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아픔을 관계라는 중독으로 덮고 있다면...
마음의 아픔을 관계라는 중독으로 덮고 있다면...
  • 미쉘김
  • 승인 2018.12.07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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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유혹: 동반의존 (codependency)

“유혹”에 관한 주제들을 떠올리면 우리는 돈, 성, 파워, 죄 등의 유혹을 쉽게 생각한다.  관계의 의존성을 쉽게 유혹의 대상으로 인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관계를 통해 나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 조정하고 싶은 욕구, 참자신이 되기보다 사람들을 지나치게 맞추어 사는 관계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서로의 경계선을 존중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각자의 삶을 인정할 수 있다는 개념을 심리학에서는 “상호 존중 (interdependence) “이라고 본다. 다른 의견과 가치를 가진 개개인이 서로 친밀감을 나누기도 하고,  힘들 일을 겪을 때는 서로 돕고, 의견이 부딪히는 갈등을 경험하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인지하고 책임을 지는 참자아가 되어 가는 과정을 우리는 건강한 관계라고 한다.

반면에 “동반의존”의 관계는 서로와 서로간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에 본인이 책임감을 느끼고 과대하게 개입하는 성향을 보여준다. 동반의존은 일종의 “관계중독” 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자기 내면의 공허함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여 심정적으로 의존되어 있는 상태,  존재감을 느끼는데 타인의 인정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경우를 뜻한다. 배우자를 만날때도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 줄 수 있는 대상을 만나기 보다, 자신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에게 매력에 느껴 만나게 된다. 자신이 도와주고 걱정해주고 함께 해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 또는 배우자가 자신을 좋아하도록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하거나, 비상식적인 요구라도  바운더리 없이 들어주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결과나 인정이 오지 않을 때는 탈진하거나, 참을 수 없는 배신감, 깊은 우울함과 단절감을 경험하게 된다.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동반의존된 부모들은 자녀에게 자신의 아픔과 불안을 투사하게 되면서 자녀는 부모의 조정통제 속에 살게 되고 수치심을 가진 아이로 자라나기도 한다. 자신을 탓하기 전에 부모자신의 아픔이나 자신의 개입방식들을 들여다 보거나 자녀들 그들만의 공간 (Space) 을 존중하기가 쉽지 않다.

심리학에서 동반의존 (codependency)의 원개념은 중독자 가정 연구중 중독자의 배우자들이 느끼는 감정적 심리적 의존도 (emotional or psychological reliance on a partner)를 관찰하며 개발된 개념인데, 배우자가 현실의 직면을 도우기 보다  연민과 책임감으로 중독자를 구출하려고 하거나, 자신을 지나지게 희생시키는 양상을 묘사하는데 쓰이게 되었다. 술이나 도박, 성만이 중독의 대상이 아니라 “관계” 또한 아픔 (pain)을 커버하고 마취시키려는 중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가족치료나 중독치료에 많은 진보를 가져다 주었다.

사실 동반의존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채워지지 않는 욕구 또는 상처의 경험이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혹시 “누군가가 나를 떠나지 않을까, 버림받지 (abandonment) 않을까”에 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있다. 자신이 희생한다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스스로 느끼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으며, 마치 자신이 이러한 희생적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하고 판단받을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이 감추어져 있을 수도 있다.

우리 삶의 많은 영역, 가정, 교회, 일터에서 이러한 동반의존의 양상은 쉽게 나타난다.  희생과 봉사의 이름으로 우리의 마음의 아픔을 계속 숨기고 있다면, 우리의 마음의 아픔을 관계라는 중독으로 계속 덮고 있다면, 이제는 우리 자신에게 솔직한 대화를 시작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진정한 나의 가치는 인정, 문제해결의 성취감에서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나자신의 나를 향한 진정한 인지, 존중, 배려에서 온다. 그 가운데 하나님은 관계와 사람의 인정의 유혹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연약한 자아에게 이제는 짐을 내려놓고 쉬라고 초청하신다  (마태 11:28 “Come to me, all you who are weary and burdened, and I will give you rest.). 내면을 향한 여정이 우리가 유혹에 쓰러지지 않고 내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지킬수 있게 도와주지 않을까. 다른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내 자신이 아닌, 내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그래서 타인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이해할 수 있는…

미쉘 김 가족치료 상담사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는 지난 10년간 아동, 트라마, 애도와 상실, 우울, 부부와 가족갈등을 다루고 있는 상담전문가이다. 현재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감성지수가 높은 아이로 키우는 부모교육과 아동상담에 전문성을 가지고, 파사디나에서 내담자들의 자유과 치유를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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