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 ‘자전거 타기’도 사회참여
사우디 여성, ‘자전거 타기’도 사회참여
  • 김동문
  • 승인 2017.07.21 0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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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최초의 여성 자전거 동호회 '비씨클리타'
사우디아라비아 젯다의 자전거타기 동호회 비씨클리타 회원들.

온통 검은 색의 옷을 입고 머리에는 자전거 헬멧을 착용한 30여명의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다. 아랍 지역의 TV 뉴스에 나온 장면이다. 자전거 타고 해변길 달리는 것? 한국인들에게는 겉으로 보기에 그냥 평범해 보이는 장면일 수 있다. 뭐 이런 것이 다 뉴스인가? 

자전거타기는 건강한 운동이다. (아랍 지역 언론 중동방송(MBC)뉴스 화면 갈무리)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젯다(Jeddah)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우디 최초의 여성 자전거 주행 동호회 비씨클리타(Bicicleta)이다. 1년 반 전에 결성된 이 동호회는 30여명의 여성 회원들이 매주 정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자전거타기 기본 과정도 제공하고, 젯다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 주행도 즐기고 있다. 이 동호회는 니디마(Ndima Abu El-Enein)에 시작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들은 자전거를 아예 탈 수가 없었다. 금지되었고, 금기사항이었다. 그런 사우디에서 여성들의 자전거 이용이 허용된 것이 지난 2013년 4월의 일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주행 허용이지만, 등하교나 출퇴근용으로는 허용되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취미 활동을 위하여 허용된 것이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은 공원이나 탁 트인 모래 들판이다. 남녀가 잔뜩 몰려있는 공간에서의 탑승은 금지되었다. 물론 머리에서 발끝까지를 감추는 정숙한 복장 착용은 기본이다.

자전거동회회 비씨클리타 회원들

그런데 이 뉴스를 접한 온라인 반응은 제각각이다. “아주 감동적이에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저는 자전거부터 사야겟습니다. 저를 기다려주세요.”(라니아 쿠르디) 하는 목소리부터 보수적인 사우디 남성들이 드러내는 다소 거북스러운 감정과 독설도 이어진다. “서커스단의 원숭이들까지 자전거를 타고 난리네!”(SS), “아니, 길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까? 이것 말도 안 되는 짓이에요. 상식적이지 않아요. 당신들에게 안전한 곳에서나 자전거를 타야하는 것 아닌가요?”(무함마드 앗-디야비) 하는 다양한 반응들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에서 상영된 최초의 사우디 영화 '와즈다', 주인공 10살 소녀 와즈다의 자전거타기 금기 도전을 다뤘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내게는 영화 한 편이 다가온다. 2014년 6월 19일 한국에서 개봉한, 사우디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의 영화 〈와즈다〉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공 영화관이 없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들어진 영화이다. 사우디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하이파 알-만수르의 영화 〈와즈다〉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3관왕을 차지하고,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19개 부문 수상, 18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사우디 여성의 '자전거타기'가 허용되었다는 지역 언론 보도(알-아라비야 뉴스 영상 갈무리)

영화는 우리에게 ‘자전거타기’라는 익숙한 주제로 시작한다. 그런데 질문은 당황스럽다. “왜, (사우디에서) 여자는 자전거를 탈 수 없어요?” 여성이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없는 나라 사우디에서, 주인공 소녀 와즈다의 꾸밈없는 시선과 일상 이야기를 통해 만나는 사우디의 현실이 가혹하게 담겨있었다. 아주 강력한 남아선호, 가부장제, 여성차별과 혐오 가득한 말과 관행들을 노출하였다.

자전거 동호회 비씨클리타 회원들

이 영화가 개봉된 이후에 사우디 사회에도 작지만 변화가 일어났다. 2013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권선징악위원회(일명 종교경찰청)은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앞서 언급한 자전거 주행을 허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비씨클리타 같은 동회회가 만들어져 활동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은 이슬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흔히 종교성만 가득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의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다. 한국 언론에 사건, 사고로만 접하는 그 나라들이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그곳에도 존재한다. 그들과 한국인 사이에 정도와 형편, 처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과 아랍인들의 일상 속에서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떠올린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지극히 지루한 일상이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기적이고 갈망인 것을 떠올린다. 자전기타기 운동, 운전금지조항 어기기 운동, 자유 복장 입기 운동 조차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에게는 엄청난 금기의 벽과 맞서는 것이다. 소박해 보이지만 용기있는 움직임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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