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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되짚어보기] 법원의 삼성 봐주기, 새삼스럽지 않다이재용 부회장 방면, 분노 치밀지만 법원 관행상 자연스러운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이 전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원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또 박영수 특검이 상고 방침을 밝혔기에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 쪽 입장을 받아들였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최고 권력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을 겁박해 뇌물로 나아간 사건"으로 규정했다. 결국 삼성이 피해자라는 말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작성한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문고리 3인방 중 하나였던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의 증언도 배척했다. 이쯤되면 어떤 증거를 제시해야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인정할지 의문이 든다. 그러니 여론이 '이번에도 재벌 봐주기냐', '법위의 삼성'이라고 재판부를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1심과 2심의 판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일반 언론에서 자세히 다뤘기에 말 하나를 더하지는 않고자 한다.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삼성 앞에서만 작아지는 법원의 행태다. 

배당으로 사건 왜곡하는 법원 

법조계에선 이런 경구가 회자된다. 

'검사는 구형으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그리고 이들이 속한 조직은 배당으로 말한다.'

'조직은 배당으로 말한다'는 대목에 주목해보자. 이 말을 풀이하면 법원 수뇌부가 입맛에 맛는 판결을 원한다면, 수뇌부와 같은 생각을 가진 판사에게 사건을 넘긴다는 의미다.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 이후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할 특검이 꾸려졌다. 이후 재판이 열렸는데, 이때 법원은 삼성에 호의적인 판사에게 사건을 배당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법원이 특정 판사를 배제하거나, 삼성에 호의적인 판사를 골라 사건을 배당하는 일은 이미 흔했다. 삼성특검 사건에 대한 1심 재판부터 이런 사례였다. 이 사건 재판은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3부 민병훈 부장판사(현 변호사)가 맡았었다. 기존 판례와 달리 삼성에버랜드 사건은 무죄라는 소신을 갖고 있던 민병훈 판사에게 법원이 일부러 사선을 배당한 것이다."

사건 배당이 판사의 정치적 성향과 얽히면 더욱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김 변호사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민병훈에게 사건을 배당한 것은 허만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훗날 대법관이 된 신영철이었다. 그런데 신영철과 허만 등 서울중앙지법 수뇌부는 촛불집회(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있었던 촛불집회를 말한다 - 글쓴이) 관련 사건을 보수 성향의 특정 판사에게 몰아서 배당한 일에도 연루됐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조한창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게 집중적으로 배당했는데, 조 판사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유독 가혹한 판결을 내렸다."

최근 사법부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판사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불거져나오는가 하면,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선 과거 공안사건을 맡았던 판검사들이 사법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실태가 드러났다. 이런 와중이라면 사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볼만도 하다. 그러나 사법부는 보란 듯이 "전형적 정경유착을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다"며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러니 여론이 사건을 맡았던 정형식 부장판사의 신상을 공개하며 재판부를 향해 돌팔매질을 하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를 되돌아볼 때, 법원이 힘없는 국민을 보호해준 기억은 별로 없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엔 철저하게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렸고, 그 대가로 이들은 승승장구했다. 시대가 바뀌어 재벌이 임기 없는 권력으로 군림하니 이제 사법부는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판결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론 대한민국의 판사가 다 정형식 부장판사 같지는 않을 것이다. 재벌의 돈다발엔 아랑곳 없이 법과 양심대로 판결을 내리는 정의로운 판사들이 더 많다고 믿는다. 그러나 권력자의 편을 드는 판사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배당으로 '장난을 치기에' 사법부를 못믿는 것이다. 

대통령은 탄핵으로 몰아냈다지만, 판사는 쫓아낼 도리가 없으니 도대체 이일을 어찌해야 할까? 법원 앞에서 촛불이라도 들어야 할까? 

가진 것 없는 국민으로선 법은 한 없이 멀고, 살 길은 더 없이 막막하다.

지유석  luke.wyclif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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