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이 꼽은 최악의 기자, "정말 바보같았다"
세월호 유족들이 꼽은 최악의 기자, "정말 바보같았다"
  • 유지영
  • 승인 2017.07.29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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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공범... 잊지 않을 것" 27일 공영방송 피해자 증언대회서 밝혀
▲지난 27일 오후 국회에서 공영방송 KBS·MBC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피해자 증언대회는 세월호 참사, 4대강, 친일 독재 미화,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망, 사드 배치, 철도노조 파업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행해졌던 공영방송의 대표적인 보도 참사를 다뤘다.ⓒ 유지영(오마이뉴스)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KBS·MBC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심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을 최악이라고 꼽았다. 유 위원장은 "저희 가족들이 대표적으로 꼽고 있는 것이 '심정은 어떻습니까' '시신을 찾았다는데(유해가 발견됐다는데) 심정이 어떻습니까'다. 이런 질문은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일갈했다. 

유 위원장은 "현재는 미수습자의 유해 수습이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을 하고 있을 뿐이지 결코 저 보도들을 잊은 건 아니다"라는 점 또한 강조했다.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에서 주최한 이날 피해자 증언대회는 공영방송에서 나온 최악의 보도를 하나씩 선정해 피해 당사자들과 함께 보고 하나의 보도가 어떤 해악을 미쳤는지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유경근 위원장은 이날 "KBS와 MBC도 문제지만 언론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현재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와 관행을 짚었다. 

유 위원장은 가장 먼저 "참사 당시 진도 체육관이나 팽목항에서 자신이 기자라는 걸 숨기고 심지어 유가족이라고 소개를 하면서 피해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기사를 써내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유 위원장은 참사를 어떻게 취재하고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 그 규칙이나 매뉴얼이 전혀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린 후 "그런 상황에서 속보 경쟁에 압박을 받아 취재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기자들이 쫓겨서 했던 취재 방식이 지금까지도 유가족들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해도 저거보단 기자 잘 하겠다"

유경근 위원장은 이날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한국 언론의 보도 참사가 과연 언론사나 개인의 자정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지 그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전원 구조' 오보를 지적하면서 "오보라는 걸 인정한 후에도 계속 전원 구조됐다는 자막이 나왔다.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과연 언론사 사주나 사장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한가?" 

"저희 유가족들이 그런 농담을 한 적도 있다. '왜 기자들을 시험봐서 뽑지? 내가 해도 저거 보다는 잘할 것 같은데' '혹시 받아쓰기를 얼마나 빨리 잘하는지에 따라 기자를 뽑는 게 아닐까?' 같은." 

유 위원장은 "매우 악의적이고 정치적인 시각으로 판단을 해서 정권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방어를 하고 정권의 시각을 철저하게 따라간 언론들이 있다"며 몇 가지 질문을 제기했다. "왜 이 문제를 정말 자신의 일로 여기고 해결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그러면 그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변하고 시대가 변했을 때도 과연 해쳐나갈 수 있을까? 외부에서 정치적인 힘으로 그 문제를 해결해주면 과연 그 안에서는 그 힘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까?" 

그는 마지막으로 이날 자리에 모인 구성원들에게 "어떤 보도가 잘못됐느냐를 떠나서 언론이 공범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 보도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답을 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KBS·MBC 피해자 증언대회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 4대강 ▲ 친일독재 미화 및 역사 왜곡 ▲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망 ▲ 사드 배치 ▲ 성과연봉제 및 철도노조 파업 등의 주제가 다뤄졌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을 지나면서 공영방송이 낳은 피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의 왜곡 보도를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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