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팔레스타인이다" 존 맥콜건의 다큐
"이것이 팔레스타인이다" 존 맥콜건의 다큐
  • 김동문
  • 승인 2017.07.31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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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그들의 아픈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절대 다수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바라는 것은 인권과 평안을 보장받는 삶이다. 두 국가체제 실현이 눈앞이었던 20년전의 꿈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영화 화면 갈무리)

예루살렘 구시가지 이른바 ‘성전산’으로 불리는 지역을 둘러싼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과 갈등 뉴스가 최근에 우리 가까이 다가온다. 지난 30일에는 이스라엘군 엘로르 아자리아(Elor Azaria, 20)의 항소가 기각되었다는 뉴스도 들어왔다. 그는 지난해 3월 24일 팔레스타인 자치도시인 헤브론 텔 루메이다(Tel Rumeida)에서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다가 부상당한 한 팔레스타인 남성을 조준 사격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비고의적 살인혐의로 기소되어 지난 2월 21일 1심에서 18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가자지구의 어린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아프게 정겹다. (영화 화면 갈무리)

적지 않은 한국 기독교인들이 성지순례를 이유로 매년 이스라엘을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와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팔레스타인의 존재감은 작고 많이 부정적이다. 우리에게 팔레스타인은 어떤 존재로 다가오고 있을까?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난민의 자녀, 후손으로 태어나 난민으로 살고 있는 이들, 점령지 백성으로 태어나 점령당한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해 맹목적인 호감과 친근감을 느끼는 것에 비한다면, 많이 부정적인 존재로, 역사적 근거도 없는 블레셋의 후손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15년 2월에 개봉한 영화 ‘오마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제빵사 오마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분리장벽을 넘나들며 사랑과 점령지 백성의 일상을 살아간다. 이스라엘 점령지 곳곳에서는 분리장벽이 더 넓게, 더 높게, 더 든든하게 세워지고 있다. 그 와중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옥은 파괴되고, 주민들은 내쫓기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애쓰는 브첼렘(B'Tselem), 인권을 위한 랍비들(Rabbis for Human Rights) 등 여러 인권 단체들의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예쉬 그불’(Yesh Gvul. ‘한계는 있다’) 같은 서안 점령지역에서의 병역을 거부하는 운동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것이 팔레스타인이다' 다큐멘타리를 제작한 존 맥콜건 감독. (영화 화면 갈무리)

아일랜드의 존 맥 콜건 (John McColgan ) 감독이 제작한 팔레스타인 다큐멘터리가 눈길을 끈다. 지난 6월에 공개된 영상이다. 정의로운 세계를 위해 일하는 아일랜드 인권 자선 단체 Trocaire와 함께한 10일간의 팔레스타인 여행기이다. 무슨 일이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기록 영화에서 주목하고 있는 곳은 이스라엘의 지배 아래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이다. 그 가운데는 동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자치도시 헤브론도 들어있다. 이스라엘 안에는 이스라엘 직접 관할하는 점령지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치안과 행정을 맡는 자치도시 등으로 나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가자지구. (영화 화면 갈무리)

이스라엘군은 이곳 헤브론 구시가지 일부 지역을 점거한 유대 정착민들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 일부 구간의 상점과 업소를 폐쇄하고, 불심 검문과 검색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황폐화된 마을과 찾는 이도 별로 없는 구시가지의 상점들의 쓸쓸한 풍경은 상징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엘로르 아자리아(Elor Azaria, 20) 사건도 그런 배경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10여 년 이상 봉쇄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 가자 지구 주민의 일상은 또 어떠한가? 어린이들에게서 발견되는 트라우마,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생계를 유지하고자 애를 쓰는 농부와 어부, 도시민들, 유목민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팔레스타인인의 인권을 위해서도 싸우는 이스라엘인들의 모습도 담겨있다.

평화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두 국가체제를 지지하는 이스라엘인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영화 화면 갈무리)

문득 지금 상영 중인 군함도를 비롯한 일본제국주의의 지배를 받던 시절의 이야기가 연상된다. 직접 겪지 않았음에도 그 과거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려오는 우리의 역사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지나간 과거이지만, 지금 그 비슷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20년 전에 실현 직전까지 갔던, 땅을 공유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체제를 세워 살아가는 평화안이 어떻게, 언제 실현될 수 있는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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