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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의 날개를 가진 안철수의 갑질그의 고집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적 손실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한국 시간으로 3일, 8월에 있을 국민의 당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선언하자 국민의 당 소속의원 12명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우리는 대선 패배와 증거조작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면서 반대 성명을 냈다. 반면 안 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당을 개혁의 출발점에 세울 혁신의 기수를 찾는 게 이번 당 대표 선거”라며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 전대표는 안중근 의사까지 들먹이는 비장함으로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국민의 당 12명의 반대 의원들뿐 아니라 여론은 좋지 못하다. 일단 문준용씨 관련 제보 조작사건으로 당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고 대선패배(3등)의 책임 당사자로 근신의 기간이 필요한데도 전면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이 생각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안전대표가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나 차기 대선 후보군에서 여전히 빈약한 자원 밖에 없는 보수 야권과 연대하는 일인데 어느 경우가 되었든 지지율의 상승은 다소 가져올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안철수의 공간은 갈 수록 좁아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난 대선에서 얻은 21.4%가 적지 않은 수치고, 호남의 전석을 석권하고 있는 국회의원 숫자에서 자신감을 얻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진보 중도 진영의 마음을 돌려 놓기에는 역부족이다. 안철수는 문재인 정부 지지자뿐 아니라 보수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도 이미 희화화의 대상이 된 상태인데  안철수와 그 주변만 모르고 있는듯하다.  

그러면 안철수는 왜 이렇게 권력에 집착하는가?

의사출신의 컴퓨터 바이러스 개발 회사의 CEO로 그가 이룬 성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부인까지 (남편의 입김이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서울대 교수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최상위 계급이다.  그가 정치를 하려는 이유는 그가 가지지 못한 마지막 한 가지 권력을 잡고 싶은 거다. 이렇게 말하면 안철수를 너무 폄하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니 고쳐 말하면 내가 해야만 나라가 바로서고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책상머리 엘리트의 착각이 그를 지배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엘리트라고 할만한 사람이 정권을 잡은 예는 없다. 아이러니 하게도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이 가장 엘리트였다. 프린스턴 대학 박사출신의 이승만은 아직 왕조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던 해방공간에서 자신이 전주 이씨 즉 조선왕조의 피를 가진 인물이라고 '갑'임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승만의 실패는 여기서 말할 필요가 없을 사안이다. 안철수가 종씨인 안중근 의사를 들먹이는 것과 오버랩된다.

이후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엘리트가 집권한 예는 없다. 한때 이회창 박찬종 박철언 등이 차기 지도자로 호명되었었지만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것은 정치 현장은 책상머리 논리로는 설명될 수 없는 곳이라는 말과 같다.

하지만 안철수는 여전히 자신의 엘리트성이 최종 완성되는 단계가 안중근 의사처럼 '조국을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요즘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내가 해야만 잘할 수 있다'는 갑질에 다름 아니다. 안철수는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신설 비명문대학 의대학장으로 부임한다. 안철수 세대의 사회 분위기로 볼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졸업 후 서울대 의대에 남는 것이 서울의대생의 꿈이었지 신설대학의 학장직에 눈을 돌리는 의대졸업생들은 없었다. 물론 용의 꼬리가 되는 것보다 닭의 머리가 되겠다는 시각으로 보면 굳이 탓할 일은 아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신설 의과대학을 키워보겠다는 비장한 의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20대 학장이라는 '명예'만 이력에 한 줄 남긴 채 그 대학에 오래 봉직하지 않았다. 이후 그의 삶은 모두 그랬다. 자신을 알아주는 양지만 기웃거리다가 마음에 안 들면 뛰쳐나오는 식이었다.

강준만 교수(전북대)는 '개천에서 용나면 안 된다.- 갑질 공화국의 비밀(인물과 사상, 2015년)'에서  이런 현상을 이카로스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이카로스는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다가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어 태양에 가까이 갔다가 날개가 녹아 추락한 그리스 신화의 인물이다. 강준만은 이것을 경로의존(Path Dependency) 이라고 부른다. 한번 경로가 결정되고 나면 그 관성과 경로의 기득권 파워 때문에 경로를 바꾸기 어렵거나 불가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정치 지도자들에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강준만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을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끔 만든 개인적이 특성을 갖고 있다. 그 특성은 처음에는 장점이었지만 곧 단점, 아니 자신을 파멸케 하는 독약이 된다. 그 특성을 자신의 위상과 시대적 흐름이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도 계속 써 먹으려고 들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한 대로 끝장을 보려고 하는 심리, 일관성이 있다고 칭찬하기에는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정말 크다.

 

강준만 교수의 이 분석처럼 정확하게 안철수 현상을 잘 설명하는 게 또 있을까? 그는 초기의 장점을 단점으로 승화(?)시킨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다. 초기의 장점을 '갑'으로 인정해주는 사회에서 벗어나 '을'이 되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는 '갑'으로서 자신의 장점을 아무데서나 인정받고 싶어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그가 보기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정치 세력들은 아직 날지 못한 개천의 용에 다름 아니다. 그런 '비루한 을'들이 날지 못하게 하는 사명감이 있는데 지난 대선에서 실패하자 자신이 다시 한번 날겠다며 이카로스의 날개 짓을 시작했다.

군대에서, 중소 기업에서 조그만 힘이라도 가진 자들의 갑질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갑질이 과연 안철수에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한편 안철수 전대표가 안중근 의사를 거론하고 있던 3일, 휴가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1800톤 급 잠수함인 안중근함을 방문했다. 휴가중이던 문대통령은 휴가차 머물고 있는 진해 해군 기지 사령부 인근에 있는 잠수함 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곳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안중근함 내부까지 들어가 내부를 돌아보고 안중근함의 성능과 무기체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또한 인근 바다에서 전투 수영 훈련 중이던 해군 사관학교 생도들과 함께 셀카를 찍으며 생도들을 격려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안중근 의사가 같은 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부각된 우연이었다.   

김기대  newsm@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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