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주장의 덫에 걸린 '죽어야 사는 남자'
악의적 주장의 덫에 걸린 '죽어야 사는 남자'
  • 김동문
  • 승인 2017.07.24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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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남자’, ‘이슬람 희화화’ 논란 다시 읽기
죽어야 사는 남자. (MBC 누리집 갈무리)

'죽어야 사는 남자'(MBC) 드라마가 이슬람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죽어야 사는 남자’ 제작진은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긴 한글과 영어, 아랍어의 3개국어로 된 짧은 사과문을 올렸다.

‘죽어야 사는 남자’ 내용은 아랍 및 이슬람문화를 희화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부적절한 묘사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는 MAY 라는 영어 트위터 사용자의 왜곡된 주장도 담겨있었다. 그럼에도 이 트윗을 공유한 한국인 트위터 사용자나 한국 언론은 이것을 확인하지 않았다. 기사로 이 소재를 다룬 기자들 중 얼마 정도가 드라마를 직접 보고 관련 내용을 확인했는지 궁금하다. 한 두 매체에서 먼저 관련 기사가 나오고, 지금은 그 기사를 재활용한 기사까지 등장한다. 새롭게 발굴한 기사가 아니라, 거의 짜깁기, 퍼나르기 수준의 기사들이다. 이 주장을 먼저 퍼뜨린 영문 트위터 사용자 MAY의 트위 내용은 확인 했을까?

트위터 사용자 MAY는 드라마에 나오지 않거나 내용 전개와 무관하게 재구성한 자신의 주장을 드라마 속 갈무리 장면을 엮어서 퍼뜨렸다. 그 중 대표적인 경우 두 가지를 들어본다.

"공주 한 명을 사고 나머지 두 명을 무료로 가져가'라는 장면은 허위이다. (화면 갈무리)

"공주 한명을 사고 나머지 두 명을 무료로 가져가’’라는 장면- “더 할말이 없다”며 “우리는 2017년에 살고 있고, MBC는 1001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대사는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 1화를 보면 쉽게 그 악의적 주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는 이 내용이 나오자 않는다. 트위터 사용자의 악의적인 편집이고 주장으로 보인다.

아랍 이슬람 지역에서 중매결혼이나 집안 어릐신의 주도로 이뤄지는 결혼이 여전히 대세이다.

공주에게 결혼을 명령하는 장면에서는 “이곳에서의 결혼은 명령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이것은 트위터 사용자 MAY의 또 다른 왜곡이다. 자의적 해석에 과도한 주장을 곁들이고 있다. 드라마에서 왕(아미르)이 공주에게 결혼하라고 명령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극중에서 최민수 씨가 맡은 배역인 싸아이드 푸아드 알리에게 왕(아미르)이 지시(명령)하는 장면이 나올 뿐이다.

전통보수적인 분위기가 아직은 많은 아랍 지역에서 자유연애를 통해 결혼보다는 중매 또는 집안 어른들이 맺어준 결혼이 아직은 더 많다. 한국에서도 유력가문일 수록 집안 어른들이 맺어주는 결혼이 결코 자유로운 결혼 보다 더 많다.

남자가 죽어야 산다 드라마에 대한 시청거부 운동과 사과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이 이어졌다. (화면 갈무리)

그런데 궁금한 것은 MBC의 태도이다. 사과문 발표는, 트위터 사용자의 주장 속에 뒤섞인 이런 악의적인 주장들에 대한 사실 확인은 했을까? 한국 언론은 이 영어 사용 트위터 사용자의 주장을 한국어로 옮긴 내용을 단순 퍼 나르기 수준의 기사를 경쟁적으로 작성했다. 이렇게 습관화된 부주의함이 아랍 이슬람 세계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배려 부족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방송 폐지 목소리와 시청 거부 운동에도, 적잖이 왜곡된 정보와 그에 바탕을 둔 거부감도 한몫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하여 MBC가 이 드라마에서 노출한 현지 문화와 삶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아랍어 표기에 얽힌 부주의함이 비판에서 제외될 사안은 아니다.

'죽어야 사는 남자' 이슬람 희화화 논란 관련, 그 관련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이라는 기본적인 수고도 하지 않은 대 다수의 한국 언론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가장 먼저 퍼뜨린 이의 주장에 담긴 악의적 왜곡의 이유에 대해서는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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