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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는 누구 겁니까?' 패러디한 드라마, 삼성도 디스?[TV리뷰] tvN <변혁의 사랑>, 비현실적 스토리임에도 흥미로웠던 이유
▲3일 종영된 tvN드라마 <변혁의 사랑>은 망나니 재벌 3세의 변화를 그렸다.ⓒ tvN

변혁 : 아버지가 가진 힘이요? 경찰도 매수하고 검찰도 매수하고 막 그러시려구요? 언제까지 그런 게 통할 거라고 보세요

변강수 회장 : 앞으로도 주욱 먹힐 거라고 본다.

3일 방송된 tvN 주말 드라마 <변혁의 사랑> 최종회에서 주인공 변혁(최시원)과 아버지 변강수 회장(최재성)이 나눈 대사다. 

<변혁의 사랑>은 강수그룹의 망나니 재벌3세인 변혁이 백준(강소라), 권제훈(공명)과의 만남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 구도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변혁은 차츰 강수그룹 내부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부조리를 인식한다. 그러나 현실과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마침 한창 드라마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던 시점인 지난달 20일 한화그룹 재벌 3세가 "너희 아버지 뭐하시냐"며 국내 최대 로펌 변호사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었던 사건이 불거졌으니 말이다. 또 백준과의 로맨스나 변혁·권제훈·백준과의 삼각관계는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변혁의 사랑>은 시류와 절묘하게 얽혀 흥미를 자아내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 11월 19일 12회차 방송분에서 권제훈과 변혁은 변강수 회장이 BS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을 포착한다. 이때 권제훈은 상사인 설 전무에게 이렇게 묻는다. 

"도대체 BS는 누구 겁니까?"

2일 방송된 15화, 그리고 3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드디어 BS의 정체가 드러난다. BS는 변강수 회장이 탈세를 목적으로 세운 유령회사였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한동안 소셜 미디어상에서 유행했던 전직 대통령과 연관된 유행어가 떠오른다.

"도대체 다스는 누구 겁니까?"

세대간 결별, 그리고 적폐 청산 

<변혁의 사랑>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적폐'로 규정 가능한 구세대와의 결별이다. 백준은 '가성비' 높은 알바만 찾아 다닌다. 또래 젊은이들 대부분이 대기업 일자리를 갈망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백준이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않은 건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이다. 

백준의 아버지인 백승기(전배수)는 변강수 회장의 측근이었으나 뇌물 수수 혐의로 쫓겨나고야 만다. 정확히 말하면 변 회장이 뇌물 혐의를 씌워 백승기를 내친 것이다. 해고 후 백승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투신하려 한다. 어린 백준은 투신하려는 아빠를 보고 작디 작은 주먹을 불끈 쥔다. 백준이 정규직 일자리를 마다한 건 이런 아픔 때문이었다. 

백준의 삶의 방식은 '대학 졸업, 다음은 취업'이란 우리 사회의 공식을 무너뜨린다. 물론 많은 대졸자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게 현실이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사회의 공식과 아랑곳없이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하는 젊은이들은 분명 있다. 권제훈 역시 변강수 회장 집사 노릇에 만족했던 아버지와 단절을 선언한다는 점에서 백준과 비슷한 길을 간다. 

▲<변혁의 사랑> 출연진. 왼쪽부터 최시원, 강소라, 동영.ⓒ tvN

무엇보다 세대간 결별은 변강수 회장과 변혁의 갈등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변혁은 BS의 실체를 떳떳하게 드러내고 그간 탈세한 세금을 자진 납부하자고 아버지를 설득한다. 그러나 변 회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탈세를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변명한다. 이때 변혁은 아버지에게 외친다. 

"그 검은 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백승기씨가 필요했습니까? 얼마나 많은 백승기, 얼마나 많은 권제훈을 희생시키셨냐고요! 

돈을 위해서 적당한 불의 눈감아 주는 거 아버지 때나 통했던 겁니다. 지금은 아니라구요."

결국 변 회장은 탈세 혐의가 드러나 영어의 몸이 된다. 총수 구속에도 강수그룹 주가는 오히려 오른다. 이러자 변혁은 '강수그룹이 아버지 혼자만의 회사는 아니었음이 증명됐다'고 고백한다. 또 변 회장의 아내 정여진(견미리)은 백준을 찾아와 "난 적폐청산 같은 거 잘 모르지만 변 회장은 반성 좀 해야 해"라며 격려한다. 

이 대목에서는 재벌 3세이자 그룹의 유력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도 오히려 삼성전자 주가가 올랐던 일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개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적폐가 낱낱이 드러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대간 결별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전 세대가 비리쯤은 적당히 눈감아 주는 세대였다면, 현 세대는 전 세대가 만들어놓은 틀 따위는 아랑곳 없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니 말이다. 

지난 주 종영된 KBS 2TV 드라마 <마녀의 법정>도 세대간 결별을 그렸다는 점에서 <변혁의 사랑>과 비슷한 구도다. 주인공 마이듬 검사(정려원)와 여진욱 검사(윤현민)은 영파시 시장 조갑수(전광렬)를 쫓는다. 두 사람 모두 조갑수와 얽힌다. 

조갑수는 형제공장 성고문 사건의 주범이며, 마이듬의 엄마 곽영실(이일화)은 성고문 피해자다. 곽영실은 20년 전 조갑수가 형사처벌을 피하자 그의 성고문을 입증할 증거를 들고 민지숙 검사(김여진)을 찾아갔다가 도리어 조갑수에게 납치, 감금된다. 곽영실을 감금한 정신병원의 원장이 여진욱 검사의 엄마 고재숙 박사(전미선)였다. 마이듬 검사와 여진욱 검사는 조갑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전 세대의 아픔과 부조리를 들여다 보게 된다. 마 검사와 여 검사는 끈질긴 추격 끝에 조갑수를 법정에 세우는 데 성공한다. 조갑수에 대한 단죄는 그야말로 적폐청산이었던 셈이다.

한화 그룹 재벌3세의 폭행 행각에서 알 수 있듯 아직 구체제의 기득권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바라는 건 아직 일러 보인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둘러싼 공기가 분명 달라졌음을 느낀 것만으로도 유쾌하다. <변혁의 사랑>은 이런 점에서 흥미로웠다.

지유석  luke.wyclif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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