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전 권사, 단기선교 비판하다 되레 선교사 되다
장태전 권사, 단기선교 비판하다 되레 선교사 되다
  • 김종희
  • 승인 2008.07.18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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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단기선교는 시간과 돈 낭비" 비난하다 아이들 머리 감기면서 '와르르'

와싱톤한인교회 단기선교팀에 참여한 김영봉 목사는 선교팀의 아침 경건회를 인도하면서, 며칠 전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단기선교에 관한 기사를 소개했다. 이 기사는 미국 교회에서도 갈수록 인기가 높아져가는 단기선교의 효율성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교회는 1년에 60억 달러의 어마어마한 돈을 단기선교에 투입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가서 일주일 동안 열심히 선교하고 봉사하고 돌아오는데, 그 일이 완성되든 미완이든 상관없이 되돌아온다. 어떤 경우는 여름 동안 다섯 교회 단기선교 팀이 한 곳에 와서 페인트 칠만 다섯 번을 한 경우도 있다. 현지의 필요성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계획대로만 하고 돌아오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온두라스에서 집을 하나 지어주는 데 2,000불이면 된다. 그런데 사람이 갔다 오면 비용이 2만 불 이상 든다. 이런 낭비가 어디 있는가, 대충 이런 내용이다.

김 목사는 이 기사의 비판처럼 단기선교의 무익함을 강조하는 이들이 주변에 간혹 있다고 했다. 그들은 또 해외로 나가기보다 차라리 미국 안에서 그런 사역하는 것이 낫다고 얘기한다고 했다. 물론 비용만으로 따지면 단기선교는 가치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 번의 작은 만남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김영봉 목사는 하고 있다.

▲ 지금은 시원하게 웃고 있는 장태전 선교사. 그러나 단기선교를 비판하기 위해 선교지로 떠날 때에는 잔뜩 굳은 표정이었단다. (오른쪽) 어느 날 갑자기 아흔이 넘은 노모를 자신에게 맡기고는 선교지로 떠나겠다고 선언한 남편을 말리기는커녕 잘 다녀오라고 보내더니, 지금은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며 남편을 돕고 있는 윤인숙 권사. (왼쪽)
그런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람으로 장태전 선교사를 소개했다. 장 선교사는 평소 “말도 안 통하는 곳에 가서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고 돈 낭비하는 것 아니냐”며 단기선교를 마땅치 않게 여겨왔다. 그래서 단기선교를 제대로 반대하려면 현장에 가서 좀 더 확실한 뭔가를 확인해야겠다는 부정적인 마음을 품고 몇 해 전 멕시코로 가게 되었다.

멕시코 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는데 마침 거기서 여행길에 나선 한국인 가족을 만났다. 표정이 단단히 굳어 있는 장 선교사(당시는 선교사가 아니었지만)에게 이유를 묻기에 까닭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멕시코 선교지를 갔다. 우연히도 돌아오는 공항에서 그 가족을 다시 만났다. 그 사람은 180도 달라진 장 선교사의 얼굴 표정을 보고 또 그 이유를 물었다. 선교지에서 장 선교사는 왕창 깨진 것이다.

“아이들 머리를 감기는데, 아이들 눈동자를 처음 보고는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걸 막을 도리가 없었어요. 아이들 머리에서 이가 나오니까 장갑을 끼고 머리를 감겨주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왠지 벽이 가로놓이는 것 같아서 맨손으로 머리를 감기고 아이들 목욕을 시켰어요. 근데 그냥 막 펑펑 울었어요. 그렇게 무너진 겁니다.”

장 선교사는 미국으로 돌아온 뒤 아내에게 선교지로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아내는 가고 싶으면 가라고 흔쾌히 동의했다. 그는 93세 된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외아들이다. 주위 사람들의 비난도 받았다. 어머니도 제대로 안 모시면서 무슨 선교를 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이었다. 자신이 비난했던 것이랑 똑같은 비난을 들은 셈이다.

그리고 중보기도 같은 것은 아예 안 믿었다. 하지만 선교지에서 외로움이나 어려움 느낄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노래처럼 중보기도의 힘을 경험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단다. “시간 되면 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절대 못 갑니다. 시간은 만들어서 가야 합니다.”

▲ 단기선교 사역이 끝나고 바닷가에서 휴식하고 있는 장태전 선교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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