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치아파스 익투스학교의 뜨거운 여름
멕시코 치아파스 익투스학교의 뜨거운 여름
  • 김종희
  • 승인 2008.08.10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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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일곱 명의 첫 열매 배출…자녀 잉태하듯 신입생 맞아

멕시코 치아파스 코미탄에 있는 익투스중고등학교는 남다른 여름을 보내고 있다. 2005년 8월 학교를 세운 지 꼭 3년 만에 고등학교 졸업생 7명이 배출됐다. 이시스 알바라도, 호세 카를로스, 데니스 프란시스코, 브라울리오 로페스, 아나 리시오, 빅토르 에스테반, 호세 마누엘. 이 아이들은 익투스학교가 막대한 돈과 인력과 땀을 쏟아부어 수확한 첫 열매들이다.

졸업식은 8월 5일 열렸다. 졸업생들은 8월 11일부터 23일까지 열흘 조금 넘게 미국에서 여행을 하고 있다. 여행지는 워싱턴 DC, 뉴욕, 보스턴 등 동부 지역. 이 지역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교회도 방문하고, 유명한 대학들도 가본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 국경을 벗어나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항공료부터 모든 비용을 학교에서 댔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이들이 입학할 때 이미 미국 졸업여행을 약속했다. 졸업여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중에서 성적이 뛰어난 아이들은 미국, 한국, 멕시코의 대학으로 유학을 보내고 계속 뒷받침을 해줄 작정이다.

▲ 원래 졸업 예정자는 15명가량 되었지만, 절반은 성적 미달로 이번에 졸업하지 못했다. 졸업생 일곱 명은 8월 23일까지 미국 동부 지역으로 졸업여행을 하고 있으며, 돌아와서는 다시 AP에 참여한다.
미국으로 졸업여행, 돌아오면 AP 강행군

일단 정규 과정은 졸업했지만, 이들이 학교를 아예 떠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년간이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 갈 길도 만만치 않다. 5월말 익투스고등학교 1회 졸업생의 정규 수업과 시험이 끝났다. 시험을 통과한 일곱 명은 졸업을 하고, 성적이 미달된 절반가량의 아이들은 이번에 졸업을 못했다. 졸업생들은 6월부터 진행된 AP(Advanced Program) 여름 과정에 참여했다. AP는 졸업생들에게 익투스의 정신을 집중적으로 심어주면서 동시에 지식을 더 튼튼히 쌓아주는 과정이다. 기간은 1년이다.

원래 멕시코의 중고등학교 과정은 각각 3년씩 총 6년이지만, 익투스중고등학교는 각각 2년씩 총 4년 만에 끝내는 과정을 택했다. 교과 내용이 빈약하기 때문에 6년까지 끌고 갈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정규 과정을 4년 만에 빠르게 마친 다음 1년 동안 중요 과목에 집중함과 동시에 익투스의 정신을 심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멕시코 교육 당국의 허가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 다만 아이들이 헐떡댈 뿐이다.

졸업생들은 AP에서 영어, 생물학, 토플, 에세이, 읽고 쓰기, 세계사, 수학, 영화 시청, 컴퓨터 등의 과목을 공부한다. 특히 영어는 AP를 마칠 때는 미국 대학을 들어가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정도가 되도록 세게 공부한다. 토플은 하루 2시간씩 공부하고,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신앙과 인격을 성숙시키기 위해서 성경공부를 하고, 한국인 스태프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어 일대일 멘토링을 한다. 멘토링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정직, 섬김, 사랑의 정신과 삶을 나누려고 하는 것이다. 졸업여행을 다녀온 9월부터 다시 강도 높은 AP에 참여해야 한다. AP를 통과한 다음에야 자신들의 진로에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이다. 꿈같은 여행 뒤에 악몽 같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 재학생이 신입생 부모들에게 학생들의 활동에 대한 사진들을 설명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의 정신, 정책, 프로그램, 시설에 만족했다. 멕시코 전체에서도 이 정도의 학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학교 20명·고등학교 18명, 신입생 선발

익투스학교가 남다른 여름을 맞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신입생들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3년간 쉽지 않은 노력 끝에 졸업생이 배출되었지만, 새 가족을 맞는 이들의 마음은 해산의 고통을 잊고 또 새 생명을 잉태하는 엄마의 마음과 같다.

익투스 교사들은 봄부터 여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학생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익투스학교에 대한 소문이 제법 넓게 퍼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전국에서 지원했다. 중고등학교를 합쳐서 약 200명이 응시했다. 10점 만점에 평점 9.5가 넘는 아이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나 자체 시험을 치고 인터뷰를 해서 더 걸러서 고등학교 18명, 중학교 20명을 뽑았다.

기본적으로는 성적이 뛰어난 아이들이 우선이지만, 의사가 된다고 해도 자기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겠다는 아이는 떨어뜨리고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돕겠다고 대답한 아이는 붙여주었다. 아주 깊은 산골에 사는 아이, 마음은 있지만 돈이 없어서 공부하다가 쉬기를 반복한 아이, 중학교 때까지 성적이 우수하다가 갑자기 점수가 떨어졌는데, 이유를 알고 보니 성폭행을 당해서 공부를 할 의지가 완전히 꺾인 아이, 이런 경우는 다 합격됐다.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치유되기를 기대한 것이다.

7월 초 열린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신입생 학부모들은 학교의 정신과 정책, 시설에 큰 만족을 표시했다. 멕시코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시골 치아파스에서 멕시코시티에서도 보기 힘든 규모와 시설을 갖춘 학교에 자기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은 아이들보다 더 흥분했다.

▲ 익투스고등학교 신입생이 되는 모세 네 가족. 버스를 타고 6시간이나 걸려서 왔지만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모세 아버지는 동물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 모세가 이왕이면 여기서 한국어도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심일까.
고등학교에 합격한 모세 가족은 카파툴라에서 여기까지 버스를 타고 6시간 걸려서 왔지만, 조금도 피곤하지 않다고 했다. 아버지는 “이 학교가 기독교 학교인 것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 이런 일을 하다니, 감사하기 그지없다. 우리 모세가 여기에서 한국말까지 배웠으면 좋겠다. 14살의 어린 나이에 떨어지는 것이 조금 안됐기는 하지만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학교를 믿는다”고 소감을 얘기했다.

이로써 익투스중고등학교 학생은 총 92명이 되었다. 숫자가 언제 줄어들지 모른다. 공부하는 것이 힘들다고 아이들이 도망가고, 일손이 부족하다고 부모들이 빼가는 경우가 왕왕 일어난다. 애써 길러놓았는데 순식간에 사라지는 허망감을 수시로 겪으면서도 해산의 고통과 함께 찾아오는 즐거움과 보람 때문에 계속 문을 열어놓고 있다.

▲ 익투스선교센터 스태프들이 주일 예배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뒤에 서 있는 여학생들은 이곳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ESL 교사로 참여하기 위해 미국에서 온 대학생들이다.
200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있고, 교실도 넉넉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교사 숫자도 일곱 명인데다가 10여 명의 스태프들이 옆에서 도와주고 있으니 이 역시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학교의 규모가 커지면서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젊은 교사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1년 정도 단기선교를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사람들에게는 특전(1년간 교사로 봉사할 경우 급여 월 1,000불 지불)까지 주면서 좋은 선생을 물색하고 있다.

낙심과 보람의 고갯길을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멕시코의 미래를 감당할 열매들을 길러내는 농사일에 헌신할 젊은 농사꾼들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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