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되찾는 교협 만들겠다'
'신뢰 되찾는 교협 만들겠다'
  • 이승규
  • 승인 2008.10.24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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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35대 뉴욕교협 회장 최창섭 목사…무인가 신학교 주시 뜻 비춰

▲ 최창섭 목사는 교회가 한인 사회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는 뉴욕에 있는 500여 개 한인 교회 중, 380여 개가 가입되어 있는 교회 연합체다. 뉴욕 교협은 10월 20일 정기총회를 열고, 최창섭 목사(에벤에셀선교교회)를 35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최 목사는 "책임감이 앞선다. 교계의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 목사는 "최근 교회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며 "예수 믿는 사람들이 말과 행동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인과 장애인 등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보살피는 일을 예로 들었다. 교협이 앞장서서 이런 사역을 함으로써 잃었던 신뢰를 자연스럽게 되찾겠다는 의지다.

최 목사는 목회자를 무분별하게 양산하는 주범인 무인가·불법 신학교 문제와 관련, 교협에 신학교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뉴욕목사회와 힘을 합쳐서 신학교를 통합하거나 스스로 정리하도록 권면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뉴욕 지역에서 열리는 몇몇 부흥회에 대해서도 "자정이 필요하다"면서 "교협 임시실행위원들만이라도 부흥강사를 초청할 때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 세미나 등을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10월 23일 오전 10시 베이사이드에 있는 에벤에셀선교교회에서 약 1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교협 회장에 취임하게 된 소감을 말해 달라.

책임감이 앞선다.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교협 회장 자리는 섬김과 화합, 격려, 나눔의 도구로만 사용하겠다. 이와 함께 동포 사회 기대에 부응하고, 축복의 통로가 되어 위상을 높이는 교협이 되도록 힘쓰겠다. 뉴욕에 500여 개 교회가 있지만, 100여 개 교회는 교협에 가입을 하지 않았다. 교회 담임목사를 만나 가입을 제안하겠다. 현재 한인들이 하고 있는 홈리스, 양로원, 장애인 사역에 대해 교협 차원에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도 할 생각이다.

회장 재임 기간 동안 할 중점 사역은 뭔가.

교계의 화합과 협력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 내가 교협 일을 8년 동안 했는데, 목회자끼리 생각이 달라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회원 교회 목회자와 만나는 시간을 늘릴 생각이다. 1.5세와 2세 목회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영어권 사역자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싶다. 교회와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개척교회에 물질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한인 사회에서 교협이 차지하는 위상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지금은 한인회가 한인 사회를 이끌고 있다. 이제는 교회가 중심이 돼서, 한인 사회 리더 그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서라면 한인회와도 적극 협력할 생각이다. 하지만 정치나 사회 이슈에 대해서는 중립을 지킬 생각이다.

요즘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교회가 먼저 한인 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잘하는 교회도 많은 반면에 지탄받는 교회도 있다. 그렇다 보니 교회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교협이 먼저 반듯하게 서겠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사람들이 '이래서 교협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도 절제된 언어나, 식당 등에서 이민자들을 만날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 최 목사(왼쪽)는 할렐루야 대회와 관련 감동이 있는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를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할렐루야 대회를 앞두고 회장 황동익 목사(오른쪽)와 부회장 최창섭 목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지난해 뉴욕 교계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한 목사가 불륜 사실을 고백한 일도 있고, 담임목사와 교인 간 갈등이 드러나 시끄러운 일도 있었다. 교협 차원에서 이런 사건이 터졌을 때 중재를 하거나 해결을 할 방법은 없나.

교회 분쟁의 경우 교협이 중재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기엔 교협이 힘이 없다. 또 치리권이나 재판권이 노회에 있기 때문에 교협이 끼어들 여지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어도 교협에 중재나 해결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권면하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교협이 1년 동안 치루는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 할렐루야대회 아닌가. 올해 강사로는 어떤 목사를 초청할 생각인가.

복음 중심의 목회자를 초청하고 싶다. 대부분 사람이 인원을 많이 동원하고, 헌금이 많이 들어오면 대회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접근을 하고 싶다. 메시지에 감동이 있으면 좋겠다. 부흥사 스타일의 강사는 많지만,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 말씀을 전할 수 있는 목회자는 찾기 힘들다. 이런 목회자를 강사로 선정하고 싶다.

각 교회가 부흥회를 열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강사가 전하는 말씀이 비슷하다. 헌금 많이 하면 복 받고, 목사나 교회에 대적하면 저주 받는다는 얘기다. 다른 내용을 전하는 강사를 불러올 수 없나.

부흥회는 개교회 행사기 때문에 교협 차원에서 뭐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담임목사가 부흥회를 왜 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바르다면, 강사 선정에 신중을 기할 수 있다. 많은 목회자들이 목회가 힘들고 재정이 어려우니까, 헌금 강조하고 저주하는 강사를 부르는 것 같다. 자정이 필요하긴 하다. 그래서 세미나나 모임을 통해 교협 안에 있는 목사들만이라도 부흥회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할 수 있게 도와줄 생각이다. 적어도 임시실행위원회에 참석하는 목사들만이라도 강사를 선정하는 데 신중을 기한다면,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뉴욕 지역에 신학교가 4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신학교도 있지만, 질이 낮은 신학교도 있지 않나. 교협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없나.

뉴욕목사회 부회장 시절 신학교 문제에 관여한 적이 있다. 그때 보니, 우리가 법적으로 제재할 권한이 없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건 목사회가 발간하는 간행물에서 신학교 광고 빼는 수준이었다. 그동안 권면도 많이 했다.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데, 1년 만에 목사가 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사람들이 공부를 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으려고 한다.

얼마 전 예장통합 부총회장 지용수 목사가 LA 지역에서 세미나를 인도하면서 'EM 사역은 한인 교회의 실패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민 사회에서 목회하는 목사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지용수 목사가 훌륭한 분이지만, 여기 현실과는 동떨어진 분석이다. 절대 동의할 수 없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민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어권 예배가 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체된 상태다. 무비자로 미국에 들어올 수는 있지만, 정착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인 교회는 앞으로 다문화권 사역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 사람이 당연히 한국말을 잘해야겠지만, 미국에 살면서 교회까지 그걸 강조하면 안 된다. 오히려 영어권 예배를 키워서 선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영어를 하는 아이들이 부모와 이웃을 전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현재 한인 중 1.5세와 2세 목회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내가 미국남침례대학원을 나왔는데, 한국 학생 80명 중 90% 이상이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었다. 1.5세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신천지 등 이단의 활동은 파악하고 있나.

그들이 모인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해 이단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연 적이 있다. 올해도 역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인 교회에 바라는 점이 있나.

(매우 조심스러워 하면서) 기본을 다지는 사역이 중요하다. 기도와 말씀, 구제, 선교, 말씀 공부 등에 중심을 두고 사역을 했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이 초대교회 시절부터 내려온 순수한 전통이다. 또 교회 연합도 중요하다. 모든 사역을 한 교회가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개교회가 하고 있는 사역을 교회끼리 연합해 시행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직분을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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