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조장하는 언론·야당, 이 영화 보고 뭐라할까
한반도 위기 조장하는 언론·야당, 이 영화 보고 뭐라할까
  • 지유석
  • 승인 2017.12.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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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반도의 분단 현실 일깨운 영화 [강철비]의 메시지

북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남한을 향해 선전포고한다. 이 와중에 암호명 '북한 1호'인 북한 최고지도자는 가까스로 목숨은 건진다. 그런데 쿠데타로 혼란한 와중에 그의 신병이 남쪽으로 넘어온다. 이때부터 남북은 물론, 미·중·일 등 한반도 주변 이해 당사국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다.

정우성, 곽도원 주연의 영화 <강철비>의 줄거리 요약이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연출자인 양우석 감독은 사뭇 심각한 문제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양 감독은 전작 <변호인>을 통해 1980년대 대표적인 공안 사건인 부림 사건을 시종 진지하게 다뤘었다. 전작을 떠올려 보면 <강철비>는 정반대 접근 방식을 취한 셈이고, 이 방식은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무엇보다 주연배우인 정우성과 곽도원의 찰떡궁합은 자칫 심각하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 전개를 더욱 가볍게 만들어 준다. 두 배우는 앞서 2016년 작 <아수라>에서 한 번 연기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합은 더욱 자연스러워 보인다. 두 사람이 새터민이 운영하는 휴게소에서 잔치국수를 함께 먹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영화 <강철비>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한반도 현실을 일깨운다.ⓒ NEW

정우성의 액션 연기는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에 견줄 만하다. 영화 막바지, 국군수도통합병원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조우진과의 대결은 영화의 백미다. 곽도원의 연기는 더욱 농익은 느낌이다. <변호인>의 고문 경찰 차동영, <아수라>의 독종검사 김차인 등 악역을 주로 맡았던 곽도원은 이번엔 청와대 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아 한반도 핵위기 해소를 위해 동분서주한다. 곽철우가 엄철우를 데리고 철원 노동당사로 향하는 와중에 지드래곤의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부르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김의성, 이경영, 김갑수, 김명곤 등 이들을 받치는 조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난데 없는 북한 쿠데타? 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북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다.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 리태한(김갑수)은 쿠데타를 일으키고 핵을 손아귀에 넣는다. 원래 쿠데타는 호위총국장 박광동이 먼저 시도했으나, 남한 측과 협상을 시도하자 박광동을 제거하고 평양을 장악한 것이다. 그럼 박광동은 왜 남한 측과 접촉했을까? 쿠데타 과정에서 북한 1호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는데, 신병이 남한으로 넘어가자 협상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리태한은 남한을 상대로 선전포고하고, 일본 열도를 향해 핵을 발사한다. 리태한이 이토록 강경노선으로 기운 이유는 정치 리더십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1990년대 체제 위기에 봉착하면서 생존을 위해 핵 개발을 했건만, 지도부가 이를 정치적으로만 이용했다는 말이다.

이 지점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 북한은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는 체제 위기에 처했다. 대외적으로도 소련은 사라졌고, 중국과의 동맹 관계도 흔들리고 있었다. 이 와중에 북한은 핵 개발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재래식 전력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핵무기 보유는 북한 체제의 자존심을 지키고, 외교협상 카드로도 유용하게 쓸 확실한 선택지였다. 결국, 북핵은 군사적이기보다 정치적 카드라는 성격이 더 강했던 셈이다.

그러나 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대해 군부의 불만이 높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보다 북한 정치의 최우선 기조가 군을 우위에 두는 '선군정치'일 정도로 지도부의 군 장악은 확실한 편이다. 게다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을 잇달아 감행했다. 군으로서는 환호할만한 일이다.

북한이 유사시 대전에 핵 공격을 감행해 한국군 무기체계를 무력화시키고 전격 남침을 감행해 주한미군을 볼모로 잡는다는 대목도 허황해 보인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대응태세가 북한군의 전격 남침에 뚫릴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또 북한의 핵 공격에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북한에 심각한 보복을 가할 능력을 갖춘 상태다.

한반도 위기 생기면 강철비가 내린다

영화의 설정이 사실과 다르니 영화가 문제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 영화 <강철비>는 한반도가 처한 현실을 일깨운다.

북한에서 쿠데타 움직임이 있자 중국 정보부와 미 중앙정보부(CIA) 한국지부는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예의주시하며 자국의 이해득실을 따진다.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미·일·중·러의 이해가 민감하게 교차할 수밖엔 없고, 실제로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막후에서 치열하게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 정작 한반도에 사는 남북한 국민들은 상시로 전쟁위기에 시달리지만 말이다.

곽철우와 엄철우의 대화에서 한반도 현실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곽철우는 엄철우로부터 북한 군부가 획책하는 핵전쟁의 실체를 전해 듣는다. 이때 곽철우는 엄철우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이 말은 엄철우에게 했다기보다, 분단을 숙명으로 짊어져야 하는 우리 관객들에게 하는 것 같다.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에 의하여 더 고통받는다."

영화에서 엄철우는 곽철우에게 북한 1호가 사망했다는 역정보를 흘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야 엄철우가 쿠데타 세력에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곽철우는 엄철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중국 정보부와 미 CIA는 한국 정부가 흘린 정보를 덥석 문다. 쿠데타 지휘부도 안도한다. 그 틈을 타 남측은 쿠데타 지휘부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

한국 정부가 역정보를 흘린다고 해서 CIA가 떡밥을 물지는 않을 것이다. 정보에 관한 한, 한국이 역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한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 주도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및 동북아가 전쟁의 소용돌이로 휘말리느냐, 아니면 전쟁을 피하고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지느냐가 결정된다. 바로 이게 문제의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의성 대통령이 한반도를 위기에 빠뜨리지만, 집권을 앞둔 김경영 대통령 당선인이 핵전쟁 불가를 외치는 점은 시사적이다.

지금, 이 영화가 중요한 이유

▲배우 정우성과 곽도원은 <강철비>에서 찰떡 궁합을 자랑한다.ⓒ NEW

영화 제목 '강철비'의 뜻은 영화 속 개성공단에서 벌어지는 쿠데타 장면에 잘 묘사돼 있다. 쿠데타 세력이 남파한 북한 공작원들은 미군의 다연장로켓발사기(MLRS)를 탈취한다. 이들은 MLRS에서 개성공단을 향해 집속탄을 발사하는데, 이 집속탄은 목표지점에 이르면 탄 속에 있는 자탄들이 흩뿌려져 다수의 인명을 살상한다. 자탄이 흡사 비처럼 뿌려진다고 해서 '강철비'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이다.

핵폭탄 공격을 받았던 일본 히로시마에 검은 비가 내렸듯 한반도 위기가 발생하면 한반도엔 강철비가 내린다. <강철비>의 설정 상당 부분은 허구지만, 언제든 강철비가 내릴 수 있는 한반도 상황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앞서도 지적했듯 사뭇 진지하게 흐를 이야기를 액션으로 풀어낸 감독의 역량은 더욱 칭찬하고 싶다.

새 정부가 여러 어려운 상황임에도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고 확실하게 못을 박아 든든하다. 그러나 보수 언론과 야당은 오히려 전술핵 재배치 여론을 지피며 위기를 조장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반도 위기를 조장하는 세력 그리고 위기를 조장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무리에게 이 영화 <강철비>를 꼭 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반응을 낼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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