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의 천국행 여권' 관련 기사 유감
'IS의 천국행 여권' 관련 기사 유감
  • 김동문
  • 승인 2017.06.30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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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인용 매체 기사 내용 베끼기 피해야
"IS가 자살공격을 조장하기 위해 천국행 여권을 배포하고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을 인용한 신문, 방송 보도가 넘쳐났다. (연합뉴스 누리집 갈무리)

연합뉴스 기사(2017.06.28. 18:11)에 “궁지몰린 IS, '천국행 여권' 배포…자살공격 조장” 이라는 기사가 떴다. 그 이후 일제히 한국 언론은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연합뉴스 기사를 짚어보면, 영국 데일리 메일(the Daily Mail) 기사 “convince them they will be rewarded with virgins in the afterlife”를 번역한 정도의 기사였다.

(서울=연합뉴스) = 이슬람국가(IS)가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 방어전에서 조직원들의 자살 공격을 조장하기 위해 '천국행 여권'을 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이 탈환한 락까의 일부 지역에서 '천국행 여권'이라고 표기된 여권이 발견됐다. 이 여권은 아랍어와 영어로 된 코란의 문장을 포함하고 있다. 여권 표지에는 '알라를 제외한 어떤 신도 없다. 무함마드는 신의 메신저다'라고 씌였다.

그런데 이른바 천국행 여권 관련 기사를 먼저 낸 한국 언론은 다른 곳이었다. <IS, 자폭테러범들에게 '천국행 여권' 발급···"천국서 처녀 72명 선물 받아"> 제하의 기사가 올라온 것은 2017-06-28 13:00였다. 민간통신사 뉴시스였다.

【서울=뉴시스】 =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가 황당한 ‘천국행(行) 여권’을 발급해 주면서 자살폭탄테러를 독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은 이런 여권이 최근 시리아방위군에 의해 해방된 락까 변두리 지역에서 발견됐고, 여권을 찍은 사진이 SNS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IS 수뇌부는 이런 여권을 발급하면서 자폭테러범들에게 ‘순교자’가 될 수 있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기사들은 적잖이 왜곡된 것이다. 물론 사실의 왜곡은 한국 매체가 주체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외국 매체의 왜곡된 기사를 그대로 인용한 것뿐이다.

IS가 만들어 배포하였다는 천국행 여권은 이미 오래전 다른 주체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것이었다.(누리집 갈무리)
 

왜곡 또는 과장의 주체는 영국 데일리메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데일리메일이 정론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기사가 왜곡된 부분은 바로 천국행 여권에 관한 것이다. 기사에서 천국행 여권으로 소개한 그 인쇄물이 IS에서 발행하였다거나 자폭테러범들에게 순교자가 될 수 있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 것이라는 그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데일리 메일 기사에서 천국행 여권 관련한 정보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 시리아방위군이 언급되긴 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드러나지 않는다.

보도된 사진 속 천국행 여권을 만든 주체가 이슬람국가(IS(라는 근거도 없다. 이슬람국가(IS)라 스스로를 지칭하는 테러조직은 고유한 서체와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초기 이슬람 시대의 서체를 원용하고 있다. 그런데 기사 속에 담긴 천국행 여권에는 전혀 IS 스러운 서체나 로고가 담겨있지 않다.

데일리메일 기사에서 사용한 사진도 최근 것이 아니다. 2015년 5월 8일 전후하여 온라인에 노출되었던 그 사진이다.

IS가 만들어 배포했다고 알려진 천국행 여권과 동일한 인쇄물은 이미 2013년 1월 이후에 회자되던 것이다. (누리집 갈무리)

똑같은 형식과 내용을 갖춘 천국행 여권은 2013년 5월 8일에 동영상으로 언론에 노출되었다. 사진은 동영상보다 앞선 2013년 1월 말에 미디어에 등장했다. 물론 당시 언론에 알려진 그 천국행 여권을 만든 조직은 IS와 무관했다. 이번에 데일리메일이 기사에 활용한 것과 동일한 천국행 여권의 발행 주체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등이 지목되곤 했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을 바탕으로 볼 때, 영국 데일리메일이 주장하는 천국행 여권의 발행 주체는 물론, 그 존재와 의미에 대해서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 데일리메일은 분명한 근거도 없는 추론과 추정에 바탕을 두고 기사를 작성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있다. 또한 자료 사진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재활용하였다.

외신을 인용할 때 단순한 옮겨 쓰기가 돼서는 곤란하다. 일반 매체도 아니고 통신사이기 때문이다. 사실 확인 없이 외국 언론을 활용하는 것은 지양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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