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언어는 눈물입니다.”
“우리의 언어는 눈물입니다.”
  • Michael Oh
  • 승인 2018.07.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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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 향린교회, 성소수자 부모들의 토크 콘서트 열어
토크 콘서트 '성소수자에게 직접 듣는다' <나성향린교회>

[미주뉴스M(LA)=마이클 오 기자] 성소수자에 대한 논쟁은 우리 가운데 던져진 뜨거운 감자이자 역린이다. 누구든 건드리면 그 열기에 휩싸여 이성적인 대화나 소통보다는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소통과 이해는 요원한 일이 되어가고, 오해와 혐오는 더욱 짙어져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7월 8일 나성향린교회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성소수자에게 직접 듣는다’는 이러한 오해와 편견으로 부터 벗어나 성소수자의 삶과 현실에 한발짝 더 다가설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성소수자 활동가이자 UCLA에서 성소수자 보건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호림 연구원의 세미나와 미주 한인 성소수자 부모들의 연대인 무지개부모모임 (Korean American Rainbow Parents, KARP) 회원들의 이야기, 그리고 UCLA에서 젠더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주희 교수의 짧은 경험담과 소감이 나누어졌다. 

또한 각 순서 사이에는 나성향린교회 중창단이 ‘내일을 위한 노래’, ‘모두가 주인되어’ 등의 곡을 통해 참된 신앙 가운데 숨쉬는 자유, 평등, 정의의 정신을 노래하여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성향린교회 담임인 곽건용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서 성소수자를 향한 현재의 오해와 갈등이 언젠가는 반드시 극복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행사가 성적지향과 관계없이 연대하고 교제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도 함께 덪붙였다. 

나성향린교회 담임 곽건용 목사 <나성향린교회>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은 일상적이고도 미시적인 차원... 폭력과 위협은 언제나 도사리는 위험이다."

1부 순서로 ‘성소수자 인권과 한국사회 (LGBTQ Human Rights & Korean Society)’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진행한 이호림 연구원은 성소수자 논의 및 논쟁에 있어 기본적인 상식과 오해, 그리고 실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젠더, 섹스, 성적지향등의 기본 개념 정리와 이와 관련된 용어와 표현들을 짚어봄으로서 성소수자 논의에 필요한 기초를 다져주었다. 

이(Yi) 연구원은 뒤이어 성소수자 이슈와 관련된 일반적인 질문과 오해를 소개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자리잡고 있는지를 지적하였다. 

특별히 성소수자 정체성은 정신질환이며 치료될수 있다는 생각과 성소수자 인권 향상이 청소년들의 동성애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식의 주장들은 과학적으로나 통계적으로 근거없는 오해이며, 그 자체로 심각한 편견과 혐오를 불러일으킬수 있다고 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편견과 혐오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삶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성소수자의 존재는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가장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으로부터도 소외되는 등, 각종 구조적 차별과 법적 불이익을 함께 받는다는 것이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은 일상적이고도 미시적인 차원에서도 다가온다. 가깝게는 가족으로부터의 소외와 불특정 다수로부터 행해지는 폭력과 위협은 언제나 도사리는 위험이다. 

이러한 전방위적 차별과 소외는 이들의 사회적 삶 뿐만 아니라 개인적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고 한다. 특별히 우울증, 자살 충동 등의 각종 정신질환의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간다고 한다. 

미국의 아시안 성소수자와 한인 성소수자의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단순히 성소수자로서의 차별 뿐만 아니라 유색인종으로서 차별과 같은 유색인종 성소수자 간의 차별 또한 겹쳐지기 때문이다. 

한인 성소수자의 경우에는 이러한 차별과 더불어 가족간의 강력한 유대의식과 보수적인 문화적 성향등의 요인으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운 상황에 옭아메이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Yi) 연구원은 전망이 마냥 어두운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하였다. 그동안 다양한 운동단체들의 노력과 희생을 통하여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태도가 변화되고 있으며, 이들의 인권과 삶에 대한 제도적 개선도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미나를 진행하는 이호림 연구원 <나성향린교회>

2부 순서에서는 무지개 부모모임 회원들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소개에 나선 무지개 부모모임 Kimi Chung은 ‘눈물이 우리의 언어입니다’라는 말로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 하였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이 모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터져나오는 눈물, 그 눈물을 바라보며 함께 나누는 위로와 치유의 눈물이다. 

‘눈물이 우리의 언어입니다’

성소수자 자녀를 잃고 난뒤 비로소 깨닫게 된 트랜스젠더 아이들의 삶과 애환에 대한 이야기, 커밍아웃 이후 함께 아이의 삶을 받아들이고 도와주면서 겪게된 이야기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모임에서 발견한 위로와 회복, 그리고 연대의 삶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Kimi Chung 무지개 부모모임 <나성향린교회>

지면 관계상 두 이야기만 짧게 소개한다. 

"이 아이들은 ...이렇게 태어난 것이었는데, 우리는 이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입니다. "
"교회는 사람을 죽일수도 있고 살릴수도 있다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조앤 (Joanne Lee)은 두 트랜스젠터 아들을 둔 엄마였다. 위스콘신 메디슨에서 오늘을 위해 날아왔다고 한다. 

“첫째의 커밍아웃 얼마 후 둘째인 스카일러도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엄마로서 아이들의 급작스런 이야기를 받아들일수 없었어요.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성소수자들을 향한 공격과 차별의 이야기들로 감당할수 없는 걱정과 혼란에 빠지게 되었어요. 

결국 스카일러를 받아들이지 못한채 시간이 흐르게 되었습니다. 친밀하고 애틋했던 관계는 점차 어색하고 냉담하게 변해갔고, 아이는 더욱 멀어져 갔어요. 

2016년 9월의 어느날 적막한 공기만 흐르던 집안에 남편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어요. 불안한 마음으로 거실에 나가보니, 오열하고 있는 남편 앞에 낯선 두사람이 서 있었어요. 형사와 검시관이란 것을 알았을 때 직감적으로 스카일러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전날 스카일러는 친구 집에 자고 오겠다며 나가기전 저를 안아주며 키스를 해주었어요. 냉담해져있던 관계였지만, 그날 스칼일러는 너무나도 따뜻했어요. 마치 ‘엄마, 난 모든걸 용서했어.”라고 말하는것 같았죠. 

하지만 저는 그런 스카일러를 끝까지 받아주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고만 있었던 겁니다. 관에 누워있는 아이를 보며 ‘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것은 무었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스카일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조앤 리 <나성향린교회>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엄마에게 한번도 화를 내거나 소리도 지르지 않았던 아이를 바라보면서 부모의 인정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스카일러가 나에게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엄마의 기독교 신앙이 자기를 걸어다니는 죄악의 덩어리로 느끼게 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자기를 창조했다는데, 인간을 사랑한다는데, 이제는 죽으라 한다고 울먹이면서 이제는 더이상 하나님을 믿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스카일러는 결코 자신의 성을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죽고 난뒤 첫째 아이에게 언제부터 자신이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3살때였다고 합니다.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신의 선택이나 타락이 아니라 이렇게 태어난 것이었는데, 우리는 이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입니다. 

이시간에도 소중한 생명을 지닌 트랜스젠더는 사회적 편견과 거부에 휩싸여 있으며 마치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취급받고 있습니다. 부정할수 없는 그들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서 그들은 불안과 우울증, 자살 충동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각종 차별과 멸시 가운데 말할수 없는 고통과 위험 가운데 내몰려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권리를 선택하고 표현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는 이들에게 충분한 관심과 보호를 해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모든 부모는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와 자유, 그리고 평등한 기회를 주기를 원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마음으로 사회의 차별과 압력으로부터 이들이 벗어날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죽고 난후 지역의 한 교회로부터 초대를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교회에는 화해위원회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이분들이 저희 가족의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해왔던 것입니다. 이제껏 그렇게 따뜻한 환대와 위로를 경험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가족처럼 울어주고 애도를 해 주었습니다.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사람을 죽일수도 있고 살릴수도 있다는 것을 이 교회를 통해 절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한주희 교수 UCLA 젠더학 <나성향린교회>

"성소수자의 삶은 일상적인 눈높이로 보아야 한다.... 그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 가운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UCLA에서 젠더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주희 교수도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 주었다. 

“엘에이에서 1.5세로 자란 자신이 고등학교 이후 커밍아웃을 하고 엘에이를 떠난지 28년이 되었다. 그동안 한인 커뮤니티 성소수자 커밍아웃이나 인권이슈로 언론사로부터 꾸준히 계속 취재가 있어왔다. 성소수자는 더이상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고, 어느날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하지만 2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다시 돌아왔지만, 한인 커뮤니티에서의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의 문제는 여전히 녹녹치 않게 느껴진다. 상황이 그리 바뀐것 같지 않다. 

대학교 졸업 후 엘에이로 돌아온적이 있다. 99년으로 기억하는데 한인 교회들이 앞장서서 동성애 특권 차별 금지법 폐지운동을 하고 서명운동을 주도하였다. 이와 같은 한인 사회의 보수성을 바라보며 수많은 한인 1.5세와 2세들이 엘에이를 떠났고, 지금도 역시 수많은 이들이 가족과 교회를 등지고 있다.

성소수자의 삶을 일상적인 눈높이로 보아야 한다. 성소수자들은 공공장소에서 화장실 가는 것조차 눈치를 보며 신경을 써야 할만큼 모든 순간이 차별과 혐오 가운데 둘러쌓여 있다. 

성소수자들이 그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 가운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눈에 보이는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소수자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좀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된다.”

성소수자 부모들의 연대를 설명하고 있는 정민숙, 존 부부 <나성향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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