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뿔났다'
'스님들이 뿔났다'
  • 이승규
  • 승인 2008.08.2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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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불교계, 8월 27일 범불교도대회 개최…현 정부의 종교 편향 정책 비판

▲ 지난 7월 1일 오후 한승수 국무총리방문이 예정된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조계종 총무원 건물 앞에서 신도들이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항의하며 방문을 저지하겠다며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 오마이뉴스)
불교계가 한국 시각으로 8월 27일 오후 2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범불교도 대회를 개최한다. 불교계는 이날 대회를 위해 스님 1만여 명과 신도 20만여 명을 동원할 계획이다. 지관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집 볼 사람 빼놓고는 다 모이자"라고 말하는 등 신자들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고, 하안거를 마친 스님들 역시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교계가 이처럼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야외 집회를 갖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현 정부에 대해서 '뿔났다'는 뜻이다. 불교계는 그동안 △종교 차별 금지법 입법 △(종교 편향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조계사 내 수배자 면책 △어청수 경찰청장을 비롯한 종교 편향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해왔다. 이날 대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할 계획이다.

지관 스님 검문검색, 불교계 분노 키워

불교계가 왜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는지 이유를 살펴보자. 불교계가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명한 이는 어청수 경찰청장. 7월 29일 조계사를 나서는 지관 스님을 경찰이 검문검색해서 불교계의 분노를 키웠다. 자신의 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그렇게까지 한 것은 평소 불교계를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지관 스님의 검문검색은 일선 경찰이 했지만, 화살은 어 청장에게 돌아갔다. 어청수 청장은 조계종 중진 스님들에게 8월 14일 '진참회'라는 불교 용어까지 써가며 참회의 편지를 보냈지만, 불교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어 청장은 6월 24일 열린 '제4회 전국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 포스터에는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와 나란히 그의 사진이 실린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범불교대회를 이틀 앞둔 8월 25일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공직자는 종교 문제와 관련해 국민 화합을 해치는 언동이나 업무 처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불교계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사과는 아니다'고 말해 불교계에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불교계의 마음을 달랠 수는 없어 보인다.

불교계의 분노 원인은 더 멀리로 거슬러가야 한다. 이미 대통령 당선자 때 인수위원회 때부터 고소영 내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킬 정도로 기독교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 출범을 같이한 청와대 수석 8명 중 4명이 개신교, 2명은 무교, 불교는 1명이었다. 개신교 4명 중 2명은 소망교회 인맥이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 역시 소망교회 출신이었다.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런 현상은 줄어들지 않았다. <주간불교>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임명된 장관급 17명 중 10명의 종교가 개신교였다. 불교계 인사는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검찰총장 등 2명이었다.

지난 4월에는 청와대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의 종교를 조사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기독교인인 김황식 감사원장 임명자는 대법관 시절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강연을 한 뒤 감사원장에 임명돼, '부적절한 환승'이라는 <한겨레>의 지적을 받았다.

지난 2004년 포항시장을 지냈던 정장식 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정 원장은 시장 재직 시절 시 예산의 1%를 포항성시화대회의 재정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점이 드러나 불교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정 원장은 지난 3월 7일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 됐다. 정 원장은 고려대를 나왔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정부 부처도 한 몫

▲ 2012년 여수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 오현섭 여수시장이 언론사에 보낸 글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는 이 글을 찾아볼 수 없다. (사진 출처 여수세계박람회 홈페이지)
정부 산하 부처도 불교계의 심기를 건드린 건 마찬가지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6월 재개통한 대중교통 정보 시스템 '알고가'에 사찰이 빠져 불교계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서울에서 큰 절인 봉은사와 조계사는 지도에서 빠진 반면, 이보다 규모가 작은 교회들은 지도에 들어가 있던 것이다. 8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만든 교육 정보 지리 서비스 학교 정보 지도에도 사찰이 빠져 있다고 <불교닷컴> 등 불교 관련 인터넷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 서비스는 보도가 나간 뒤 수정을 이유로 지금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장로 대통령의 힘을 과신한 것일까. 공직자들도 자신들의 종교 색채를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5월 1일 주대준 청와대 경호처 처장(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은 "모든 정부 부처 복음화가 나의 꿈", "청와대 인근에 선교센터를 짓는 것이 비전"이라고 말했다.

오현섭 여수시장은 <크리스천투데이>에 기고한 글에서 "세계박람회라는 하나님의 큰 선물을 받았는데, 이 박람회가 경제 박람회뿐만 아니라 복음 박람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선물을 주신 하나님께 보답하는 길은 선교의 사명이라 생각하고, 2012 복음 엑스포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주님의 복음을 증거하는 박람회'가 되도록 준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수시청 쪽은 오 시장은 스페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던 중이었고, 시청의 한 직원이 글을 써서 보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8월 21일 여수시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종교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자가 특정 종교를 찬양하는 등의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다"며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논란이 되자 이 글은 8월 21일 오전에 삭제됐다.

장로가 대통령이 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불교계로서는 심한 분노에 빠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4년 당시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을 해 불교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대선 후보로 선거 운동을 할 때 대통령의 아내 김윤옥 씨는 법흥사에서 '연화심'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러다가 개신교의 공격을 받으니까 "아내의 얼굴이 연꽃 같다고 스님이 말한 것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불교계로서는 참기 어려운 모독일 수 있다.

장경동 목사, 불교 비하 발언으로 누리꾼에 질타

▲ 뉴욕에서 집회를 한 장경동 목사. 불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불교계가 현 정부에 분노하고 있는데 마치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은 발언을 한 목사가 있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장경동 목사가 8월 8일부터 8월 11일까지 순복음뉴욕교회에서 부흥 집회를 인도하면서 불교를 조롱하는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장 목사는 8월 11일 집회 마지막 날 "내가 경동교(장경동교)를 만들면 안 되듯이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 "원불교나 통일교도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 산다", "(내가 이런 말 하면) 불교 비하한다고 하는데, 나는 바른 말을 한 것이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런 발언을 한국의 <데일리서프라이즈> 등의 인터넷 매체 등이 <미주뉴스앤조이>의 기사를 인용 보도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장경동 목사가 나오는 CBS 파워 특강 게시판에는 8월 21일부터 8월 25일 현재까지 8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비난 일색이다.

서경석 목사 역시 논란 확산에 한몫했다. 서 목사는 8월 21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오는 8월 27일 열리는 범불교대회를 언급하며 "불교계가 한 번쯤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불가피한 점도 있고, 도움이 되는 점도 있겠다"면서도 "불교계가 좀 더 성숙한 자세로 일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범불교대회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기독교가 좀 배타적인 면이 많고, 불상을 훼손하는 등 잘못한 점이 많다"면서도 "이명박 정부가 정책을 의도적으로 기독교에 편향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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