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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의 여정,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이인엽 교수 특별 강좌 “북미 화해의 노력: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이인엽 교수 <ReconciliAsian>

[미주뉴스앤조이(LA)=마이클 오 기자] 롤러코스터 같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긋하게 미래를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 희망과 절망이 연일 교차되고 있으며, 외줄을 타듯 내딛는 각국의 행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과 북한 모두 국제외교상의 관례와 문법의 틀을 벗어나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양국이 이제껏 걸어온 발자취 또한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고도 급작스러운 양국의 움직임과 입장을 어떻게 이해할수 있을까? 미시간 스프링 아버 대학교에서 국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인엽 교수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이 그간 그려온 역사의 궤적을 돌아봄으로서 각자가 서 있는 위치와 앞으로의 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19일(토) LA의 아시안화해센터(ReconciliAsian)에서 진행한 ‘북한과 함께 하는 평화의 여정(Journey towards Reconciliation with North Korea)’ 세미나에서 “북미 화해의 노력: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한 이인엽 교수는, 한반도 상황에 관한 4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청중들의 이해를 넓혀갔다. 

한국 전쟁

이인엽 교수는 북한의 핵개발과 한반도 긴장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과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지속적인 적대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한국 전쟁은 오히려 북한에게 막대한 피해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전쟁에 참여한 미국은 미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공습을 감행했고, 이로 인해 북한 전체 도시 50% 이상이 파괴되고, 주요 기간시설의 80%가 복구불능 상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사상자로 기록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특별히 이들 사상자 중에는 어린아이와 부녀자를 포함한 민간인 사상자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이러한 전쟁의 기억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강한 공포와 증오심을 갖게 했다. 이로 인해 북한은 군사국가화를 추진했는데, 현재에도 군 병력규모가 세계4위이자 인구 대비 군인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지하 백미터 깊이에 유사시 2백만명을 수용 가능한 평양 지하철 등, 공습에 대비한 만오천여개의 지하시설을 건설했고, 병력의 80%를 휴전선에 배치해, 전쟁발발시 미군의 공습을 피하려는 전략 등, 여전히 한국 전쟁을 통해 형성된 두려움과 증오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평가했다. 수십만의 병력과 핵 폭격기 등, 각종 전략자산이 동원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에도 큰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전쟁으로 인한 내외부적 두려움과 적대의 악순환을 통해 한반도 긴장은 더욱 높아지게 되었으며, 북한 핵무기 개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한국 전쟁 당시 미군의 공습 <위키피디아>

정전 후 냉전체제

한국 전쟁 후 더욱 급속하게 진행된 냉전체제의 확산과 그로 인한 긴장고조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되었다. 특별히 1958년부터 1991년까지 남한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는 미국과 남한에게는 남한의 방어용이겠지만, 북한에게는 핵전쟁의 공포감을 주었다. 한편 미국과 소련/중국의 힘의 균형 가운데 남한과 북한이 서로 대치하는 냉전체제하의 한반도는 독일통일과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의 몰락 등으로 맞이한 냉전체제의 붕괴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냉전체제하의 북한은 1970년대까지 국가주도 경제개발과 중국과 소련의 교역을 통해 남한보다 우세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면서 북한 경제는 공산권의 붕괴와 고립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비효율적 경제체제와 잇따른 자연재해 등의 내부적 요인들이 결합해 심각한 경제위기와 식량난을 맞이하게 되는 반면, 남한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다. 북은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로 동맹국들을 잃은 동시에 서방과의 외교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아 외교적으로 고립되었는데, 반대로 남은 중국과 구소련, 이후 러시아와 국교를 수립해 외교관계를 더 넓혀갔다. 북은 3대세습으로 독재체제가 정착된 반면, 남은 80년대 이후 민주화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외교적, 경제적, 정치적 힘의 균형이 남한쪽으로 급속히 기울고, 북이 고립감을 느끼게 되면서, 북한 정권은 핵무기 개발과 군사력 증강을 통해 생존을 추구하게 된다. 

핵무기 협상

본격적인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1991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거듭되는 경제위기와 외교적 고립, 그리고 이로 인한 정치적 부담으로 북한은 체제보장과 경제 개발을 조건으로 적극적으로 미국과의 핵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기존 공산주의 국가의 몰락을 목격해온 미국은 북한 역시 단시일내에 붕괴될 것으로 예상하였으며, 붕괴가 예상되는 북과의 협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협상이 중단되자 북은 NPT(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핵확산 금지 조약)을 탈퇴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 와중에 1994년 지미 카터의 전격적인 북한 방문을 통해 전쟁을 원치 않는 다는 것을 확인한 양국은, 흑연감속로 동결과 전력 생산을 위한 경수로 발전소 건설, 그리고 석유(중유) 공급등을 약속하고, 나아가 국교 정상화와 평화 협정 등을 추진하기로 하는 북미 제네바 합의에 이르게 된다.

제네바 합의 <한계레 신문>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는 국내 중간 선거의 패배와 보수진영의 반발에 부딪쳐 협상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된다. 경수로 공사는 시작되지 못하고 5년 이상의 미국의 협상 불이행을 지켜본 북한 역시 1998년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게 되는데, 이후 김대중 대통령의 햇빛정책과 페리프로세스를 시작한 클린턴 정부와 북한의 물밑협상을 통해 다시 한번 대화의 불씨가 살아나 북의 조명록 차수가 백악관을 방문해 조미공동커뮈니케에 합의 하고,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대화를 하고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까지 모색하게 된다. 하지만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0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외교적 노력이 중단된다.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첩보로 제2차 북핵위기가 발생하는데, 부시정부는 제네바 합의에서 유일하게 지켜진 중유지원을 중단하고, 북한은 NPT 탈퇴와 핵동결을 해제함으로서 제네바 합의는 파기된다.  

이후 중국정부와 한국의 노무현 정부의 중재 노력과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의 변화 등을 통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6개국(대한민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한 6자회담이 2003년에서 2008년 사이 열리게 되고,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가 진행된다.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 등 성과가 있었고, 북한은 2008년 냉각탑 폭파를 생중계 하는 등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정부 내의 보수세력이 무제한적인 사찰을 요구하자 북이 반발하고, 김정일의 뇌졸증 발발로 북한은 정권승계를 위한 내부문제에 집중하게 되고 남한에도 보수정권이 집권하는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협상은 중단된다. 오바마 정부는 2012년 윤달합의(Leap Day Agreement) 등 외교적인 노력을 시도했으나 김일성 탄생 100주년과 2012년 강성대국의 해를 위한 북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으로 협상은 중단되는데, 김정은은 협상보다 먼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하는데 집중했고, 남한의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북한 붕괴론에 기초해 협상의지가 없었고, 민주당 대통령인 오바마는 보수세력의 비판에도 취약한 상황이라, 결국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한 문제를 접어놓고, 이란과 쿠바문제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세미나 “북미 화해의 노력: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이인엽 교수

이인엽 교수는 북핵 협상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어려운 길을 걷게 되는 이유는 핵개발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이와 불신, 그리고 참여 국들의 국내정치적 변화로 인한 정책의 잦은 변동을 지적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자신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장치로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찰국가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북한을 범법자로 간주하고, 완전한 항복을 원하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 또한 양국은 서로를 향한 불신으로 배신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할 핵무기를 포기했을 때 미국이 과연 안전보장과 협상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라크가 미국의 침공으로 붕괴하고, 협상으로 핵을 포기한 리비아가 이후에 미국의 공격과 반정부 세력 지원으로 몰락하게된 선례를 감안하면 북한이 미국을 신뢰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또한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북한의 태도와 과거의 실패를 근거로 북한을 불신하고 있다. 미국과 남한의 진보와 보수 정권의 교체에 따라 발생하는 대북 정책과 외교적 노력의 불일치와 북한 내부의 정치적 요인으로 인한 상황 변동 또한 일관적인 정책으로 장기적인 협상의 성공을 이루는데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정상회담과 전망

현재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북미 핵협상은 남북한 및 미국의 다양한 변화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라고 이야기 했다. 2012년 북한의 새로운 리더로 등장한 김정은은 집권 초기 다양한 정책과 대대적인 숙청등을 통해 정권을 안정시킨 뒤, 최근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그는 북한의 체제 보장과 안전, 그리고 경제 발전을 위해 미국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핵무기라는 카드를 가지고 협상을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 또한 여러가지 국내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현재의 핵협상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는 집권이후 러시아 선거개입 수사, 섹스 스캔들 등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임박한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면전환용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비정치인 출신으로서 전통적인 외교방식이나 관료체제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독특한 시각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오히려 현재의 핵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과 이를 가능케 한 남한의 국내 정치적 상황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의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의 몰락과 함께 시작된 문재인 정부는 햇빛정책의 전통을 잇는 정권으로서 북한과의 관계회복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헌신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80%가 넘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 역시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평창 올림픽을 통한 남북한의 만남과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 순간 또한 국민들로 하여금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에의 열망을 더욱 뜨겁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었다. 특히 미국과 북한 양측에 신뢰를 통한 대화 채널을 유지하며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한 정부의 외교적 역할이 중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미 중재자 역할을 하는 문재인 <시사 한계레>

이인엽 교수는 현재 협상에 임하는 남한과 북한의 상황과 미국의 다양한 입장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미국은 현재의 협상에서 취할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고 한다. 하나는 미국 내 네오콘으로 대표되는 보수진영의 입장으로서, 협상 결렬 등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미국에게 한반도 긴장에서 오는 군수산업의 이익 뿐만 아니라 중국 견제에도 유용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한편 이와 반대되는 선택으로서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 정착을 바탕으로 북한의 경제개발에 참여하여 얻는 경제적 이득 또한 매력적인 선택이 될수 있다고 한다. 세계화의 상징인 맥도날드가 들어선 나라들 끼리는 싸우지 않는다는 Golden Arch (맥도날드의 마크)이론처럼 북한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자본이 들어가게 되면, 미국도 전쟁을 추진할 수 없고, 북한에게 경제발전 뿐 아니라 안전보장의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H국제 경제 개발 벨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한다. 서해안을 중심으로 중국으로 뻗어가는 국제 경제 개발 벨트와 동해안에서 시작하여 러시아까지 연결하는 경제 개발 벨트로 인하여, 한반도 뿐만 아니라 주변국과 미국까지 경제적 이득을 누리고 평화 협력을 지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H 국제 경제 개발 벨트 <통일한국>

현재 북미 정상회담에는 위험 요소들과 긍정적인 요소들이 공존하고 있다고 한다. 긍정적인 요소로는 과거와 달리 트럼프가 탑다운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어서, 회담의 성공에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연결된 상황이고, 남북미 정상들이 회담을 지지하고 있어, 회담이 개최된다면 일단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상징적인 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미국 내에서 한반도 긴장유지를 원하는 보수진영과 트럼프의 정치적 성공을 저지하려는 진보 진영 모두가 북한과의 협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 모델(단계적 동시적 행동)을 거부하고, 북한은 리비아 모델(선비핵화 후보상)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제시한 트럼프 모델이 무엇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기에, 어떻게 불신을 극복하고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비핵화와 안전보장을 정의하고 합의하고 실천하느냐에 북미 정상회담과 북미 협상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설명했다. 

Michael Oh  michaeloh@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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