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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살인과 이언주의 망언'낙인 효과'라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이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19일 국내외 모든 언론은 일제히 “이스라엘 기독교인 아버지, 무슬림 남성 사귀는 딸 살해” 라는 사건을 보도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명예살인(Honor Killing)’이라는 용어로 종교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명예 살인은 무슬림들이나 인도 북부에서나 행해지는 것으로 오해되어 왔다. 특정 종교의 잔인함이 드러나는 용어였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기독교인도 이른바 ‘명예살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영화 ‘그을린 사랑’(드니 빌뇌브 감독, 2011)에서도 기독교인의 명예 살인을 피하는 것으로부터 영화는 시작 한다.

그동안 명예살인 하면 기독교 이외의 종교에서 일어난 문제로 인식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2013년 예멘에서 약혼자와 결혼 전에 연락을 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15살 짜리 딸을 불태워 죽이는 사건이 있었고  2006년 영국 버밍엄에서는 가족이 정해준 결혼 상대와 결혼한 후 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도망나와 다른 남자를 만나자 쿠르드 족 출신의 아버지와 삼촌들이 여성을 살해한 일도 있었다. 수아드(가명)라는 팔레스타인 여성은 혼전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가족들은 '가문의 수치'라며 수아드의 몸에 석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불붙은 몸으로 도망하다가 거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 과정에서 아이를 조산한다. 마침 병원에 들렀던 국제여성인권단체의 활동가의 도움으로 유럽으로 후송된 그녀는 목숨을 건졌고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명예살인 뿐 아니라 ‘명예 보복(Honor Revenge)’도 있다. 최근 파키스탄 경찰은 펀잡 지방의 어느 마을 남성 십여명을 체포했는데 이들은 12살짜리 소녀를 성폭행한 남성의 16살 짜리 여동생을 보복 강간한 혐의였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에 ‘명예’라는 단어가 더럽혀 지고 있다.

김동문 기자는 본지에서  이스라엘 기독교인의 딸 살해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종교 문제처럼 부각되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명예 살인은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김동문 기자도 지적했듯이 특정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하워드 베커는 이런 현상을 ‘낙인 효과’라고 불렀다.

자신들과는 다른 특정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에게 낙인을 가함으로써 자신들이 사회적 우위를 점령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에게 낙인을 부여함으로써 이성애자를 우위에 두려는 심리, 진보적 의식의 사람들에게 ‘빨갱이’낙인을 부여하는 행위 등도 낙인효과에 포함된다.   

2013년 요르단 암만의 중학교 3학년 학생 856명을 대상으로한 연구 조사 결과 남학생의 46% 여학생의 22%가 명예 살인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특정 지역의 일회적 조사를 가지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으나 10대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낙인 효과다. 그들 기준으로 보기에 ‘행실이 건전하지 못한 사람들’을 낙인함으로써 '건전한'그들의 미래를 보장받고자 하는 심리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고급 아파트에 사는 청소년들이 이웃 임대아파트에 사는 청소년들과 교제 하지 않으려는 것, 그들의 부모가 학군을 나누어 달라고 교육청에 압력을 넣는 것 등이 모두 낙인효과다.

이들의 심리는 명예살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잘하고 집안 좋은’ 우리 아이들에 의해 사회가 건전해 질 수 있도록 너희들은 희생당해 달라는 의미에서 일종의 명예 살인이다.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언주 의원은 25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해 “일자리가 없어지면 소득이 오르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적용할 때는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함께 해야 한다” 며 자신 또한  “아르바이트 월급을 떼였어도 노동청에 고발하지 않았다”고 강조함으로써 학교 급식 노동자를 비하 발언에 이어 또 한차례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어 “지난해 임금 체불 규모는 1조4000억원으로 일본의 10배가 된다”며 이언주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언주 의원의 이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공동체 의식’이 있다. 함께 살아야 한다며 특정 계급의 희생을 강조한 것인데 이런 의식이야 말로 공동체를 위해 특정인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낙인효과에 다름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 건너편에서 ‘명예 살인’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사건을 보고 그 사회의 ‘후진성’을  탓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공간에서 명예살인과 다름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동네에 장애자 시설이 들어와서는 안되며, 임대주택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어울려서는 안된다. 미국의 경우 흑인과 노숙자들은 사회의 명예를 가로 막는 암적 존재로 인식된다.

이언주의 이번 발언은 명예 살인이라는 개념이 일반 사람도 아닌, 중동의 어느 나라 사람도 아닌 입법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김기대  newsm@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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