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의 또 하나의 과제, 이산가족
남북관계 개선의 또 하나의 과제, 이산가족
  • 신기성
  • 승인 2018.05.13 0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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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이산가족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로라 엘리자베스 폴
뉴저지 주 포트리 공립도서관에서 이산가족 사진 전시회 및 설명회를 하고 있는 로라 엘리자베스 폴

[뉴스M(뉴저지)=신기성 기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저지주 포트리 공립도서관에서 지난 11일(금)에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지난 4년간 남북한 이산가족을 위한 관심과 그들의 상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사진작가인, 한국계 2세 로라 엘리자베스 폴(Laura Elizabeth Pohl)씨가 주최한 행사였다. 폴씨는 자비를 들여 만든 트럭에 6.25때 실제 북에 가족을 두고 홀로 내려와 헤어진 동포들의 사진과 사연을 담은 광고를 붙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폴씨는 워싱턴DC, 버지니아, 메릴랜드, 뉴저지, 뉴욕 등지의 8개 도시를 돌며 주로 공립도서관을 이용해 행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 관심 배경

폴씨의 어머니는 한국인이며 아버지는 백인 미국인인 다문화 가정 출신이다. 그녀가 이산가족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큰 외삼촌을 만난 이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폴씨의 큰 외삼촌 고 유일상 씨는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혼란스러운 시기에 곧 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가족과 여동생을 남겨두고 남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 가족을 만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소식도 듣지 못했다. 유씨는 명절 때마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고, 얘기를 듣는 가족들도 함께 울곤 했다고 한다. 명절에 떡국이나 송편을 먹을 때는 부모님 얘기를 하며 불효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기도 했다. 불행히도 그는 가족과 동생들의 소식을 끝내 듣지 못한 채 2014년 11월 90세의 일기로 운명을 달리했다.

폴씨는 한인 동포들뿐만 아니라 미국 주류사회에 이산가족의 실태를 알리고, 그들이 법적으로 적십자사를 통하지 않고는 북한과 교류할 수 없으며, 방문, 전화, 편지나 이메일도 모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그녀는 현대 사회에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당장 이런 현실을 바꿀 방법은 없지만, 이산가족의 현실을 인식하고, 인정을 가지고 그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밝혔다.

잊혀진 사람들

폴씨는 또한 이산가족들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잊혀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가끔 적십자사 이산가족 상봉 때 잠깐 등장해서, 울부짖고, 소리 지르고, 끌어안으며, 시각적으로 매우 감정적인 이미지를 남기지만, 사진 속 짧은 상봉 후 다시는 만나거나 소식을 들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00년 이산가족 상봉 시작 후 겨우 20명이 가족을 만났을 뿐이고, 60%가 넘는 남한의 80세 이상 되신 분들이 아직도 가족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생전에 가족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폴씨는 남북한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를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다고 지적한다. 제임스 폴리(James Foley)의 “한국 이산가족: 50년간의 이별”이라는 책에 나온 말을 인용해서 “남한은 연민의 선상에서 국내 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 북한은 이산가족 이슈를 이용하는, 정확히 말하자면 문제 해결 협력의 정도를 정하는 정치 경제적 이권을 위한, 협상카드로 이용해 왔다”고 했다.

기자는 한인단체와의 협력을 추진해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영사관과 시민단체 등 많은 한인 기관과 단체들을 접촉했지만 모두가 “정치적인 이유”라며 협력을 꺼려하거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최근 KCS(뉴욕한인봉사센터)의 5.18 기념식과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정치적 성격의 행사라는 이유로 장소 사용을 불허한 일과 더불어 소위 “정치적”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로라 엘리자베스 폴은 사진작가이자 영상 제작자이며 그 동안 Catholic Relief Services, The 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 Bread for the World 등과 같이 일했다. "A Long Separation | 오랜 이별" 프로젝트는 한국전쟁과 북한에 대한 그녀 가족의 개인적인 연결고리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로라는 미국 Maryland주 Baltimore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오랜 이별(A Long Separation)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https://www.alongseparation.com/home-korean/) -편집자 주-

 

폴씨가 자신의 트럭에 이산가족 사진과 사연을 담은 내용들을 담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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