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간부 성추행 폭로한 서지현 검사, 기시감이 들었다
법무부 간부 성추행 폭로한 서지현 검사, 기시감이 들었다
  • 지유석
  • 승인 2018.01.30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뷰] 전병욱 사건과 놀랍도록 유사했던 안태근 전 검사 성추행

29일 오후 소셜 미디어의 타임라인은 한 검사의 증언으로 발칵 뒤집혔다. 29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알린 서지현 검사 인터뷰가 그 진원지였다. 마침 볼 일이 있어 본방송을 못본 터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얼른 인터뷰를 챙겨봤다. 그 내용은 실로 경악스러웠다.

서지현 검사는 29일 JTBC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그런데 증언은 놀랍게도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였던 전 아무개씨 사건과 유사했다. ⓒ JTBC

그런데 서 검사의 인터뷰 내용을 듣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였던 전병욱씨의 성추행 사건을 떠올리게 됐다. 서 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고위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놀라운 건 그 자리에 법무부 장관까지 배석해 있음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서 검사의 증언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법무부 장관님이 앉아계셨고 바로 그 옆자리에 안 모 검사가 앉아 있었고, 제가 바로 그 옆에 앉게 되었습니다. 주위에 검사들도 많았고 또 바로 옆에 법무부 장관까지 있는 상황이라서 저는 몸을 피하면서 그 손을 피하려고 노력을 하였지 제가 그 자리에서 대놓고 항의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전씨가 삼일교회에서 시무하던 당시 그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도의 증언도 이와 비슷했다. 이 여성도는 CBS 시사 프로그램 '크리스천 NOW'에 출연해, "주변에 부목사들이 곁에 있었음에도 아랑곳 없이 성추행을 가했으며 아무도 제지하지 않다"는 취지로 자신의 피해사실을 털어 놓았다.

또 검찰 수뇌부가 서 검사의 성추행 피해사실을 덮고, 그를 '꽃뱀'으로 몰았듯, 전씨의 징계권을 가진 예장합동 평양노회도 사건을 '부적절한 대화' 정도로 축소해 종결시켰다. 서 검사와 마찬가지로 전씨에게 피해를 당한 여성도들 역시 '꽃뱀'으로 몰렸다.

서 검사 성추행 vs 전씨 성추행, 평행이론

서 검사의 증언을 들으면서 전씨 사건이 떠올라 참으로 힘들었다. 그런데 서 검사는 증언 말미에 결정타를 날렸다. 바로 이 대목이다.

"사실은 이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마는 가해자가 최근에 종교에 귀의를 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해자는 안태근 전 법무부 감찰국장으로 그가 다닌다는 교회는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온누리교회다. '일본 식민지배가 신의 뜻'이라고 해 온 국민을 경악케 했던 문창극 총리후보자가 이 교회 장로다. 마침 서 검사의 증언이 방송되면서 가해자가 간증한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올라와 빠르게 확산 중이다.

2017년 10월29일 오전 예배에서 가해자는 간증을 통해 공직에서 물러난 일을 언급했다. 참고로 가해자인 안 검사는 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법무부 정책기획단장·대검 정책기획단당·서울서부지검 차장·법무부 인권국장 등 법무부와 대검, 서울중앙지검 등 요직만 거쳤다. 그러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후배들에게 돈봉투를 건넨 정황이 드러나면서 면직 처리됐다. 간증하던 안 검사는 자신이 징계를 받은 걸 억울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다 안 검사는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가해자로 지목된 아내근 전 법무부 감찰국장. 그는 교회 간증을 통해 예수의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 CGNTV

"성경 말씀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찬송과 기도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성경말씀을 접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내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저 혼자 힘으로 성취했다고 생각한 제 교만에 대해 회개하며 저희 대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거룩한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가해자인 안 아무개 검사가 성경말씀을 접하며 예수님의 거룩한 사랑을 느꼈듯 전병욱씨도 예수만 바라보겠다며 새교회를 개척했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한다"는 서 검사의 증언은 송곳처럼 심장에 꽂혔다.

한 사람의 영혼에 깊은 생채기를 냈음에도 하나님의 사랑 운운하는 저들에게 과연 하나님,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 과연 어떤 존재이고, 기독교 신앙은 또 어떤 의미일까?

그간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가톨릭과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가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게끔 많은 관심을 갖고 현장을 뛰어다녔다. 그러나 성추행 가해자들이 교회 안팎에서 활개치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예수는 지금 한국 사회에 무슨 의미를 갖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