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날엔 짜장면을 먹지마
슬픈 날엔 짜장면을 먹지마
  • 편집부
  • 승인 2017.06.23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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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은미씨 페이스북의 일상을 오토 웜비어와 엮어

신은미씨는 미서부 시간으로 지난 19일 간단한 일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남편과 집에서 직접 짜장면을 만들어 먹었다는 그냥 소소한 일상이었다. 아래는 '짜장면 찾아 삼만리'라는 제목으로 올린  페이스북 전문이다.

"2년여 전 (내가 고국에서 종북몰이를 당하고 강제출국을 당한 뒤) 남편이 은퇴를 하면서 교외로 이사를 왔다. 은퇴 생활을 만끽하고 있지만 짜장면을 먹으려면 70~100 마일(110~200 km), 왕복 220~400 km 를 운전해야 한다.

하기사 교회까지 100 마일(160 km), 왕복 320 km 이니 그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지만 오늘은 너무 늦어 집에서 만들기로 했다. 만드는 남편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사진으로 나마 우리 함께 맛있게 들어요! "

두 장의 짜장면 사진과 함께 올려진 이 내용이 전부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일상마저도 이념 공방으로 몰고 가는 특출한 재주를 발휘했다.

신은미씨 페이스북

조선일보는 21일자 <웜비어 사망 소식 전해진 날…종북 논란 신은미씨 페이스북 보니>라는 기사에서 신씨가 20일 오후 12시 43분경(한국시간) 페이스북에 짜장면을 만드는 장면을 찍어 올렸다면서 “앞선 시각 미국언론은 미국 여행을 갔다가 북한 체제 선전 포스터를 훼손한 혐의로 노동교화형을 살다가 식물인간으로 귀국한 오토 웜비어가 사망했다고 뉴스를 쏟아냈다. 신은미 씨의 페이스북에는 사망한 웜비어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자연인으로 북한을 여행한 신은미씨를 아직까지 이념의 잣대로  비판하려는 의도로 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웜비어의 사망과 같은 '(미) 국가적 재난(?)일'에 한가하게 짜장면 이야기를 올린, 즉 슬픔에 동참하지 않는 인물로 매도하려 한 것이다.  

신은미씨 페이스북

이에 대해 신은미씨는 “'언젠가 페북에서 ‘조선일보가 신문이면 우리집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라는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글쓴이의 재치에 감탄을 한 적이 있다”면서, "조선일보는 한국 현대사를 통해 온갖 '패륜질'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런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웜비어의 죽음은 슬픈 일이지만 3년 전 세월호 비극에 대한 조선일보의 태도에 비하면 웜비어가 죽은 날 짜장면 먹는 것 까지 문제 삼은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앞으로 손꼽히는 왜곡의 '성지'(누리꾼들이 특정 주제를 위해 자주 들러 보는 기사나 사이트를 일컫는 말)로 남을 만하다. 이제 조선일보가 주목하는 사회적 인사는 함부로 짜장면도 먹어서는 안 되는 검열을 받게 생겼다.

한편 현지시간으로 22일 오전 9시 오하이오 신시내티 와이오밍 고등학교에서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웜비어의 장례식이 열렸다. 가족의 의사에 따라 부검은 실시되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사망 후 웜비어가 유대인인 것으로 밝혀 졌다는 사실이다. 가족 대변인 미키 버그만 (Mickey Bergman)은 이스라엘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웜비어가 연합 감리 교회의 명령에 대한 포스터를 훔친 것으로 발표 한 북한을 당혹스럽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례식도 유대교 랍비인 제이크 루빈져가 집례했으며 웜비어가 북한에서 기자회견 당시 정치 선전물을 가져오라고 시켰다고 밝혔던 프렌드십 연합감리교회(Friendship UMC)는 장례식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웜비어 억류 당시 연합감리교단(UMC)은 조속한 송환을 요구하는 교단 차원의 성명서를 발표했었다.

신은미씨는 오는 25일(일) 오후 1:30 로스앤젤레스 평화의 교회에서 지난 5월 구호미를 싣고 북한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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