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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와 김어준비주류라는 공통점에서 출발해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두 사람

지난 해 4월 뉴스룸에 출연했던 홍준표는 진행자인 손석희가 민감한 질문을 하자 작가들이 써준 대로 읽지만 말고 손박사 자신의 질문을 던지라고 한 적이 있다. 이 돌발 언급에 대해 손석희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이 장면은 손석희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통 언론 문법에 익숙한 손석희는 스트리트 파이터 홍준표의 역공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만약 이 말을 김어준에게 했다면 홍준표처럼 스트리트 파이터의 기질을 가진 김어준은 당황하지 않고 그 발언을 맞받아쳤을 가능성이 크다. 교통방송 '뉴스공장'에 고정 출연 중인 박지원이 김어준을 향해 무식하다거나 아이큐가 낮다거나 농담성 발언을 해도 김어준은 결코 당황하지 않는다. 손석희와 다른 점이다. 

하지만  이것은 두 사람의 기질의 차이라기 보다는 역할의 차이다. 손석희는 반대자들의 비난을 최대한 비켜 가면서 아직도 기존의 언론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다. 반면 팟캐스트에서부터 출발한 김어준은 음모론자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팬덤 그룹을 형성하며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김어준은 자신이 기대한 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 지루할 정도로 동일한 질문을 반복하거나, 큰 웃음 소리와 박수 등의 파격으로 정통 언론에 익숙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자신은 편파적이지만 편파에 이르는 과정은 공정하다"는 김어준의 명언은 전혀 중립이 아니면서 중립이라고 자처하는 기존 언론을 향한 공격이다.

손석희는 아나운서 출신이다.  한국 칼라 티브이  방송은 198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각 티브이 방송사는 이 때부터 오디오 형보다는 비디오 형 아나운서를 선호했다.

MBC는 아나운서들을 예능에 투입해 성공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스포츠 아나운서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던 임택근의 맥을 이어 김기덕(두 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 진행자), 임국희(MBC여성살롱 임국희예요 진행자. 이 프로는 지금도 순항중인  여성시대로 이름을 바꾸었다), 변웅전(명랑 운동회 진행자로 국회의원을 지냈다) 등 단단한 진용을 갖추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타 방송에서는 김동건(KBS 가요무대 진행자), 황인용(jtbc의 전신인 TBC 소속) 등 간판들이 많지 않았다. 손석희 한선교 세대는 MBC 아나운서의 화려한 인맥을 잇는 차세대로 1984년  MBC에서 방송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입사 3년차인 1987년부터 기자로 변신한다. 그의 수려한 외모만 소비하려고 하는 방송사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기자로서의 자질을 높이 산 경영진이 있었는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이후 MBC 노조활동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수감생활까지 한다. 현재 아나운서로 출발해 예능인으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전현무 김성주 같은 이들이 보여주는 변신이 손석희부터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기자로서, 노조원으로서 가시밭길을 택했다. 아침 주부 방송의 사회자로 얼굴을 알리면서 결국 국회의원이 된 입사동기 한선교와는 다른 길을  걸어 갔다.   

MBC 노조의 첫 노조 위원장은 심재철(자유한국당 국회의원, 국회 부의장)이었다. 심재철을 통해 정치권의 유혹이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손석희가 유명해 진 뒤에는 진보 정치권에서도 끊임없이 그를 향해 손짓을 했지만 그는 마다했다. 유학생활을 거쳐 '백분토론', '시선집중', 성신여대 교수를 거쳐 마침내 jtbc 보도부문 사장에 취임했다. 그의 취임을 두고 재벌에 투항했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박근혜를 탄핵하는 데 일등 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뉴스 룸'의 진행자 손석희다.

신문 제호도 생소하고 인터넷 언론이라는 개념도 낯설던 시절에 김어준은 '딴지일보'를 통해 세상과 만난다. 그는 아직도 그 행태가 없어지지 않는 언론의 외신 왜곡 번역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조선일보 방우영 총수와 같은 급의 '총수'라는 직책을 자신에게 부여한다.

딴지일보의 선풍적 인기와 1990년대 후반 정부의 벤처 사업 육성이 맞물려 거액의 돈을 제시하며 딴지일보을 인수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으나 그는 경영난(당시 인터넷 언론에 광고를 싣는 광고주는 많지 않았다)에도 불구하고 딴지일보를 지켜 나갔다. 이후 김어준의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그는 MBC의 '색다른 상담소'를 통해 공중파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 방송은 높은 청취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 하에서 폐지된다.

마침내 김어준은 '나는 꼼수다'로 속칭 '대박'을 쳤고 주진우와 정봉주를 스타의 대열에 올려 놓았다. 김어준이 스타의 대열에 올려 놓은 사람은 이들뿐 아니라 색다른 상담소 시절의 상담가였던 강신주 황상민 등도 포함된다. 무엇보다도 그는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고 이를 모르지 않을 박원순 서울 시장은 그를 교통방송의 '뉴스 공장' 진행자로 앉혔다. 마침내 '블랙하우스' 를 통해 공중파 TV인 SBS까지 진출했다. 손석희가 박근혜를 잡았다면 김어준은 이명박 구속에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이렇게 상반되는 모습으로 방송의 두 핵심 축  역할을 잘 하고 있지만 이 두 사람은 모두 비주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손석희는 앞서 언급했듯이 아나운서 출신이다. jtbc의 비약적인 성장이 불편한 중앙일보 중진들은 손석희가 진영논리에 빠져 있으며 아나운서 출신 즉 정통 언론인 출신이 아니라고 비판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미디어 오늘 2017년 12월 22일). 아나운서 생활은 겨우 3년이었는데도 아직 그를 아나운서 출신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출신 성분에 집착하는 한국 기득권 세력의 특징이다. 여기에는 손석희가 비명문대학 출신이라는 속내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언론고시'로 불릴 정도로 어려운 기자 등용 과정을 통해 기자가 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손석희가 그보다 세 살 아래인 한선교와 1984년 MBC입사동기인 사실을 보면 그는 몇 번의 낙방과정을 거쳤을지도 모른다.

김어준 역시 출신이나 방송 진행 스타일에 있어 영락없는 비주류다. 그에게 음모론이 과하게 작동하는 면도 없지 않으나 비주류라는 약점을 딛고 끊임없이 주류를 잠식하고 있는 손석희와 달리 김어준은 비주류를 고집하면서 그의 영역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의 지지자들이 갈렸다. 김어준은 미투 운동을 음모론적으로 이해했다고 해서 진보 보수 모두로부터 거센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한겨레는 그가 진행하면서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최근 '파파이스'로 문패를 바꿔 달 정도로 그를 박대하고 있다. 김어준은 미투 운동이 음모로 이용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항변했지만 대다수의 언론은 김어준이 '미투 운동이 음모론'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최근 미투 운동의 과도한 보도가 이명박 사건을 덮을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jtbc가 '각하는 사라지지 않았다'며  김어준식 음모론에 직접 대응했다.

이 방송을 계기로 두 사람의 지지자들이 SNS에서 대결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김어준 지지자들로서는 불쾌해 할 필요가 없다. 높은 신뢰도를 가진 '뉴스 룸'이 김어준을 의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김어준의 주가는 올라갔기 때문이다. 최근 PD협회 상을 수상한 김어준은 수상 소감에서 손석희를 라이벌로 호칭했다. 김어준 특유의 농섞인 발언이지만 실제로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우뚝 섰다. 비주류로서 주류 기득권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사람의 공로는 지대하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 모두 진보 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다. 역할은 다르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같다. 두 지지자들은 서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형태의 방송을 만들어 나가는지 지켜 보면 될 일이다.  

김기대  newsm@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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