보죠.

김 대표는 시민사회운동에 관심 많은 딸이 이 일에 뛰어들겠다면, 기꺼이 하라고 격려할 생각이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므로.

언제 행복한 지를 묻자, 한참 고민을 한다.

“매년 7월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미주한인워싱턴대회(Korean American Grass Root Conference)’에 참가한 학생들의 열띤 토론 모습을 보면,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담기겠구나, 참 행복하다, 하고 느낍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시민참여센터와 연대하는 단체 및 고등·대학생 600여명이 참석하는 이 풀 뿌리 대회는 올해로 4번째이고 오는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된다. 동 단체의 1년 예산 가운데 50%가 이 행사에 투입된다.

그는 이 대회를 유대인공공정책위원회(The 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처럼 소수이지만 결집된 힘을 나타내는 모임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다.

“행사 이틀 째 열리는 만찬에 10명 이상의 미 연방 의원과 한국 외교통상위 국회위원들, 주미 한국대사 등 정치권 인사들이 많이 참석합니다. 한·미 간 공공외교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죠. 우리는 우리의 의제를 가지고 각 의원을 만납니다. 풀 뿌리 활동 중에서 대 의회 활동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출처) 시민참여센터 홈페이지

김 대표는 풀 뿌리 운동의 씨를 뿌리면 누군가는 이를 이용해 미주 한인의 인권과 복지 향상을 위해 계속 활동하리라 기대한다.

“‘우리 조직’이라는 것에 별 미련 없습니다. 각 지역에서 열심히 하는 단체가 성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국 조직으로 묶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 단체와 우리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이 것이 풀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참여센터의 방향을 물었다.

“지역 활동으로 전국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낸다(Local Action, National Impact). 이것이 우리의 탑 슬로건입니다. 우리는 뉴욕 뉴저지에서, 각 지역 단체들은 그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다가 매년 7월 워싱턴에 모여 동일한 의제로 의회를 설득하는 것이죠. 우리 지역은 현재 8080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80% 유권자 등록, 80% 투표율을 이루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 대표는 전국 네트워크를 가동해 정치력 신장과 새 일꾼 양성, 그리고 한·미 관계를 증진시킨다는 계획이다.

"우리의 목소리와 힘을 키워서 이 힘으로 모국과 미국의 관계를 향상시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불행한 일을 당한 이웃을 돕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한인 사회가 감성적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전략적 지원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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