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훈 교수와 창조과학회, '창조론'으로 대립
양승훈 교수와 창조과학회, '창조론'으로 대립
  • 박지호·김종희
  • 승인 2008.09.07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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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양 교수 "오랜 지구론" 주장…창조과학회, 제명으로 응수

'양승훈' 하면 1981년 한국창조과학회를 창립하는 일을 주도했고, 과학적 방법으로 교인들에게 창조론을 가르치고 한국 교회에 확산시킨 대표적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과학사와 신학 석사 과정을 공부한 그는, 그동안 수많은 창조론 관련 논문과 기독교 세계관 관련 논문 및 에세이집을 내면서 창조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97년부터는 캐나다에서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원장을 맡아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창조과학회는 한국 교회에는 창조론 교육의 이론적 산실 같은 곳이고, 양 교수 개인에게는 20대부터 50대까지 젊은 시절을 투신했던 둥지와 같은 곳이다. 그의 표현대로 ‘자신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곳’이다. 그런 창조과학회를 양승훈 교수가 최근 탈퇴했다. 그러나 자발적 탈퇴가 아니고 강요에 의한 탈퇴였다.

▲ 창조과학회는 "양 교수의 주장이 창조과학회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창조과학회의 명예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제명이라는 초강수 둔 창조과학회, 왜?

양 교수가 몇 년 전부터 제기한 주장들이 창조과학회의 공식 입장과 확연히 다르다고 판단한 창조과학회는, 올해 8월 양승훈 교수에게 자신들의 공식 입장을 따르든지 스스로 탈퇴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명하겠다고 압박했다. 양 교수는 창조과학회를 떠나기로 했다.

창조과학회와 양승훈 교수의 결별은 한 개인이 30여 년 사역했던 보금자리를 자의든 타의든 떠나야 하는 가슴 아픈 개인사가 아니다. 세계 기독교계에서는 역사가 오래된 논쟁이 한국 기독교에서는 이제야 제대로 시작될 수 있을지 여부를 지켜보게 만드는 사건이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창조 사건’에 대한 과학 탐구와 성서 해석이 어디까지 일치하고 어디에서 충돌되는지를 정직하게 논의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를 지켜보게 만드는 사건이다.

양 교수가 주장하는 내용은 무엇이고, 이를 수용하지 않고 제명이라는 초강수를 둔 창조과학회의 입장은 무엇인가.

▲ 양 교수가 '오랜 지구론' 및 '다중격변 창조론'을 제시한 <창조와 격변>.
양 교수는 2006년 6월에 <창조와 격변>이라는 책을 냈다. 그리고 2007년부터 올해까지 3회에 걸쳐 '창조론 오픈 포럼'을 열었다. 그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일종의 '오랜 지구론' 및 '다중격변 창조론'을 제시했다.

창조과학회를 중심으로 한국 교회는 우주와 지구의 나이가 6,000년 정도 되었다는, 이른바 ‘젊은 지구론’을 믿고 있다. 하지만 양 교수는 우주와 지구의 나이가 6,000년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을 수 있다는, 이른바 ‘오랜 지구론’을 주장했다. 또 1년 미만의 대홍수(노아의 홍수)로 인해 모든 지층이 형성되었다'는 창조과학회의 핵심 주장과 정반대로, 인류가 창조되기 전(혹은 노아의 홍수 이전)에도 여러 차례 지구적 격변이 있었다는 '다중격변 창조론'을 주장했다.

창조과학회, '학회의 명예 손상시켰다'

양 교수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 창조과학회는 즉각 반박했다. 2006년 <창조와 격변>에 대해 창조과학회는 "<창조와 격변>에 대한 한국창조과학회의 입장"이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양 교수의 주장이 학회의 입장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밝혔다. 올해 1월에 열린 2차 창조론 오픈 포럼 이후에도 학회 회원 전체에 메일을 보내 양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고 학회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3차 창조론 오픈 포럼이 열렸던 지난 8월 11일, 정계헌 창조과학회 회장은 '권면의 말씀'이라는 서신을 양 교수에게 보냈다. 정 회장은 “양 교수의 주장이 창조과학회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학회를 마치 이상한 집단인 양 매도함으로써 창조과학회의 명예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제명을 원치 않는다. 학회의 입장을 다시 수용해주기 바란다. 학회와 다른 주장을 견지하면서, 포럼을 개최한다면 학회를 자진하여 탈퇴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명한 입장을 8월 31일까지 밝히지 않을 경우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정관에 따라 제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양승훈 교수, '학문적 마녀사냥이다'

하지만 양승훈 교수는 "창조 연대에 대한 본인의 주장은 신학적으로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며, 거의 모든 전문 과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이론이고, 복음주의 진영의 대부분의 구약학자들이 지지하고 있는 성경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다중격변 창조론에 대해서는 "학문 연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연구를 기초로 새로운 이론과 모델을 제시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학문적인 비판이나 반론이 아닌 비난 성명이나 신뢰하기 어려운 비학문적인 문헌으로 문제를 제기해선 안 된다"며 학회의 문제 제기 방식을 비판했다.

양 교수는 "이번 사안을 놓고 창조과학회 임원들과 수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절차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일로 창조론 운동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자유롭게 창조론운동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양승훈 교수는 "워싱턴 주에 있는 거대한 현무암 지대도 창조과학회가 주장하는 이른바 '젊은 지구론'과 대홍수설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근본주의적 성경관에 도전장 내민 양승훈 교수

양승훈 교수의 문제 제기는 단지 과학적 논쟁의 불을 지핀 것이 아니다. 한국 교회의 근본주의적 성경관에 도전장을 내민 커다란 싸움의 한 모습이다. 그는 3차 오픈 포럼에서,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는 근본주의 태도를 비판했다. 넓게 보면 한국 교회를 가리킨 것이고, 좁게 보면 문자주의에 근거해 창조론을 설파하는 창조과학회를 지목한 것이다.

그는 성경의 특정 문장이나 표현에서 구체적인 과학적 결론을 유추하려는 ‘성경=과학 교과서’ 도식을 비판했다. 그는 성경의 중심적인 메시지를 제외한 나머지 표현들에 대한 해석은 열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지구의 나이가 6,000년보다 훨씬 오래되었을 가능성, 노아 홍수 외에도 커다란 격변들이 몇 차례 있었을 가능성도 이러한 성경 해석의 폭을 넓히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다음은 <창조와 격변>에 대한 창조과학회의 공식 입장과 양승훈 교수가 창조과학회를 떠나면서 남긴 글이다.

► <창조와 격변>에 대한 한국창조과학회의 입장

2006년 8월에 출간된 양승훈 교수의 저서 <창조와 격변>은 책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하나님의 창조와 격변 두 가지 중요 내용을 이 책의 주제로 삼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론과 견해들을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책에서 제시한 여러 이론들 중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다중격변론’은 한국창조과학회가 오랫동안 주장하여왔던 노아의 대홍수에 의한 격변론과는 매우 다른 내용이어서, 회원들에게 양 교수의 주장이 학회의 입장과는 현저히 다른 위치에 있음을 알릴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양승훈 교수께서는 과거 한때 한국창조과학회 부회장도 역임하였고, 과거에 <창조론 대강좌>와 같은 창조론 관련 저서들도 집필하였기 때문에, 양승훈 교수의 저술 내용이 마치 한국창조과학회의 변화된 새로운 입장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창조과학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과 과학적 지식들을 동시에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바른 해석과 변화되는 과학 지식에 대한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합니다. 한국창조과학회는 올바른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오랫동안 하나님의 창조와 노아 홍수의 대격변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증거들을 밝혀왔습니다.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의 이론을 세울 수 있고, 주장과 해석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학회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를 때에는 그것을 분명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어,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학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창조와 격변> 책 내용 중 일부 한국창조과학회 입장과 다른 내용 요약

1. 다중격변론과 오래된 지구

- <창조와 격변> 제14장 ‘대홍수와 다중격변’ 내용 중 대홍수론에 대한 비판에서 저자는 성경의 기록으로는 전 지구적인 홍수의 증거가 압도적이지만, 지질학적인 면에서는 국부홍수론의 주장이 만만치 않으며, 방사성 연대 측정법이 재현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다중격변모델이 성경적 해석과 지질학적 해석의 딜레마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중격변모델의 가장 분명한 증거로는 지구 곳곳에서 발견된 크고 작은 운석공들이며, 지구상에 확인된 171개의 운석공들 중 지구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줄 수 있는 직경 2km 이상인 것들은 140여 개에 이르는데, 지난 4000년의 인류 역사에는 이런 흔적이 없기 때문에, 인류 역사 이전에 장구한 기간에 걸쳐서 운석 충돌들이 일어났을 것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운석 충돌과 동시에 일어난 화산 폭발이 격변을 가능하게 했고, 노아 시대 대홍수는 마지막 격변으로 신생대 홍적세 지층을 만든 홍수였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한국창조과학회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 한국창조과학회는 성경에 기록된 대로 창세기의 대홍수가 대격변을 동반한 전 지구적 홍수였을 뿐 아니라, 화석을 포함하고 있는 고생대 캄브리아기부터 신생대 홍적세에 이르기까지의 지층들 대부분을 형성하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 홍수는 성경에 기록된 바대로 짧은 기간 동안 이러한 일들을 발생시키기에 충분한 힘을 가진 대격변이었습니다. 산을 덮는 대홍수는 지금의 과학 수준으로도 가름하기 힘든 엄청난 격변이었고, 너무도 광대한 수평 퇴적층들, 수많은 잃어버린 지층들의 존재, 평탄하게 이어져있는 부정합 지층 경계면들, 장구한 세월의 흔적을 볼 수 없는 대규모 지층 구조들, 거대한 물에 의해 분류되어진 퇴적 지층 모습들, 수많은 해저 화산들, 실험실 내에서의 빠른 퇴적 지층 형성 모델 확립, 굳지 않은 상태에서 퇴적 지층들의 변형 모습들, 격변적 퇴적 모습의 지층과 화석들, 대륙들의 빠른 이동, 해수면의 급격한 변화 증거들, 진화론적 연대로 수억 년(?) 전과 동일한 모습의 수많은 동식물 화석들, 수억 수천만 년(?) 전 화석에 남아있는 DNA 조각이나 연부 조직 등등 지금까지 밝혀진 수많은 지질학적 화석학적 증거들은 성경에서 말하는 한 번의 전 지구적인 대홍수를 동반한 대격변과 더 잘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랜드캐년의 코코니노 사암층에서처럼 지층 중간에 보이는 사층리들을 이전에는 사막 모래의 퇴적으로, 그래서 풍성층으로 불렸으나 최근 물속에서 퇴적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지층 중간에 보이는 수축 균열도 건열로 불리며 대기 중에서 건조되어진 모습, 또는 한발의 증거로 생각했었지만 이것도 퇴적층에 물이 빠져나가며 수축되어지면서 생겨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한 번의 대홍수만으로도 이러한 지질학적 모습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중생대 말에 공룡들을 멸종시킨 거대한 운석 충돌이 있었고, 운석에 풍부한 이리듐이 K-T 경계면에 이리듐 층을 남겼다는 가설도, 이리듐은 화산재에도 풍부히 존재하며, 이리듐 층 이후에도 공룡의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으며, K-T 충돌 이전에 살았던 기후와 온도에 민감한 동식물들이 충돌 이후에도 계속 살아왔었다는 증거들이 계속 발견되어지면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다중격변론의 중심이 되는 운석공들의 충돌 흔적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었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으며, 운석공들에 대한 여러 가지 다른 해석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창조과학회는 수억 수천만 년의 지질 시대들은 존재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지층들은 한 번의 전 지구적인 홍수와 이어진 일련의 지질학적 사건들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지구의 연대도 매우 젊다고 보고 있습니다.

2.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 결과에 대한 해석

- <창조와 격변> 제12장 ‘과학적 연대 논쟁’ 내용 중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법에 대한 기술에서 아이소크론 연대 측정법의 원리를 통해 초기 조건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시료의 오염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K-Ar 연대 측정 방법은 초기 암석에 자원소가 전혀 존재하지 않을 때만 사용될 수 있는 측정 방법으로,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이 가정이 신뢰할 만하며, 전체적으로 방사성 연대 측정은 암석 연대를 측정하는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비교적 짧은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방사성탄소(C-14)에 의한 연대 측정 결과도 노아 홍수 이후 C-14가 증가하는 속도를 여러 가지로 가정해서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법의 정당성을 시험하였으나, 어떤 방법으로도 6000년 이상 된 탄소 연대가 나온다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 한국창조과학회는 오랫동안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 방법이 신뢰할 만한 연대를 보이고 않고 있음을 밝혀왔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 방법은 방사성 붕괴가 항상 동일했으며, 최초에 자원소가 하나도 없었고, 붕괴 전 과정 동안 모원소와 자원소의 유출입이 없었다는 가정 하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분출이 확인된 얼마 되지 않은 용암들에 대한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들이 수백 수천만 년의 연대 측정 결과들을 보였으며, K-Ar 시계의 경우 초기부터 자원소인 아르곤이 상당량 존재하는 등 문제점들이 계속 제기되어오고 있었고,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의 경우도 만약 노아 홍수 시에 깊음의 샘들이나 화산들이 터지면서 지하에 있던 C-14가 전혀 없는 CO2가 대기 중으로 유입되어졌다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가 실험실에서 매우 가속화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2005년 11월 미국 ICR에서 8년간의 연구 끝에 발표한 RATE 프로젝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가 과거 한때 엄청난 가속화가 일어났었으며, 지르콘 내에 아직도 헬륨이 풍부하게 잔류하고 있었고, 수억 년 되었다는 고대 석탄 및 다이아몬드 내에 반감기가 비교적 짧은 C-14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었으며, 같은 암석 시료에 대한 방사성 연대 측정 시계들마다 서로 다른 연대 측정 결과를 보이는 등, 오래된 지구 연대의 핵심 근거인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 방법이 매우 신뢰할 수 없는 방법임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 결과가 재현 가능하고 상호 검증이 가능한 신뢰할 만한 방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한국창조과학회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3. 아담 창조 이전 동식물들의 죽음

- <창조와 격변> 14장 ‘대홍수와 다중격변’의 내용을 보면, 고생대와 중생대 지층들 속에 들어있는 동식물들의 화석들을 해석하기 위해서 아담의 창조 이전에도 죽음이 있었을 수밖에 없다는 성경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아담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왔나니”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롬 5:12, 창 3:14-19). 만약 아담 이전에 사망이 이미 있었다면, 사망은 ‘죄의 삯’(롬 6:23)이 될 수 없으며, ‘맨 나중에 멸망 받을 원수’(고전 15:26)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모든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하는 것”(롬 8:22)과 “썩어짐의 종노릇”(롬 8:21)하는 이유는 “(피조물들의) 자기 뜻이 아니요 오직 굴복케 하시는 이로 말미암음이라”(롬 8:20)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화석 기록에는 죽음 이외에도, 질병과 기형, 기생충, 독, 암, 다른 생물체를 잡아먹음 등과 같은 모습들이 존재합니다. 전능하시고 의로우신 하나님께서 그 오랜 세월을 낭비해가며, 이유 없이 수많은 생물들을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 등 가장 비효율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이끌어오셨다고 보기 힘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를 보시고 “하나님이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 1:31)고 말씀하셨다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아담의 범죄 이전에도 사망이 있었다는 예로서 아담과 하와가 걸을 때, 미생물과 곤충들의 죽음이 있었을 것으로(휴 로스는 아담이 식물을 먹었을 때도 식물의 죽음으로 주장함) 보고 있지만, 아담과 하와가 걸었을 때 미생물들과 곤충들이 죽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피를 가지고 있는, 그리고 호흡을 하는, ‘네페쉬(nephesh)’로 불린 생물들과 구별됩니다. 그리고 먹이사슬을 통해 동물들의 죽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지만, 성경은 아담의 범죄 이전에 사람과 동물들은 채식을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 또 땅의 모든 짐승과 공중의 모든 새와 생명이 있어 땅에 기는 모든 것에게는 내가 모든 푸른 풀을 식물로 주노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창 1:29-30). 즉, 하나님은 동물들에게 푸른 풀을 식물로 주셨기 때문에 육식은 없었습니다. 또한 송곳니와 발톱과 같은 육식동물들의 모습들과 행동들은 아담의 범죄 이후에 모든 육축과 들의 모든 짐승들에게도 같이 내려진 저주(창 3:14) 또는 대홍수 이후 사람의 육식 선포 시점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며, 노아의 방주에 바른 역청(pitch)은 식물들의 송진에 숯을 가하여 가열할 때도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생물들의 유해, 즉 죽음과 상관없으며,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의 형성도 한 번의 전 지구적인 노아의 대홍수만으로도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아담 이전에 사망이 있었고 이것들이 화석 연료들을 만드시기 위한 하나님의 지혜로운 작업일 수도 있었다는 양승훈 교수의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창조과학회는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사람과 동물들의 죽음, 피흘림, 고통, 질병들은 성경이 말하고 있듯이 아담의 범죄로 말미암아 이 세상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06. 8. 31. 한국창조과학회)

양승훈 교수의 입장

첫째, 창조 연대가 오래되었을 수 있다는 주장은 신학적으로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며, 성경의 무오성을 믿는 복음주의 진영의 대부분의 구약학자들이 지지하고 있는 성경 해석입니다. 그러므로 6,000년 우주/지구 나이는 성경이 가르치는 것이고, 다른 해석들은 성경의 진리를 타협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르지 않습니다. 오랜 창조 연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자유주의자라거나 진화론과 타협한 것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일종의 ‘학문적 마녀 사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창조 연대가 오래되었을 수 있다는 주장은 신․불신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전문 과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이론입니다. 오히려 6,000년 우주/지구 연대는 근본주의 진영의 극소수 의견이며,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대를 연구하는 전문학자들이 아닙니다. 이러한 아마추어 과학 운동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고 창조과학의 진원지인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대 측정 분야에서 정상적인 연구 활동을 하면서(peer-reviewed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우주/지구 연대를 6,000년이라고 주장하는 그리스도인 과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오랜 연대의 과학적 증거가 그만큼 압도적이고 분명함을 의미합니다.

셋째, 제가 <창조와 격변>에서 제시한 다중격변 창조론은 수많은 증거들에 기초하여 세운 하나의 가설입니다. 학문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연구를 기초로 새로운 이론과 모델을 제시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입니다. 당연히 이 이론에 학문적인 비판이나 반론을 제기하는 것도 환영합니다. 하지만 그 비판이나 반론은 논문이나 그 외 학문적인 글로서, 신뢰할 수 있는 증거에 기초해서 제기되어야지, 일방적인 비난 성명이나 신뢰하기 어려운 비학문적 문헌이나 증거를 기초로 제기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중격변 창조론 역시 다른 학문 이론들처럼 명백히 반증되거나 더 나은 이론이 나오면 폐기처분할 것입니다.

넷째, 이러한 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창조론오픈포럼은 오랜 창조 연대를 주장하려는 모임이 아닙니다. 저의 개인적인 견해와는 무관하게 본 포럼은 각 분야의 복음주의 전문 과학자, 신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들을 나누자는 것이 근본 취지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적으로 복음주의 진영의 전문 신학자와 과학자들의 창조론 연구 결과들이 산더미처럼 발표되었지만 아쉽게도 한국 교회에는 극소수 근본주의 진영의 견해만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래서 건전한 여러 창조론 논의들을 균형 있게 한국 교회에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본 포럼을 시작한 것입니다. 당연히 본 포럼은 여러 창조론 운동들 중의 하나인 창조과학에 대해서도 열려 있으며, 실제로 지난 세 차례의 포럼에서 발표된 논문들 중에는 창조과학 입장을 지지하는 논문들도 있습니다.

다섯째, 본 포럼은 한국 교회가 지적인 황무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안타까운 마음 때문에 시작된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신․불신을 막론하고 전문 과학자들은 창조과학의 핵심이랄 수 있는 6,000년 우주/지구 연대와 모든 지층과 화석이 1년 미만의 대홍수로 인해 형성되었다는 단일격변설을 천동설 내지 평면 지구설과 비슷한 수준의 이론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만일 앞으로도 지금처럼 전문 학회나 학회지가 아니라 일반 성도들을 대상으로 대중적 캠페인에만 의존하는 과학 운동이 한국 교회를 휩쓴다면 한국 교회는 지적인 게토(ghetto)가 될 것이고,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는 것은 곧 ‘지적 자살’이라는 오래된 기독교에 대한 편견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도나 복음의 변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소중한 복음이 폄훼(貶毁)되고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조롱받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끝으로 저는 창조과학회를 떠나지만 창조론 운동을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이제 좀 더 자유롭게 창조론 운동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며, 함께 창조론 운동으로 젊음을 불태웠던 여러 친구들과 더 가깝게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6,000년 우주/지구 연대와 단일격변설이 왜 그렇게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는지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겠지요. 하지만 창조과학회 안에 있든지 밖에 있든지 관계없이 성령께서 오셔서 우리의 눈의 비늘을 벗기시고 성경 말씀과 창조 세계의 비밀을 밝히 깨닫게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니”(요 16:13). 우리 모두 이 약속의 말씀을 믿고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엡 4:15) 자라가기를 소원합니다. (2008. 9. 4. 양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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