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타르 단교사태, 사우디 왕위 세습과 연관성?
까타르 단교사태, 사우디 왕위 세습과 연관성?
  • 김동문
  • 승인 2017.06.25 0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슬람 이슈가 아닌 지역 주도권 싸움
까타르의 알-자지이라 방송 화면 갈무리. 사우디아라비아 등 4개 아랍국이 시한 단교 조치 해소를 위한 13개 요구사항 목록 중 알-자지이라 방송 폐쇄를 비난하고 있다.

아라비아만(다른 이름으로는 페르시아만 으로도 불린다)이 국제 뉴스에 게속 등장한다. 그 가운데는 까타르가 있다. 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 까타르는 고립된 섬이 될 것인가? 이달 초인 지난 5일, 뜬금없이 사우디아라비비아는 까타르와 단교했다. 그러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맥을 같이 해야 하는 인근의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예멘, 이집트, 리비아 등 아랍 6개국을 비롯한 13개국이 까타르와 단교 했다. 요르단 등 4개국은 외교관계를 격하시켰다.

나라마다 아주 사소한 차이는 있지만, 단교 이유는 아래와 같은 사우디 정부 입장에 담겨 있다. "카타르는 이슬람국가(ISIS), 알카에다 테러분자들과 무슬림 형제단을 지원하고, 예멘의 시아파 반군의 뒤를 밀어주고, 바레인의 반정부 테러의 자금을 대고 있다."고 사우디국영 SPA 통신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러더니 22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이집트 등 4개국이 까타르 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선행 조건 13개 항목을 10일 이내에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그 핵심은 이란과 외교 군사적 관계 끊고, 이란 봉쇄에 참여하고, 터키와의 군사적 관계 다 끊고, 알-자지이라 방송 즉각 폐쇄 등이었다. 이런 요구사항들은 까타르 정부 차원에서는 전혀 수긍할 수도 없고 수용할 수도 없는 요구사항으로 보인다.

알-자지이라 방송이 없어지면 가장 큰 유익을 얻을 매체나 국가는 누구일까? 이란이 다시금 더 강한 제재 속에 고립이 되면 누가 가장 유익을 얻을까? 터키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누가 가장 크게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인권과 복지, 참여정치를 확대해나가고 언론의 자유를 확대해나가는 까타르나 국민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적 제도를 갖고 있는 이란의 영향력 차단이 필요한 나라는 어디일까? 이 모든 것 안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들어있다.

왜 사우디아라비아는 급작스럽게 까타르 단교 사태를 야기시켰을까?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런 기회를 통해 이란 고립시키기, 터키의 남하정책 막아내기, 알자지라 방송 없애기를 현안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기대하는 것은 따로 있어 보인다. 나는 그 중심에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순조로운 왕위계승이 있다고 본다. 지난 21일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빈 압둘아지드 알-사우드 국왕은 칙령을 통해, 그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자를 왕세자로 책봉하였다. 살만 현 국왕은 급작스럽게 자신의 아들을 왕세자로 세운 것이다. 살만 국왕 체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로의 안정적인 왕위 세습은 아주 시급하고 중차대한 현안이다.

이제 이 현안을 중심으로 이번 까타르 단교 사태를 되짚어보자. 인접 국가 이란과 까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보수 왕정 체제에 아주 위협적이다. 이란도 국민투표, 선거라는 직접 선거를 통해 통치자가 교체된다. 이란 자체가 이란의 팔레비 보수 왕정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까타르의 경우는 아라비아만 국가 중에 대표적인 개혁 개방을 주도하는 나라이다. 왕정을 유지하면서도 이슬람법이 아닌 세속 헌법을 채택하고, 사회 개방과 언론 자유 등을 지속적으로 넓혀 나가고 있다. 여기에 터키도 보수 사우디아라비아 왕정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존재이다. 이슬람 원리주의 대신에 실용주의, 세속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알-자지이라 방송 폐쇄가 13개 요구 사항에 들어있는 것에 다시 눈길이 간다. 까타르 정부가 설립한 알-자지라 방송은 사우디 왕정을 비롯한 전제 왕정을 성역 없이 비판하곤 했다. 알-자지이라 방송은 까타르 왕실을 제외한다면 중동 각 국의 통치자들과 왕정을 심하게 불편하게 만드는 보도들을 종종 했다. 때때로 지국이 폐쇄되고 특파원들이 내쫓기는 경우도 벌어졌다. 일부에서는 알-자지라는 테러를 선동하는 매체라는 비난도 했다. 까타르의 이런 여러 가지 모습은 사우디 왕실 입장에서는 부정적 입장을 줄 것으로 더욱 불쾌했을 것이다.

까타르 단교 이슈는, 전혀 이슬람 종교 이슈도 아니다. 그저 지역 패권을 둘러싼 억지 정치일 뿐이다. 까타르 단교 사태, 이것은 순니, 시아파의 갈등 전혀 아니다. 테러와의 전쟁도 아니다. 사우디의 영향력 확대에 방해가 되는 나라는 '적'인 것이다. 시아 이슬람 국가 이란, 순니 무슬림이 대부분인 터키, 순니 이슬람 왕국인 까타르도 적이 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안보와 영향력 확대를 위한 무력 시위로 보이는 이번 까타르 단교 사태 해결은 결국 사우디 왕실이 쥐고 있다.

이 이슈를 바라보면서 또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명예와 수치라는 아랍 이슬람 세계의 중심 가치이다. 개인이나 집단, 국가에서 ‘수치’를 견디지 못한다. 까타르 단교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까타르가 될 수 없다. 까타르가 패배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제시한 13개의 선행 요구 조건을 다 들어주는 것은 심한 수치가 될 것이다. 버티는 것은 최소한의 명예는 지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결자해지할 주체는 사우디아라비아이다.

가능성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일 것 같다. 먼저는 이번에 왕세자로 등장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단교 사태의 해결자로 등장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존재감도 드러냄으로 왕의 계승을 위한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쿠웨이트의 노력에 달려있다. 아랍 문화에서 중재자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패배나 실패가 아니고, 명예로운 것으로 간주한다. 지금 대표적인 중재자로 쿠웨이트가 움직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어떤 명분으로 이번 사태를 종료시킬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