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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의 외침을 150만의 함성으로풀뿌리 컨퍼런스 후 우리가 갈 길
사진제공: Dami Choi 작가

[뉴스M=신기성 기자]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 동안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인 풀뿌리 컨퍼런스 둘째 날은 ‘행동의 날’로 참석자 전원이 의사당 앞에서 밥 메넨데스(민주당, 뉴저지) 상원의원과 한반도 평화 및 한인 이민사회 현안에 관한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후 지역별로 나뉘어 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상하원 의원들을 면담했다. 풀뿌리 컨퍼런스의 하일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원들과의 면담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서류미비 이민자 및 다카 드리머 문제, 비시민권 입양인 신분문제, 미국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 등에 관한 질문을 하고 의견을 들었다. 여러 의원들 혹은 보좌관들이 나와서 컨퍼런스 참가자들을 만나고 성심성의껏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둘째 날 저녁에 열린 갈라에서는 20명의 연방의원이 참석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나타냈으며 한미 동맹과 우호 전략에 관해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아직도 먼 길

이번 풀뿌리 컨퍼런스에 관해 대부분의 언론은 ‘600 여명이 미국 정치 심장부에 모여서 한인들의 정치력을 과시한 행사’라고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메넨데스 상원의원이 의사당 앞에 모인 한인들을 향해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한 말로 헤드라인을 내보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YTN은 “미 의원들, 한반도 문제 평화적 해결”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 밖에 대부분의 미주 한인 언론 및 고국의 뉴스가 “한반도 평화”가 들어간 문장으로 뉴스를 보도했기 때문에 얼핏 보면 의원들이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한반도 종전 선언 및 평화 체제 전환을 지지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메넨데스 의원 옆에서 그가 하는 모든 발언과 컨퍼런스 참가자들과 함께 의원실을 돌면서 들은 대답들을 고려해 보면 본 기자 생각으로는 상황이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물론 부정적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먼저 메넨데스의 발언을 살펴보자. 그는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야만 협상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고 싱가포르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 통보 없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합의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의원실을 방문한 텍사스 지역 주민들을 만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최대한 압박과 완전한 비핵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한 미국의 핵심적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의정활동의 우선순위가 자국민의 일자리라고 얘기했다. 달리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법을 지지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메넨데스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며 실제로 공석인 상원 외교 위원장의 역할을 대신 감당하는 중이라 한인 사회가 공들여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메넨데스와 보수 공화당 크루즈 의원의 입장이 별 차이가 없다. 한반도 평화는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 되어야 하며 북한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강한 압박으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네오콘의 주장을 되풀이 하는 느낌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의 민주당 분위기와는 완전 딴판이다.

상원 내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는 면담 한 시간 전에 약속을 취소했고, 의원실을 방문한 컨퍼런스 팀은 보좌관이 나와서 맞았다. 또 다른 연방 상원의원 크리스틴 질리브랜드도 보좌관이 나와서 대신 의견을 듣고 답을 했다. 이들의 입장도 메넨데스와 비슷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당론으로 정해진 듯 했다. 평소의 친분이나 정치 성향으로 볼 때 익숙치 않은 풍경이다.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 외교위원장

민주당과 공화당이 한 목소리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강한 압박과 경제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워싱턴 DC에 모였던 600여 명의 한인 동포들은 자신의 지역으로 돌아가 각 지역의 정치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시별 구역별 유권자 운동을 벌여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12일 저녁 갈라에서 에드 로이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의 ‘독도는 한국 땅이다. 항상 한국 땅이었다’고 한 발언과 그레이스 맹 뉴욕주 하원의원의 싱가포르 회담 지지 및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약속 등이 그나마 한인들의 환호를 받은 속 시원한 대목이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그렇다고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풀뿌리 운동이 더 중요해졌다. 기조연설에서 이 컨퍼런스를 실질적으로 주관해 온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미국 정치권에 풀뿌리 혁명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연방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투표권자의 목소리를 긴장하고 주의 깊게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전화위복이란 이런 때 필요한 말이다. 한인사회가 이민법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이었던 민주당에 기대왔다면 이번에야 말로 한반도 평화 문제를 초당적 이슈로 끌어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어느 한 당파나 다른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세계 평화와 직결된 문제이며 미국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임을 설득해야 한다. 더구나 한반도에 사는 7천만 동포에게는 삶과 죽음이 갈리는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알려야 한다.

김동석 상임이사 말처럼 한반도 평화 협정과 북미 관계 개선을 완강히 반대하는 의원들은 소극적 반대를 하도록, 소극적 반대를 하는 의원들은 중립으로, 중립을 지키는 의원들은 찬성 쪽으로 바뀔 수 있도록 조금씩 시간을 가지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주장을 찬성하는 의원들을 우리 편으로, 반대하는 정치인들을 적으로 보는 이분법은 전략적으로도 현명하지 않다. 자칫 종전 및 평화 협정이 세계 평화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미국내 한인들이 관련된 당파적 이슈로 치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 궤멸과 재편성으로 촉발된 정계 개편이 다음 총선 전에 가시화 될거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미국 의회도 공화당 민주당의 재편성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한반도 문제는 초당적 이슈로 접근해야만 한다.

뉴욕시에서 참가한 한인들이 척슈며 의원실을 방문해 보좌관에게 한인사회 현안에 관한 의견을 전달하고 의원의 입장에 관해 질의 응답하는 장면.

희망이 현실이 되려면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하다. 정치에 관한한 이 말은 더욱 사실이다. 한인 사회가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후원회 등을 통한 지원도 필요하다. 문제는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다. 자신과 가족 돌보기도 고단한 이민생활에 이런 문제에 관심 갖기가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미국 내 소수 민족인 한인들은 정치권에서 이름 없고 소리 없는 잊혀진 존재가 될 것이다.

김동석 상임이사를 비롯한 시민참여센터 관계자들과 뜻 있는 한인들이 모여 유권자 운동과 풀뿌리 컨퍼런스를 5회째 지켜왔다. 행사 당일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내 한인 유권자가 140만 명이 넘는다. 이번 워싱턴 DC에 모인 600여 명이 의사당과 의원 사무실을 돌며 한인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알렸다면, 이제 전국의 150만 한인이 함께 힘을 모아 미 정치권을 향해 우리의 입장을 전해야 할 때이다. 600여 명의 외침이 150만의 함성이 되도록 지역별로 한인사회의 힘을 결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기성  shin@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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