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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성 소멸 위기, 대안은 있는가?혼혈 결혼 늘어나, 20년 뒤 한인 민족 정체성 사라져
지난 15일, 희망세상 월례 세미나에서 민병갑 교수가 도표를 보며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Copyright ⓒ 뉴스M

[뉴스M/노용환 기자] 앞으로 20년 후,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는 어떨까? 이탈리안, 아이리시 이민자들처럼 혈통만 희미하게 유지한 채, 미국인으로 살아가게 될까? 지난 15일, 희망세상에서 재외한인사회연구소의 민병갑 교수를 모시고 뉴욕 뉴저지 일원 한인들의 열띤 참여 가운데 월례 세미나를 가졌다. 

민병갑 교수는 "현재 재미 한인 커뮤니티의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다"는 표현으로 강연의 서두를 장식했다. "지속적인 이민 인구 유입으로 인해 1세 이민자 중심의 커뮤니티가 굳건했던 시절은 지난 과거가 됐다. 커뮤니티의 중심 축이 1.5세 및 미국 출생자(2-3세)로 변화함에 따라 젊은 세대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졌고, 미국 주류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민 교수는 "타민족과의 결혼이 높아지고, 그 결과 혼혈인 비율이 늘어나서 한인들이 민족 정체성을 잃을 위험에 놓였다"며 이러한 현상을 이날 강연의 제목인 "민족성의 소모"(Ethnic Attrition)라 규정했다. 따라서 이러한 민족성 소모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강연의 목적을 밝혔다. 

[그림 1]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 이민자의 수. 1987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하향세를 띄고 있다. Copyright ⓒ 민병갑

민 교수는 커뮤니티가 살아나려면 먼저 이민자가 많이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Immigrant Refreshment Theory(이민 활성 이론)"이라는 이론적 근거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가 자료로 제시한 그림에 따르면 이민 그래프가 1965년부터 시작되는데, 이때, 진보적인 이민법이 생겼다. 즉, 나라가 인구가 적든 많든 똑같은 숫자의 쿼터를 배분하는 정책이 시행됨으로써, 비교적 나라 인구가 적은 한인 이민자 수가 상대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다. 

[표2] 미국으로 이주한 주요 아시아 국가 이민자의 수. 한국과 일본의 이민 패턴을 비교함으로써 한 세대 앞선 일본 이민자 커뮤니티의 현상에 기반하여 우리 커뮤니티의 미래를 예상해 볼 수 있다. Copyright ⓒ 민병갑

그러나, 정점에 도달한 1987년 이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중국 및 인도와 대조적인 모양새를 보였다. 이민 세대가 한 세대 정도 높은 일본의 경우, 2000년대 들어 국가의 이민장려 정책에 힘입어 높은 이민자 수 증가율을 보이는 반면, 한국은 1987년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음을 민 교수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설명했다. 강의를 듣던 청중들도 최근의 상황에 공감이 되는 듯, 고개를 끄떡이며 강의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보이는 수치와 현지 이민자들의 체감 지수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민자 유입량과 커뮤니티와의 상관 관계가 정형화 되기 시작했다. 

[그림2] 체류 신분 변경으로 영주권 받은 한국인의 비율.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 직접 이민 오는 케이스보다 현지에서 신분을 변경하는 케이스가 80%를 차지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Copyright ⓒ 민병갑

하지만,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민 교수는 커뮤니티 유입 현황이 타민족에 비해 나쁘지 않은 것임을 보여주었다. 현지에서 체류신분 변경으로 영주권을 받은 한인 비율이 오늘날 80프로에 육박한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한국 외무부에 신청하고 진출하는 이민자 비율은 20프로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아시안의 경우, 현지에서 자신의 법적 지위를 바꾸는 경우가 55프로밖에 안된다고 한다. 민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유대관계를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한편, 유학생의 졸업 후 체류신분 변경율이 높은 것 또한 하나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러한 추세는 낙관적인 요소일 뿐, 한미 양국의 노력이 더해져 이민자 유입율이 높아지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임을 강조했다. 

질의 응답 시간에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민 교수는 단상에서 내려와서 참석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였다. Copyright ⓒ 뉴스M

한편, 세미나의 후반부는 민족성 소멸의 위험성과 대안을 모색하는데 할애되었다. 민 교수에 따르면, 이민 1세는 불리한 환경에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 왔지만, 이에 반해 미국 출생 2세 및 3세는 학교 교육을 통해서 주류 사회로 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세대간의 사회적 지위 상승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세대적 동화로 인해 민족성의 소멸이 불가피하게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은 유대인을 제외한 모든 백인 민족에게 일어났음을 밝혔다.  

[표8] 1965년 이후 출생했거나 이민 온 비혼혈 한국인의 세대 및 성별에 따른 타민족과의 결혼율. 1세보다는 2세가, 남성보다는 여성이 타민족과의 결혼율이 높다. 이는 일본 이민자 커뮤니티와 같이 세대 진전(Generational Progression)에 따라 동일 민족과의 결혼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민족성이 소멸되는 현상을 예측케 한다. Copyright ⓒ 민병갑

"민족성의 소멸"은 2세, 3세 대다수가 타민족과 결혼하면서 시작돼요. 혼혈인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거에요. 그러니까 민족 언어나, 그 밖의 다른 문화 전통, 민족 정체성을 상실하는거죠. 우리 이민 역사가 비교적 짧기 때문에 이런 민족성의 소멸이 먼 이야기인것 같지만, 지금 이미 일본계 이민 커뮤니티는 이런 위협에 직면해 있어요. 앞으로 한인 사회도 가만히 두면 같은 위협에 처하게 될거에요. 

[표9] 비혼혈 및 혼혈 아시아민족의 인구 분포. 한국을 위시한 다른 아시아국의 추세와 대조적으로 일본의 경우 혼혈 인구의 비중이 매우 높다. Copyright ⓒ 민병갑

이어서, 민 교수는 두 가지 표를 설명했다. 먼저 증가 추세에 있는 세대 및 성별에 따른 타민족과의 결혼율[표8]을 보여준 후, 그 현상이 지속되면 현재 일본의 모습을 갖게 된다는 비교표[표9]를 제시 했다. 혼혈 인구가 가장 높은 일본 커뮤니티는 이미 해체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인으로서의 민족성도 소멸되었고, 실제 SAT II 외국어 시험에 있어서 일본어는 적은 응시 인원과 낮은 점수대로 인해 존폐일로에 있다는 말이다.

타민족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구체적인 대안 제시

이러한 민족성 소멸의 문제를 지체시킬 수 있는 방법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민 교수는 그 답을 유태인 커뮤니티에서 찾았다. 그들처럼 우리도 민족 문화와 역사 교육을 강화해서 후세에게 한인 민족정체성을 심어주자는 말이다. 민교수가 제시한 유태인 커뮤니티의 민족성 고양 사례는 다음과 같다. 

  -유태인 커뮤니티는 대학마다 유태인 연구소와 유태인학과 (Jewish Studies)가 많이 있어서 민족문화, 역사를 가르치고, 또 유태인 경험에 대한 연구와 자료분석을 철저히 하고 있다.
  -유태인 커뮤니티는 정식 유태인 학교를 세워 15% 정도의 유태인 자녀가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를 유태인학교로 다닌다. 
  -유태인 학생들의 대부분이 유태인교회나 밖에 세워진 주말학교에 참석한다.
  -유태인 학생의 절대다수가 유태인 Summer camps에 참여한다.
  -유태인 커뮤니티는 족외결혼한 유태인 부부를 위한 워크샵과  retreats 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이에 반해, 재미한인 커뮤니티에는 현재 미국 학교 정규교육과 한국 민족교육을 겸한 학교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물론, 주말 한국학교가 1,200개 정도로 다른 아시아계 민족에 비해 잘 운영되고 있지만, 수강생이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다. 고등학생 숫자는 매우 적다. 한인 커뮤니티가 공적 영역에 민족교육을 겸한 정규 학교나 학과를 개설하는 것이 민 교수의 첫째 대안이다. 

한편, 타민족과 결혼한 한인 부부, 혼혈 한인들을 한인 사회로 끌어 당기는 것이 민 교수의 두 번째 대안이다. 혼혈 결혼을 하면, 대부분의 혼혈 자녀들은 소수계를 자신의 민족성으로 선택하지 않기에, 한인사회의 열린 자세와 컨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가정에서 자란 12만 입양인들을 한인 커뮤니티로 끌어 들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한국정부의 이민 장려 정책으로 이민자 수가 늘어나면 한국 정부와 한인 커뮤니티에게 상호 도움이 된다는 것이 민 교수의 세 번째 대안이다. 현재 한국 이민자 수는 일본 이민자 수 다음으로 적다. 일본처럼 이민자 커뮤니티가 자연 소멸되면 문화적 외교적 손실이 뒤따르는데, 이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강연을 마치고 수준 높은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사진은 강의를 마친 민병갑 교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참석자들의 모습. 뉴저지에서 12명이 단체로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Copyright ⓒ 뉴스M

평생을 한인 커뮤니티 연구에 몰두한 노 교수의 관심은 이제 "민족성 소멸"에 이르렀다. 참석자들은 사뭇 진지한 모습이었다. 어느 한 두 사람이나 단체가 힘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미나를 마치며 민 교수는 한인 커뮤니티가 단일언어와 세계화 되어가는 문화라는 장점을 갖고 있기에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고백도 더했다. 열띤 질의 응답 가운데, 민 교수는 다양한 언어, 다양한 문화 가운데 혈통을 이어가는 다음 세대들, 그리고 그들을 향한 관심과 투자가 보다 본질적인 '가치'에 역점을 두고 이어져 나가야 할 것으로 참석자들과 함께 뜻을 모았다. 

 

노용환  noh@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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