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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빈센트> 헐리우드에 반기를 들다.빈센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빈센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영화

<러빙빈센트>가 2017년 유러피안 필림 어워즈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8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2018년 아카데미도 기대가 된다. 무엇이 이 영화를 주목하게 만드는가?


움직이는 빈센트의 그림을 본다는 것은 황홀한 경험이다. 뛰어난 미술적 감각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던 이 영화는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면서 마치 미술관을 둘러보는 듯한 예술 감상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였다. 유화 애니메이션, 어떻게 보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기법과 기술의 조합으로 만들어졌지만 빈센트 반 고흐의 식지 않는 인기와 더불어 영화의 모든 프레임을 빈센트의 기법으로 그린 유화로 제작되었다는 것 하나로 신장르가 탄생한 것이다. 무엇이 이 영화를 의미 있게 하는지 이 영화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이 실험적 영화의 가치를 살펴보자.

먼저 이 영화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인터넷의 보급과 SNS의 활용이 있다. 빈센트의 붓터치를 그려낼 수 있는 107명의 화가를 선발하기 위해 4000명의 화가를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그 과정이 인터넷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파일럿 영상을 통해 <러빙빈세트>라는 영화를 설명하고 공감을 받고 오디션을 개최하기까지 인터넷은 세계를 하나의 목적을 위해 빠르게 엮어 주었다.

두 번째 탄생 배경에는 고비용이 들었던 기법이 시간이 흘러 널리 보급되고 저렴해져서 큰 어려움 없이 활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러빙빈센트>의 장르는 애니메이션이다. 기법은 로토스코핑 기법을 따른다. 이 기법은 먼저 실사를 촬영한 후 한 프레임 한 프레임 따라 그리는 기법이다. 이를 위해서 등장인물과 가장 유사한 배우를 선정하고 연기하고 촬영했다. 또한, 여기에 3D CG 기술을 사용하여 배경을 입체적으로 구성하고 캐릭터를 합성하여 만들어졌다. 요즘 많이 사용되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유화를 사용하여 모든 장면을 그려서 만들겠다는 간단하지만 용기 있는 결정이 영화제작에 대한 프레임을 바꾸어 놓았다. 이런 결정이 만들어낸 가치는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제작비 1억 달러에 달하는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가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요즘 비교적 저 자본인 550만 달러로 탄생한 영화는 다양한 가치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법이 활용되어 영화제작이 비교적 기술 의존적이지 않고 유화를 영화제작의 시각 주재료로 설정함으로 인간의 예술성이 다른 요소와 더블어 아주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게 된다. 이런 시도는 기존의 자본과 스타 연기자 그리고 FX에 의존적이던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로 부터 해방될 가능성을 열어준다. 빈센트의 그림으로 빈센트의 이야기를 그려낸 <러빙빈센트>의 시도를 발전시켜 새로운 스토리에 빈센트 풍의 유화를 도입한 또 다른 영화 제작이 가능하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빈센트의 그림처럼 그려지면 어떨까? 아름다운 빈센트 풍의 유화로 그려진 감미로운 사랑 이야기가 눈에 펼쳐질 것 같다.

둘째로 다른 화가의 풍을 도입하거나 새로운 풍의 그림을 창조하여 제작하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된다. 예전에 키아노리브스 주연의 영화 <스캐너다클리>가 애니그래픽스라는 기법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다. <러빙빈센트>와 다른 점이라면 <스캐너다클리>는 영화촬영 후 컴퓨터를 이용해 애니메이션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는 추세라고 한다면 <스케너다클리>의 기법이 <러빙빈센트>의 예술성을 가지도록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컴퓨터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도록 지금도 계속 연구되고 있지 않은가?

키아노 리브스 주연의 2006년 영화. 당시 애니그래픽스라는 새로운 제작 기법으로 주목 받았다.

셋째, 제작비 면에서 <러빙빈센트>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가진다. 전체 제작에 사용된 유화의 개수는 거의 6만 5천 점에 이른다. 이 유화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어떨까? 영화에 사용된 유화라는 독특한 상품가치는 제작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초당 24프레임으로 제작되는 영화와는 달리 12프레임으로 제작된 이유는 비용 및 시간 절약을 위한 충분한 테스트를 걸친 타협이었을 것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부드러운 움직임을 얻기 위해 초당 60프레임으로 제작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영화 기획 단계에서 유화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제작비를 더 확보하고 프레임 수를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lovingvincent.com 화면캡쳐 - 영화 제작사 홈페이지에서 작품에 사용된 유화를 판매하고 있다.

넷째, 기존의 영화를 유화로 그려서 새롭게 리메이크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오래된 고전 영화가 유화로 새롭게 탄생하는 것 만으로도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검증된 스토리를 가지고 이미 촬영된 영상을 토대로 유화를 그린다. 수채화면 또 어떤가? 음향도 준비된 비교적 쉬운 작업이 될 수 있다. 

<러빙빈센트>가 아름다운 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영화로 남게 될지, 영화제작의 주류 기법으로 남을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그저 가능성을 남기고 사라질 지도 모르는 이 멋진 시도는 아직까지 <러빙빈센트> 제작에 참여했던 화가들과 제작진들만 알 수 있는 고뇌와 어려움이 온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수많은 유화를 쉴 새 없이 그려내는 작업은 커다란 경제적 보상이 없이는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 의지만으로 충족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술적 가치를 유지하며 작업하고 관객을 만족시키는 것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이런 꾸준한 시도로 자본 집약적이고 자극적인 헐리우드가 좀 더 수준있는 영화제작의 길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Brian Jung 기자  brian@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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