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위험한가?
누가 진짜 위험한가?
  • 신기성
  • 승인 2018.10.31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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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와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난민 행렬(좌)과 피츠버그 유대인 회당 총기난사범 로버트 바우어스(우) (사진출처: NBCNews Capture)

[뉴스M=신기성 기자] 사도행전 9장에는 에베소에서의 한 소동에 관한 기사가 나온다. 에베소에서 아데미 신상을 만들어 팔던 데메드리오 라는 사람이 바울이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인 신이 아니라고 선포하고 다니자 자신의 사업에 지장을 받지 않으려고 동업자들을 선동해서 소란을 일으켰다. 이 소란 중에 에베소 사람들이 “크다 에베소 사람의 아데미여”(행 9:34) 하고 소리 지르기를 두 시간이나 했다고 하니 아데미 신에 대한 열정이 상당했던 것 같다. 아데미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으로 제우스의 딸이며 아폴로의 쌍둥이 자매이다. 달과 사냥의 여신이며 다이아나와 동일시된다.

흥미로운 것은 데메드리오의 발언이다. 그는 ‘바울이라는 자가 우리 크신 아데미를 모욕했습니다.’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이 영업이 천하여질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행 9:27)라고 한다. 그 뒤에 아데미의 신전도 무시당하게 되고 라고 했다. 바울이 아데미 신상은 신이 아니니 사지 말라고 말하고 다니니까 장사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군중을 선동하고 사람들에게 불안을 조장해서 사회 혼란을 일으킨 그는 자신의 번성한 사업에 영향이 있을까 염려했다. 우리와 그들을 분리하고,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폭력을 부추기며 자신의 사업을 지키려 했다. 신도 믿음도 진리도 아닌 자신의 “영업”이 위험에 처한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현대의 데메드리오

오늘날도 많이 보는 장면 아닌가! 백인 복음주의를 보면 은장색 데메드리오가 떠오른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그들이 지금껏 누려왔던 부와 권력뿐인 듯하다. 진리에 대한 담론, 옳고 그름의 기준도 오직 그들의 “영업”이 우선이다.

가난, 폭력, 생명의 위협을 피해 목숨을 걸고 먼 길을 걸어 온 난민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국가 위기라고 과장하며, 심지어 “침략”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들어오면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주변에도 많이 있다. 한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굶주림과 폭력에 시달리다 살길을 찾아 온 그들이 미국에 들어오면 미국은 무법천지가 될 것인가?

그들이 갱단, 폭력배, 범죄자들, 마약 중독자들이라고 하는 주장은 일반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할뿐더러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이민자 유색인 전체에 대한 적대감을 불어 넣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암묵적으로 이뤄지던 인종차별이 이제 공개적으로 그리고 훨씬 적대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백인들의 표를 얻기 위한 트럼프의 전략이 미국을 점점 더 분열과 불안의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있다.

이민자 유색인들에게 권력을 내주고 싶지 않은 백인들의 마음이 트럼프의 적대정책과 맞아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복음주의 교회들이 있다. 미국 사회를 가장 해롭게 하는 백인우월주의를 복음주의 교회들이 떠받들고 있다. 복음은 그들의 “영업”의 다른 말이 된지 오래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그들의 기득권과 특권을 누가 지켜줄 것인가 하는 것이고 신앙의 기준은 기업의 “이익의 극대화”를 따른다.

‘네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가서 네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막 10:21) 예수의 이 말씀을 본문으로 설교를 해 본적이 있을까? 영적인 해석이랍시고 그 재산은 물질이 아니라 영적인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누가 진짜 위험한가

지난 몇 일간 무법천지라고 하면 피츠버그 유대 회당에서 있었던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기 난사로 11명이 사망한 사건, 켄터키 주 루이스빌의 한 수퍼마켓에서 두 명의 흑인이 사살된 일, 트럼프 비판하는 사람들과 민주당 인사들에게 배달된 우편물 테러 등이 바로 그것이다. 모두 백인 시민권자들이 범인이다. 유대 회당 희생자 중에는 나치수용소에서 삶아 남은 94세 노인도 있다. 루이스빌에서 흑인을 살해한 범인은 흑인 교회에 들어가려다가 문이 잠겨 있어서 실패하고 대신에 근처의 수퍼마켓에 가서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폭력과 테러가 개인 차원에서 벌어지는 것이라면 국가 차원에서의 이민자 차별과 배제도 그 도가 심해지고 있다. 가족 초청 이민이 어려워질 것이라다는 전망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오늘은 이제 미국에서 태어난 비시민권 자녀들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겠다는 행정명령이 내릴 것이라는 뉴스도 나왔다. 수정헌법 제14조 위반이라는 지적이지만 대통령 행정명령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백악관 입장이라고 한다. 속지주의는 미국만 실시한다는 트럼프의 주장도 거짓이다. 캐나다 브라질 등 전 세계 30여 개국이 출생지주의를 채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익 인권변호사이자 칼럼리스트 남수경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도대체 누가 미국을 위협하고 있나?

무장은 커녕 먼 길에 지친 난민들이 위협인가 아니면 수십 정의 총을 합법적으로 소지하고 유색인종을 사냥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위협인가? 지금 국경을 향해 오고 있는 난민 중 그 누가 미국인의 털끝 하나 다치게 했는가?

우편물 폭파범이 자신의 직장 상사에게 다음과 같은 혐오 발언을 했다고 한다. 레즈비언인 그녀가 미국을 망치고 있는 흑인, 히스패닉, 유대인, 무슬림, 성소수자들과 함께 지옥에서 불에 태워질 것이라고. 그렇다. 그들이 타깃으로 하는 것은 이민자와 난민 뿐 아니라 모든 유색인종과 소수자들이다.

지금 미국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미국을 지옥으로 만들려고 하는 자들은 극우 백인우월주의자들이다. 이들을 막아야 한다. 피난처를 찾아오고 있는 난민들이 아니라.

난민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은 분명하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신 가운데 신이시며 주 가운데 주시요 크고 능하시며 두려우신 하나님이시라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아니하시며 뇌물을 받지 아니하시고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 (신명기 10:17-19)

타이틀 "누가 진짜 위험한가?"는 남수경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 "도대체 누가 미국을 위헙하고 있나"에서 빌어온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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