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를 경계한다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를 경계한다
  • 김동문
  • 승인 2017.06.20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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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은 테러의 가장 큰 피해자?
우리는 지금 다인종, 다종교, 다문화 사회를 살아간다. 상대방의 인종과 종교적 정체성을 혐오와 배제의 근거로 삼고 저지르는 혐오라는 범죄, 테러와 맞서야 한다. (프랑스 파리)

어제 18일 새벽, 워싱톤 DC 인근 버지니아주 스털링(Sterling)시의 한 이슬람 사원 앞에서 괴한에게 납치된 17세 소녀 사브라(Sabra)가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오늘 19일(현지시간) 새벽 영국 런던 북부 핀즈버리공원에 있는 핀즈버리 이슬람사원 인근에서는 무슬림 새벽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예배자를 겨냥한 차량돌진 사건이 발생했다.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각 경찰당국은 이 사건을 무슬림을 겨냥한 혐오범죄(테러)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혔다. 테러의 가장 큰 희생자가 가해자 취급을 받고 있다. 자신의 존재가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힌 것은 얼마나 아프고 슬픈 일이겠는가? 그런데 더 가슴 아픈 것은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모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다?

무슬림 이민자들은 직접적인 테러 공격과 위협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따돌림 같은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노출되곤 한다. 미국의 이슬람 권익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가 지난해(2016년) 10월에 발표한 무슬림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지난해 미국에서 이슬람포비아와 반무슬림 정서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 11월 발표된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 무슬림에 대한 혐오 범죄 건수는 257건이었다. 그해 발생한 혐오 범죄 5,850건 중 4%로 차지했다. 그러나 2016년도 무슬림을 향한 혐오 범죄는 전년도인 2015년의 154건에 견줘 67%가량 증가한 것이었다. 무슬림 혐오 범죄 피해자들은 무슬림으로 간주되거나 무슬림처럼 보이는 이들이었다.

미국 동부 뉴욕의 브룩클린 거리는 뉴욕에서 가장 상징적인 아랍, 무슬림 밀집 지역이다. 2016년 9월 한 여성이 히잡을 쓴 채로 트레일러에 아이들을 태우고 그곳을 걸어가던 중 괴한의 공격을 당했다. 이보다 앞선 같은 해 8월 13일 뉴욕에서는 대낮에 무슬림 성직자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3월에는 한 무슬림 이민자가 3명의 괴한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6월에는 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에서 무슬림 복장을 한 이민자가 괴한의 총에 맞았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무슬림을 향한 혐오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종교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무슬림을 향한 범죄자가 교회를 다녔다고 해서, 기독교 테러 또는 기독교인 테러라 이름 붙이지 않는다. 이번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Darwin Martinez Torres(22)의 종교적 성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영국 핀즈버리 이슬람사원 인근 차량 테러 백인 용의자(48)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대다수 무슬림들은 강한 트라우마가 있다. 많은 무슬림들은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 테러범 용의자의 종교에 주목하는 버릇이 있다. 혹시라도 무슬림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무슬림 전체에 대한 반감이 번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스스로 자중자애하며 숨죽여 살아가게 된다. 그뿐만 아니다. 무슬림은 모두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편견으로 시리아 분쟁과 전쟁을 피해 목숨을 걸고 밀입국을 시도하고, 지중해를 건너 유럽 해안에 닿는 과정에 목숨까지 잃은 무슬림들도 있다. 살아남아 타국에 넘어온 이들도 결국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내몰리는 상황도 다반사로 빚어졌다. 테러의 가장 큰 피해자가 이제 낯선 땅의 잠재적인 테러범이 된 것이다.

테러의 최대 피해자

극단주의자의 테러는 종교를 앞세우거나 정치적 이념을 앞세우거나 할지라도 모두 폭력이다. 테러의 대상도 무차별적이다. 이런 점에서 IS 같은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의 테러의 가장 큰 희생자는 무슬림이다. 사건 현장에 살고 있든 타지에서 이민자로 살고 있든 큰 차이는 없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터키 할 것 없이 이슬람 지역에서 테러로 목숨을 잃는 이들 대부분도 무슬림들이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국제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GTD)의 통계에도 이 같은 현실은 그대로 드러난다. 2001년부터 2015년 사이에 인명피해가 발생한 테러리즘 사건의 75퍼센트 정도가 무슬림 국가에서 벌어졌다. 물론 이 테러리즘의 희생자의 절대 다수는 무슬림이었다. 이 테러 사건은 극단적인 이슬람 조직에 의해 벌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앞서 “이슬람극단주의 테러와 이슬람포비아”에서 다루었듯이,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진 테러리즘 사건의 2% 정도가 이슬람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이다.

그럼에도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매도당하고 가해자로 취급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무슬림에 의한 테러만 발생해도 숨죽이며 살아가야 하는 이민자 무슬림들.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는 무슬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IS 등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발생한 이후로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긴장하며 살아가게 된다. 우리가 경계하고 맞서야 할 것은 종교가 아니다. 상대방의 인종이나 종교라는 '존재성',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혐오범죄, 테러는 일상에서 싸워야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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