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덩어리 ‘평통’
골치 덩어리 ‘평통’
  • 지성수
  • 승인 2017.05.27 02: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을 보면 마치 마비되어 있던 몸에 피가 공급되어 혈관이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몸의 말단 조직의 미세혈관까지 영향이 미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조직의 말단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평통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 조직은 한국 사람 대부분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는 괴물이다. 

정식 명칭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라고 하는 것인데 이 조직의 유래가 괴이하다. 박정희가 4년마다 치사하게 국민에게 표를 구걸해야 하는 짓을 못해먹겠다고 해서 만든 유신헌법 제35조에 의하여 ‘통일주체국민회의’ 라는 북한식 선거제도를 만들어 체육관에서 99.9% 찬성하도록 만들었다. 전두환이 이 조직으로 셀프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에 더 이상 써먹을 일이 없게 되자 조직의 이름을 바꾸고 더 크게 확대해서 소위 토호세력들을 긁어 모은 것이 ‘평통’이다.

그러나 아무리 쓸모 없는 조직이라도 한 번 생긴 것을 없애기는 어려운 일이다.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직후 호기로 뜬금 없이 “해경을 해체 하겠다.’고 했지만 이름만 바꾸지 않았던가?

더욱이 평통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조직이다 보니 헌법을 건드리지 않고는 없앨 수가 없는 골치 덩어리이어서 자문위원수 꾸준히 증가하여 2만 명 정도 위원이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없고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존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 후에 개헌을 한다니 그 때나 없앨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그러나 오뉴월 곁 불이라도 쪼이다가 없으면 허전한 법이다. 또 어느 정권이든 정권을 잡으면 외곽조직이 있으면 좋은 일이고 뭐 하나라도 입에 물려주어야 할 자리가 필요한 법이다. 이래 저래 평통은 없애기가 어려운 조직이어서 아마도 지구 끝까지 갈 조직이다.

지난 대선이라는 정치대목에서 북풍을 위한 노이지 마켓팅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12년에 한 말이다.

“언론에 대놓고 할 얘기는 아니지만 일종의 코미디지요. 2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무슨 자문을 합니까. 구시대 유물일 뿐입니다.”

그나마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정부의 햇볕정책을 홍보하는 역할이나 했지만 나머지 시기에는 평통위원이라면 동네에서 유지 소리 듣는 것이 역할이라면 유일한 역할이었다. 그런 조직이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모여서 ‘떡을 해 먹든지 굿을 하든지’ 전혀 관심 밖의 사항이지만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동포 사회 일각에서 참여해서 개혁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있었다. 

박근혜가 지랄풍년으로 일찍 하차 해서 하옥되는 바람에 순서가 바뀐 것이 많아졌는데 평통도 그 중에 하나이다. 7월에 시작되는 평통 18기 위원들의 추천은 지난 정권 시기인 4월에 끝냈지만 전혀 체질이 다른 새 정권이 시작되었다. 원래가 평통이라는 조직이 태생부터 비민주적 조직이다 보니 위원 선정을 놓고 지역마다 말썽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고국과는 심리적으로 밖에는 끈이 있을 수 없는 750만 해외의 교민 사회에서는 평통 위원 한 자리 하느라고 박 터지게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해외 공관에서는 뉴욕이나 LA 처럼 교민이 많거나 사나운(?) 곳이 아니면 대부분 스리쓸적 비공개로 위원추천을 넘어간다. 그러니 동포 사회의 이런 움직임은 비공개의 관행으로 일을 처리하는 공관 측에서 볼 때는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은 형식적인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제멋대로 추천을 하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관은 공무원으로서 지침에 따라 추천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지 추천하는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침에 충실하고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무사안일이 최고의 덕목인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교민들이 의견을 낸다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일 것이다.

일정으로 보아 7월에 시작하는 평통의 위원은 6월에 심사를 해서 발표를 하게 되어 있는데 전 정권에서 이미 추천을 받아 놓은 인사들을 놓고 새 정권에서 어떻게 관리 할 것인가의 난제가 놓여 있다. 

지성수 / <NEWS M>, 논설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