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되짚어보기] 범법자 양산하는 국가 손해배상 더는 없어야
뉴스되짚어보기] 범법자 양산하는 국가 손해배상 더는 없어야
  • 지유석
  • 승인 2017.06.12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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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소송피해당사자, 기자회견 통해 새 정부에 손해배상 철회 요구하기도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은 유난히 ‘법치’를 강조했다. ‘법치’를 풀어 쓰면 ‘법의 지배’다. 얼핏 듣기엔 그럴듯 하다. 그러나 앞선 보수 정권은 법을 통치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옥죄는데 ‘법’을 동원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국책사업을 반대했거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촛불을 들었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파업에 참여한 국민들은 범법자가 되야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벌어졌던 대표적인 시민운동은 다음과 같다. 

1) 강정 해군기지 반대운동

2) 쌍용 자동차 구조조정

3) 한진중공업 구조조정 

4)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5)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범국민대회

6) 민주노총 5.1노동절 집회 / 세월호 1박2일 범국민 철야행동

7) 민중총궐기 

보수 정권은 시민과 노동자들의 집회를 막기에 급급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당시 광화문 대로에 이른바 ‘명박산성’이라 이름 붙은 컨테이너 장벽을 쌓는가 하면, 2015년 세월호 1주기 땐 경찰 버스로 광화문 일대를 봉쇄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국가는 집회를 주최한 시민, 노동자 단체를 상대로 수억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국방부는 2016년 3월 강정주민과 평화활동가 116명과 5개 단체를 상대로 약 34억 4,800만원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했다. 한편 경찰은 2009년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당시 진압작전 과정 등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및 지부 조합원 등을 상대로 16억 7,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경찰 진압작전 등에서 발생한 각종 장비와 차량, 헬기, 기중기 손해와 상해를 입은 경찰들의 국가 부담 진료비, 그리고 상해를 입은 경찰관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명목이다. 항소심 법원은  약 11억 6,8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자세한 내역은 아래 표와 같다.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은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시민들의 참여를 옥좼다. ⓒ 참여연대 제공

국가가 이렇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가하는 근거는 민법상 ‘공동불법행위’다. 공동불법행위란 “수인이 관여한 불법행위로 하나의 손해가 발생한 불법행위”로 이게 성립하면 행위자은 부정연대책임을 진다. 즉 수인이 관여한 불법행위로 10억의 피해가 발생했다면, 각 1인에게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공중 참여를 막기 위한 전략적 소송 

국가가 이렇게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시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가하는 목적은 손해에 따른 피해보상에 있지 않다. 그보다 민, 형사상 무거운 책임을 지워 시민들의 사회참여를 막으려는 일종의 노림수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유형의 소송을 ‘공중의 참여를 막기 위한 전략적인 소송(SLAPP : 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이라고 부른다. 

지난 8일 오후 국가소송피해당사자들은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국가 손해배상 청구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 지유석

국가는 이미 형벌권을 행사하고 있다. 만에 하나 시민이나 노동자들이 사회참여 과정에서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가하는 것 만으로도 사회질서 유지가 가능하다. 강정마을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등 국가소송피해당사자들 역시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는 이미 법 질서 유지를 위한 강제적 수단인 형벌과 행정벌의 부과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본권의 보호의무를 지닌 국가가 기본권의 주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새정부에 “집회, 시위, 쟁의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빌미로 한 손해배상, 구상권 청구의 소와 가압류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따지고보면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는 국민의 목소리를 배제하려는 ‘불통’의 결과다. 

무엇보다 형벌권을 행사하는 국가가 국민의 사회참여를 봉쇄하기 위해 법을 동원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행태는 부끄러운 일이고, 앞으론 있어서는 안될 적폐다.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참에 국가의 전략적 입막음 소송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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