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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이제 두려움을 조직하라김기춘 조윤선에 대한 법원 판결에 드러난 기득권의 반격

조윤선 전문화체육부 장관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3년 밖에 선고 받지 않았다. 물론 3심까지 두 번의 선고가 더 남아 있지만 상급심에서 하급심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예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게다가 문무일 새 검찰 총장의 알듯 모를듯한 한시 낭독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을 비아냥 대는 것처럼 읽힐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제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대로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90%대에서 70%대로 떨어질 특별한 하자가 있었던가? 이건 문재인 대통령이 아주 잘하고 있다는 열혈 지지자의 마음이 아니다. 지지율의 허상을 보자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여전히 감동을 주며, 김연아와의 악수 장면까지 '박근혜 악수 거부 사건'과 맞물려  SNS를 타고 있다.  게다가 이 감동 드라마에는 김정숙 여사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지 여부에 상관없이 훈훈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이 청와대 발로 매일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자들에게 지지율 하락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여론조사에는 나타나지 않는) 증거다. 거품은 감동으로 잡을 수 없다. 빠지는 거품에는 문재인 정부의 우유부단한 대북정책이나 노동정책에 대해 실망한 진보 세력도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의당이 현실적으로 대안이 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수치는 미미할 것이다. 그럼 누가 빠져 나가는가? 자유한국당도 대안이 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보수 세력이 빠져 나가고 있는가?

 

한국에서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항상 보수적인 의견들이 높게 잡힌다. 오랜 독재 정치의 트라우마는 자신이 노출되었다고 느끼는 여론 조사에서 자기의 정치적 성향을 숨기고 안전한 쪽으로 의사를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 두려움이 작동한 것이다. 실제로 여론 조사 설문이 기계음이냐 조사원의 실제 음성이냐에 따라 반응도 달라진다고 한다. 기계음일 때 더욱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다. 

유일하게 지난 대선에서만 문재인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실제 선거에서 적게 나왔다. 하지만 이것도 예외라고는 할 수 없다. 여론은 '촛불'이라고 하는 안전한 대세에 편승했다가 실제 투표에서는 기권하거나 다른 편을 들었다.  이 또한 완전한 익명이 보장되지 않는 여론 조사에서 촛불을 거스를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작동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지금의 지지율 하락은 두려움에 좌우되는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초기의 개혁 드라이브가 생각보다 부드럽게 나타나자 권력 이동 과정에서 잠시 움츠려 있던  두려움이 사라진 결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구 경북을 겨냥한 동진 정책을 썼다가 실패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연정 발언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상대방이 두려워하는 정책을 써야 하는데 집권 세력이 먼저 두려움을 표출하자 저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야수의 속성을 드러내었다.

칼 슈미트는 나와 적을 구별하는 것이 정치라고 했다. 물론 이 주장이 히틀러에게 채용됨으로써 칼 슈미트는 2차 대전 후 전범 재판에 서기까지 했지만 21세기 정치 현실에서 좌우 가릴 것 없이 정치 철학자들이 슈미트를 다시 소환해 내고 있는 이유를 잘 읽어야 한다. 근대적 합리주의에 기초한 민주주의 제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 벨리의 '군주론' 역시 진보 세력들에게 다시 읽히고 있다. 최장집은 경향신문 칼럼(2013년 2월 25일) 에서 마키아 벨리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정치와 권력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강한 한국의 지적 환경에서, 마키아벨리는 특히 민주진보파들에게 필요한 철학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는 권력의 긍정적 측면을 일깨우고, 어떤 정치인이 바람직한 목적 의지를 가졌다면 그것이 얼마나 좋은 가치인가를 앞세우기보다 실제로 그것을 성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치는 ‘가능주의’(possibilism)의 정치 이론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정치학자이자 출판인인 박상훈도 비슷한 관점에서 마키아 벨리가 현재 시점에서 진보세력에게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지도자가 정치의 본질을 깨닫고 담대하고 과감하게 운명을 개척해 간다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 전환기의 대과업을 완수하고자 한다면 그리 하라. 자신의 선한 의도나 진정성만 앞세우지 말고 성과를 내라. 제대로 된 정치 세력을 조직하라. 집권하라. 개혁을 완수하라. 부디 그 일을 하라. 그게 제대로 된 군주, 즉 지도자다.

 

그렇다고 지금 대의민주주의 말고 특별한 대안이 없는게 현실인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결국 정치 기술로 이걸 해결해야 하는데 그건 두려움을 조직하는 일 밖에 없다. 정부가 반대 세력을 두려워 하는 게 아니라 기득권 세력이 두려워할 만한 일들을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합리적 민주주의자'들은 시대가 어느 때인데 칼 슈미트를 이야기 하고 마키아 벨리를 들먹이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합리적 민주주의자들도 두려움에 사로 잡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자신은 북한(또는 노동정책)에 대해 얼마든지 전향적일 수 있지만 보수 세력을 고려해서 문재인 정부의 어정쩡한 대북 전략(또는 노동정책)을 당분간을 밀어줘야 되지 않겠냐'는 마음이 있다면 그 또한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신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자 몸조심으로 이런 상태를 유지하다가 내년 지방 선거에서의 승리 이후 본격적인 개혁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유화 정책은 반대 세력들의 두려움 제거에만 도움을 줄 뿐이다. 두려움을 이겨낸 세력들의 반격으로 별로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진보 정부에 적대적인 보수 언론에서 조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감동 스토리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당신들은 딱 그까지만 하라는 이야기다.

합리적 민주주의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아니다. 지금은 권력을 조직할 때고(박상훈), 어떻게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기능주의적 접근(최장집)이 필요한 때다. 두려움을 만들어 내는 일은 그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김기대  newsm@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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