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드 격노 기사, 외신에는 없는데요?
트럼프 사드 격노 기사, 외신에는 없는데요?
  • 김동문
  • 승인 2017.06.21 0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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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외교라인의 무능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려는 듯

‘트럼프의 격노’ 식으로 기사 제목을 뽑은 한국 언론 기사들이 뜬금없이 회제가 되었다. 필자는 이 기사의 형성 과정과 취재원이 누구였는지에 주목하여 살펴본다.

1. 관련 기사 비교하며 읽기

(표 – 아래의 기사에 줄임말은 다음과 같다. 연 : 연합뉴스(2017.06.19 01:29), 중 : 중앙일보(2017.06.19 02:00), 조 : 조선일보(2017.06.19 10:11) 등이다.

1.1. 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격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1.2. 연) 이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불러 한반도 안보현황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드 지연 논란에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 지난 8일 낮(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오벌오피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드 한반도 배치 지연’을 보고하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조)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 시각)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을 불러 한반도 안보현황 등을 논의했다. 이들이 사드 한반도 배치 지연에 대해 보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화를 냈다고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연합뉴스 기자를 만나 전했다.

1.3. 중) 소식통에 따르면 “심한 욕설도 많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조) 이날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불같이 화를 낼 때 “심한 욕설도 많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1.4. 중)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은 당일 조찬을 함께하며 ‘사드 플랜 B’를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플랜 B’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일 급거 워싱턴을 찾아 “한국의 국내적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반영한 일종의 타협안이었다고 한다.

조)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틸러스 국무부 장관과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8일 조찬을 함께하며 '사드 플랜 B'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플랜 B'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 실장이 1일 급히 미국 워싱턴을 찾아 "한국의 국내적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반영한 일종의 타협안이었다고 한다.

1.5. 중)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소식통은 “트럼프의 입에선 ‘차라리 (사드를) 빼라’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격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 전해졌다고 한다.

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소식통은 "트럼프의 입에선 '차라리 (사드를) 빼라'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1.6. 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한국시간으로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정부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고 긴급 진화에 나선 것도 이러한 백악관의 상황을 파악한 뒤 나온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 고위 관계자는 18일 “정의용 실장이 당시 서울 브리핑에서 예정에 없이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없다’고 재확인(reassurance)하게 된 것은 이런 워싱턴 소식이 들어온 뒤 상황이 긴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조) 트럼프의 격노는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전달됐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한국시간으로 9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한미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며 재확인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사정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2. 조선일보 보도의 원형 찾기

외신에는 이와 관련한 뉴스는 물론 트럼프가 격노했다는 식의 기사 흔적도 보기 힘들다. 취재원의 주장은 실제 상황인가? 구글링을 통해서는 전혀 검색할 수 없는 기사이다. 영문 검색에 유일하게 잡히는 기사는 연합뉴스의 영문판 기사(2017.06.19 07:12) 달랑 하나가 있을 뿐이다.

"US President Donald Trump expressed fury over South Korea's decision to delay the full deployment of the US THAAD missile defense system pending an environmental assessment, a senior official said Sunday." 이 기사를 영문판 코리아헤럴드가 인용 전재(2017.06.19 09:18)한 것뿐이다.

조선일보의 이 기사의 출처는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라는 익명의 인물의 말을 인용보도한 연합뉴스 기사, 더 보완한 듯한 중앙일보로 볼 수 있을 듯하다.

3. 갈등 보도 아니면 갈등 야기?

어떤 언론은 여론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호도한다.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 아니고, 직접 뉴스 메이커가 되고, 뉴스거리를 확대재생산한다. 이것은 언론의 적폐이다.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현실에, 왜곡, 과장, 이슈로 이슈를 덮거나 논점을 흐리려는 많은 유사 언론도 넘쳐난다. 
이 기사는 누가 원작자이고 누가 각색자인가? 트럼프 격노 식의 뉴스의 1차 취재원으로 언급되는, 연합뉴스 워싱톤 특파원이 만났다는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누구인가? 관련 기사의 맥락과 17일 미국 현지시각 17일 전후하여 한국 언론을 상대했던 정부 관계자를 살펴볼 때, 그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로 보인다.

그런데 문정인 특보가 이런 말을 하기는 한 것일까? 사실 문정인 특보가 워싱톤에서 여러 기회에 말했다는 여러 말들을 두고도, ‘대통령 외교특보의 '워싱턴 발언' 파문 등으로 선정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을 확대 재상산하고, 갈등을 부채질 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대해 비판을 이어갔다. 야당도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이런 입장을 가진 대다수 한국 언론의 형편을 눈여겨 봐야할 것 같다.

특별히 현 정부의 외교라인과 관련하여 갈등을 조장하고, 강화하려는 눈속임 언론 보도를 더 경계하여야 할 것 같다. 정당한 비판과 견제가 아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를 내는 듯한 일련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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