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립쇼의 교훈
스트립쇼의 교훈
  • 지성수
  • 승인 2019.02.02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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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일 의원과 그가 방문했다는 스트립바 (사진: YTN 영상 갈무리)

자유당의 한 의원이 미국 여행을 가서 스트립쇼 구경을 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동네 사람들은 군대를 잘 안가니까 모르겠지만 군대를 갔다 왔을지도 모르는 신체 건강한 남자가 자기가 스트립쇼를 한 것도 스트립쇼를 본 것이 문제가 될 것이 무엇인가? 문제는 가기는 같는데 안 보았다고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생각난 스트립쇼의 추억이다. 1986년 광명시 하안동 철거민촌에서 빈민운동 하다가 너무 힘이 들어서 미국으로 도망을 갔을 때 LA에서 미국에 온 나의 목적과 방향을 알 리가 없는 고교 동창생 친구가 라이브 쇼를 하는 곳을 데려갔다. 친구는 매표소에서 입장료로 7불씩을 내고 10불짜리 지폐 2장을 1불 짜리로 바꾸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를 위해 거금을 지출한 셈이었다. 바로 코 앞의 당구대 크기의 테이블에서 난생 처음 쭉쭉빵빵한 백인 미녀들이 은밀한 부문을 드러내며 흐느적거리듯 춤을 추는 것을 보니 처음엔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이 직업이기에 스트립쇼를 보면서 명상 상태에 빠졌다. 명상이 웬만큼 도에 다달았다고 생각했을 때 친구에게 그만 나가자고 했다. 하지만 친구는 비싼 돈 주고 들어왔는데 더 앉아있자고 하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친구가 가자고 할 때까지 계속해서 바뀌는 여자들의 몸을 보는 것이 싫증이 나서 이번에는 자연히 얼굴을 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몸뚱이는 다 똑 같지만 얼굴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춤을 추는 여자마다 억지로 짓는 웃음이 아니라 정말 즐거운 표정이었다.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다리를 넓게 벌려 자신의 은밀한 부분까지 보이면서 춤을 추는 것이 어떻게 저렇게 즐거울 수 있을까? 그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도의 경지였다. 궁금하다 못해 친구에게 조용히 귓속말로 물었다.

"저 여자들 약 먹고 춤을 추는 것 아냐?"

"직업인데 어떻게 매일 같이 약을 먹고 춤을 추겠나?"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생글거릴 수가 있나?"

"내가 자네가 그걸 깨달으라고 피 같은 돈을 투자해서 여기 온 거야."

"무슨 소리야?"

"이게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돈 버는 즐거움이라는 거야."

그러고 보니 여자들은 한 차례 춤이 끝날 때마다 손님들이 좌석 앞 테이블에 놓은 지폐를 걷어서 얇은 가운 주머니에 넣고서 다음 테이블로 건너갔다. 그래서 친구가 입장을 할 때 입구에서 미리 잔돈을 바꾸어 온 것이었다.

그 곳은 비알콜성 음료만 주는 곳으로 서빙을 하는 여자들이 완전 나체로 사람들 사이를 마치 물고기가 유영하듯 미끄러져 다니는데도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가만히 손님들의 표정을 살펴보니까 나만 빼놓고는 모두들 희희낙락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친구는 원래가 웃는 표정이어서 그런대로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에 어울리는데 내 표정은 스스로 생각해도 완전 계엄령이었다. 그런데 주위를 들러보니까 테이블 건너편에 마치 영국의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 같이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는 동상 같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저런 얼굴을 하고 있으려면 여기를 왜 왔나?' 싶은 느낌이 들 만한 표정을 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정장을 하고 007 가방을 가진 품세를 보니 나와 같은 장기체류자도 아니고 바쁜 출장 길에 잠시 귀한 시간을 내서 환락가를 방문하신 한국인 같았다. 그 친구 표정을 보는 순간 내 표정이 바로 저렇지 않을까 싶어서 표정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안면근육 운동을 해보려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않았다. 억지로 웃어 보려고 애를 쓰니까 나중에는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얼굴 가죽이 근지러워졌다. 그러니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나에게는 즐거움이 아니라 고문이지 않았겠는가? 그만 나가자고 해도 본전을 뺄 양으로 늘러 붙어 있는 친구 때문에 나는 점점 깊은 명상상태로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그날 친구에게서 자본주의에 대한 참교육 받았던 것이다.

자유당 의원은 스트립쇼를 보고도 못 보았다고 하는 것을 보니 참교육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의원은 스트립쇼 참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이 있지만 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입증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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