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외부를 상상하는 실험도시, 아코산티
도시의 외부를 상상하는 실험도시, 아코산티
  • 마이클오
  • 승인 2017.12.14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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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실험 공동체, 아코산티를 찾아가다

[미주뉴스엠(LA)=마이클 오 기자] 아리조나 피닉스는 미국에서 다섯번째로 큰 도시다. 광활한 사막 한 가운데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를 따라 각종 쇼핑몰과 고층빌딩, 외곽에 여유롭게 자리잡은 저택 등 그 화려한 모습과 규모는 뜨거운 아리조나의 태양 만큼이나 강렬하다. 이 풍요롭고 호화로운 도시를 뒤로하고, 먼지나는 사막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60여마일을 달려가면, 마치 도시의 향연이 피곤하기라도 한듯 피닉스를 반쯤 등지고 텅빈 사막을 향해 팔벌리고 있는 작은 마을, 아코산티(Arcosanti) 를 만나게 된다.

아코산티 입구 ⓒ <미주뉴스엠 브라이언 정 기자>

아코산티의 시작

아코산티는 이탈리아 출신 건축학자 파올로 솔레리 (Paolo Soleri)에 의해 1970년부터 시작된 도시 실험 공동체 (Urban Laboratory)이다. 성장이라는 자본주의의 복음에 따라 끊임없이 팽창하는 도시 문명을 향하여 질문을 던져왔던 파올로 솔레리는, 생태건축학 (Arcology, Architecture + Ecology)을 통하여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생태건축학은 생태학적 철학과 비젼을 건축학을 통해 실천하기 위한 시도로써, 자연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건축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도시와 삶의 양식을 개발하려는 노력이다. 파올로 솔레리는 이러한 신념과 철학을 실천하기 위하여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여, 아코산티에 생태건축학적인 실험 도시, 아코산티를 시작하게 된다.

파올로 솔레리와 아코산티 ⓒ <http://arcosanti.org/project/about-arcosanti/>

도시를 다시 생각하다

도시가 횡적으로 팽창함에 따라 낭비되는 수많은 자원과 자본의 집적과 편향, 그리고 이에 따라 발생되는 단절과 소외를 목격한 파올로 솔레리는, 고도로 집약적이고 입체적인 공간을 기본 구조로 하여 아코산티를 개발하였다. 

아코산티의 수직으로 뻗은 입체적 구조물들은 최소한의 지면을 차지하면서도, 최적의 생활 공간을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도시 발전에 따른 자연 개발과 파괴를 최소화 시킬 뿐만 아니라, 극대화된 에너지 효율을 통하여 사회 총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아코산티 조감도ⓒ <미주뉴스엠 브라이언 정 기자>

아코산티의 구조물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모든 건물들이 용도에 따라 분절되지 않은 복합공간이라는 것이다. 한 건물이나 구조물 안에 생활과 일, 교육과 문화, 소비등을 위한 장소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불필요한 장거리 이동에 따른 소모가 최소화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러한 복합적인 배치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좁힘으로서, 더욱 유기적이고도 공동체적인 관계와 삶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기도 한다. 

노동과 휴식, 즐김과 나눔 또한 더욱 조화롭게 연결된다. 실제로 아코산티에서는 계절과 시기에 따라 다양한 문화 및 예술 이벤트들이 열리며, 열띤 학술연구와 세미나, 그리고 탄력적으로 진행되는 공동체 모임과 대화들이 나눠지고 있다. 이러한 삶의 요소들의 복합적이고도 유기적인 배치는, 오늘날 어느 대도시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잃어버린 삶의 경험이자 형태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지난 47년동안 진행되어온 수많은 실험과 연구들은 아코산티 공동체를 넘어 세계 각지에서 열매를 맺고 있다. 유럽의 수많은 도시에 아코산티에서 시도된 건축물과 도시 배치등이 도입되었으며,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아코산티의 생태건축학을 기본으로 하는 도시개발과 건축, 그리고 재개발이 한창이다. 

 

아코산티, 예술과 문화를 품다

아코산티의 매력은 독특하고도 창의적인 건축물과 그 배치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아코산티의 창조적 정신과 기술은 그 건축과 예술적으로 어울어져 나타나고 있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문양과 색의 조화들, 그리고 직선과 곡선, 원과 사각의 조화들은 방문자들에게 예술적인 경험을 주고 있다.

아코산티 South Vault ⓒ <미주뉴스엠 브라이언 정 기자>

대표적인 활동으로 손꼽히는 풍경 (wind bell)과 다양한 공예품 제작 또한 아코산티만의 독특한 색깔을 더하고 있다. 이곳에서 제작되는 풍경과 기타 장식품은 그 자체로 예술이자 독특한 문화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코산티가 품고있는 미학적 매력은 수많은 예술가와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여 활동하며 작품들을 남긴다. 특별히 아코산티의 돔(dome) 형태의 다용도 공간은 각종 음악가들이 공연이 끊이지 않는 장소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축제들이 계절과 시기마다 열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경험들이 함께 섞이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코산티 투어 ⓒ <미주뉴스엠 브라이언 정 기자>

아코산티 경험하기

현재 아코산티는 100여명의 상주 인구가 있으며, 계절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이 대안적이고도 단순한 삶을 경험하기 위해 오가고 있다. 관심이 있는 방문객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아코산티를 경험한다. 매일 한시간 단위로 진행되는 투어를 통해, 아코산티의 기본적인 정신과 실험, 그리고 대략적인 체험을 할수 있다. 좀더 진지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5주 과정의 워크샵과 인턴쉽 프로그램도 있다. 대개 생태건축학을 전공하거나 아코산티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아코산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순서이다. 

아코산티 CERAMICS APSE ⓒ <미주뉴스엠 브라이언 정 기자>

외부로서의 아코산티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현실과 일상의 외부는 지구 밖 우주보다 더 막연하고도 먼 공간일 것이다. 그 만큼 우리 사회와 문명은 획일적이고도 억압적인 방식으로 삶을 코드화 시키고, 그 통치로부터 탈주를 막고 있다. 상상력이 고갈되고 질문이 길들여지는 사회, 속박당하면서도 자유를 느끼는 시대가 바로 오늘인 것이다. 이러한 문명적 위기 가운데 반세기를 버텨오며, 도시의 외부를 사유하고, 조작된 삶의 바깥을 향해 질주하는 아코산티의 에너지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느껴봐야할 기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더불어 이러한 외부가 우리 삶과 세계 가운데 침투해 올때, 우리의 삶은 더욱 진실해지고, 진정한 자유가 도래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질것이다. 이런 외부의 가능성으로써 아코산티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지속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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