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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과 니카라과 촛불 혁명
우기가 시작된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는 억수같은 소나기가 퍼붓고 있었지만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열기는 막지 못했다. 마나과에서 오르테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과 경적을 울리며 응원하는 차량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M=신기성 기자] 고국에서의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을 보면서 이번 주에 다녀온 니카라과의 민주화 운동이 오버랩된다. 지난 14일부터 3박 4일 동안 선교지 취재 및 탐방 차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에 머물면서 현지의 거센 민주화 운동을 목격했다.

니카라과의 상공에서 내려다 본 수도 마나과의 특징은 도시의 건물 지붕이 거의 모두 함석으로 되어 있다는 것과 지표면보다 낮게 깊이 들어간 호수가 여러 군데 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활동 중인 화산 등이었다.

차를 타고 마나과를 지나다가 지평보다 훨씬 낮은 깊은 호숫가 언덕위로 니카라과의 혁명 영웅인 산디노 장군의 실루엣 형상이 서 있는 걸 봤다. 그 밑 지하에는 비밀 감옥이 있는데 주로 정치범과 마약 사범 등을 수용하고 있지만 이번 시위 도중에 체포된 대학생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있다고 한다. 평소 개방된 언덕은 군인들이 가로막고 통과를 시켜주지 않아서 들어가지 못했다.

수도 중심에 있는 혁명 광장을 중앙에 두고 박물관과 대통령궁이 마주보고 있었고 1972년 대지진때 균열이 생긴 중간 곁 건물은 여전히 진입이 금지된 채 방치되어 있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대통령궁이 자신이 싫어하는 나라에 의해 지어졌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곳에 화려한 궁전을 짓고 살고 있다고 한다. 니카라과에는 두 명의 영웅이 추앙받고 있는데 하나는 혁명 영웅 산디노 장군이고 다른 한명은 루벤 다리오 시인이다. 혁명광장을 비롯해 공항 등 도시 곳곳에 산디노 장군 동상이 서 있었다.

니카라과는 여타 중남미 나라들처럼 모성애가 강한 나라다. 아이를 낳고 남자들은 가정을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고 주로 여자들이 아이를 양육한다. 그래서 여자들이 강할 수밖에 없다. 반정부 시위에도 여자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희생당한 자녀들의 어머니와 그들의 여성동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었다. 나이든 남자들은 시위대 속에서 별로 보지 못했다. 관공서 공무원도 반 이상이 여성이라고 한다. 자연재해와 전쟁 때문에 남자 수가 모자라서 부인을 여럿 둔 경우도 많고 담장 밖으로 남자 목소리가 넘어가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는 남성 위주의 사회라고 볼 수도 있다.

니카라과의 한인 단체는 크게 3개의 대표기관이 있다. 첫째는 한인회, 둘째는 의류업자, 셋째는, 선교사 들이다.

 

거세지는 민주화 운동

오르테가 대통령

호화 사치 생활을 즐기는 부패한 권력층의 장기 집권으로 국민들의 생활은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고, 국민 대다수가 하루 한 끼 먹기도 힘든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더 내게 하고 수령액은 줄이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것이 이번 시위의 도화선이 되었다. 현재까지 사망자 67명, 실종자 15명에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4월 19일을 정점으로 시작된 시위는 대학생들 주도로 시작되었지만 현재 학부모들, 교사들, 고등학생, 심지어 중고등학생들까지 참여하는 대중운동으로 확산되었다. 중학생들까지 시위에 나선 분위기로 봐서는 대통령이 퇴진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사람들이 얘기한다.

5월 16일 수도 마나과 외곽은 평온해 보이지만 중심가 도로는 시위대가 점거했고 도시 기능은 마비상태였다. 시위대가 점거한 중심가를 지나는 차량은 우리가 유일했다. 군중 사이를 지나지만 위협적인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도로 중간을 막아놔서 차를 돌리고 샛길로 들어서서 겨우 시내를 빠져나왔다.

초중고는 방학을 한 달 반을 남기고 휴교에 들어갔다. 대학은 이미 한 달 전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경찰도 시위대의 위세에 눌려 진압을 포기한 상태로 거의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고, 군부도 침묵 가운데 현 대통령의 퇴진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현 대통령은 헌법을 고쳐가며 종신직을 꿈꾸고 있으나 최근 건강이 악화되어 비밀리에 쿠바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소문이 돌고 있으며, 자신의 유고시를 대비해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부인을 부통령으로 임명해서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위 초반 사상자가 났을 때, 방송을 모두 장악하고 왜곡 방송을 내보냈지만 유튜브와 SNS를 통한 현장 모습이 실시간 중계됨으로써 국민들은 관영방송에 속지 않았다. 오히려 저항이 거세져서 방송을 정상화하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정부는 3일 만에 방송 장악을 포기했다. 니카라과의 CNN이라고 불리는 <100% Noticas> 방송은 24시간 시위 현장과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었고 가는 곳마다 이 채널을 시청하고 있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티비 방송과 유튜브 실시간 방송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검은색 리본을 화면 왼편 상단에 띄워놓고 있었다. 시내 중심가 교차로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세워져 있기도 했다.

24시간 생방송으로 시위 현장과 현 정국 상황을 보도하고 있는 현지 <100% Noticias> 방송 장면

오르테가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과 오랜 친구인 관계로 석유를 장기 무상 공급 형식으로 제공 받아왔기 때문에 차베스를 영웅으로 떠받들었다고 한다. 차베스 사망 후 대통령 부인이 꿈을 꿨는데, 그를 기리는 생명나무를 세우라는 메시지를 받았고, 하나에 2만 5천달러의 비용이 드는 나무 모형의 철탑을 시내 도로가 곳곳에 180 개나 세웠다. 국민들의 한 달 수입이 120달러인 현실을 감안하면, 그들의 분노가 얼마나 클지 상상이 된다. 시민들은 굶어 죽어 가는데 수백만 달러를 들여 수백 개의 철탑을 세운 꼴이다. 더구나 대통령궁 주변에는 얼핏 보아도 15개 정도나 되는 철탑을 세워 놓았다.

차베스 사망 후 현 정부는 그동안 제공한 석유 대금을 치루라고 압력을 가한다고 한다. 화가 난 시위대는 이 철탑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오늘 오후 소나기가 퍼붓는 날씨에도 철탑을 하나 쓰러뜨리며 환호하는 시위대를 볼 수 있었다.

 

희생양은 늘 약자들

차베스 흉상과 그를 기리는 나무 철탑

권력을 가진 자들, 역사적으로 모두 남성 지배자들은, 자신의 권력 밖에서 일어나는, 통제불가능한 상황, 예를 들어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거나 제물을 바치는 식으로 그들의 무력감을 감추곤 했다. 결국 자신들이 무능하거나, 하늘의 버림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선택을 받은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하층 민중 중 누군가 부정한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하늘의 진노를 샀다고 선전하곤 했다. 그리고 그 진노를 달래기 위해 산 제물을 바치거나 혹은 부정을 저지른 사람을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희생은 언제나 여성과 아이들 등 그 사회의 가장 약한 부류의 몫이었다. 로마의 화재 때는 기독교인들이, 중세에는 마녀사냥을 당한 여성들이, 관동대지진 때는 조선 사람들이,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 살렘 같은 곳에서도 산 채로 불태워진 여성들이, 그리고 이곳 니카라과 화산 폭발 시에는 여성과 아이들이 제물로 바쳐졌다.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비극이다. 그리고 그 비극은 늘 가장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희생시킴으로써 가진 자들을 위로하는 방식으로 결말이 난다. 내가 기독교 제국주의를 싫어하는 이유도 그 중 하나다. 아무리 믿음이 좋고, 말씀을 잘 알고, 성령의 능력이 있어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모든 일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무지다. 인간 세상의 알 수 없는 신비한 현상을 모두 해석하려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의 원인을 공중권세 잡은 자들에게 돌림으로써,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성령의 도움을 구하는 겸손한 신앙에서 벗어나, 세상을 선과 악의 전쟁터로 몰아간다. 그리고 그 전쟁은 선한 자신과 악한 대적자들 사이의 싸움이 된다. 선의 편에 섰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는데 있어 폭력의 사용도 정당화 한다. 선교사가 들어가기 전에 군대가 먼저 들어가서 피식민지 주민들을 공포에 질려 말 잘 듣는 사람들로 만드는 반복음적 폭력도 정당화된다. 피식민지의 문화와 언어를 말살하고 순종적인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 복음의 전파이며 구원을 이루는 것이라고 왜곡해 왔다.

심지어 식민지 주민을 납치해서 본국으로 데려와 노예로 삼고, 착취와 만행의 바탕위에 문화와 문명을 일궜다. 이제 그 문명의 힘으로 글로벌 기업을 만들고 다시 경제 문화 식민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기대 저버린 기자회견

그 동안 중병에 걸려 비밀리에 쿠바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심지어 쿠바 병원에서 사망했다던 말도 돌았지만 16일 오전 10시에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자신이 발포명령을 내린 적이 없고 사상자에 대한 책임도 없으면 권좌에서 물러날 의사도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내보였다. 그 동안 시민 축제처럼 희생자에 대한 애도 속에 평화롭게 진행된 시위 양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게 됐다.

4월 19일 대학생들의 희생은 우리나라 4.19를 떠올리고, 평화적인 시위대와 지나는 차량의 경적 응원은 6.10 민주화 항쟁을 연상시킨다. 밤마다 수도 마과나의 주요 도로에 나온 사람들의 시민축제같은 시위는 춧불 시위 장면과 비슷하다. 지난 50여 년간 독재자들에 의해 시달리며 상위 1%를 제외한 나머지 국민들은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니카라과에 속히 민주 사회가 도래하기를 기원한다. 기후, 환경, 국민성, 자원 등 99%의 니카라과 국민의 가난에 대한 이유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나는 부패하고 무능한 독재정권의 장기 집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를 표방한 친미 정권의 40년 지배와, 이에 반발해 등장한 사회주의 정권 13년은 공히, 이념과 상관없는 부패정권, 무능정권이었다. 현 오르테가 대통령은 부인을 부통령에 임명하였을 뿐만 자녀들을 포함한 친인척이 국가의 거의 모든 이권을 손에 쥐고 있다고 한다.

니카라과에 진정한 촛불 혁명이 일어나 독재세력이 물러나고 민주 사회가 이뤄지길 바란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신본주의든 부패한 독재세력은 물러나야 한다.

신기성  shin@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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