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지옥?,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순복음뉴욕교회 김남수 목사…'교회가 저렇게 많은데 뭐 하나'

2008-11-07     이승규

"자살하면 지옥 간다? 인간이 그렇게 말할 수 있나.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이 결정하실 문젠데. 인간이 그렇게 말하는 건 교만 아닌가. '자살 = 지옥' 논쟁이나 하고 있을 만큼 교회가 한가하지 않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새 삶을 찾을 수 있도록 교회가 노력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

김남수 목사(순복음뉴욕교회)는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등식은 율법적인 해석에만 근거한 것이라며, 교회가 이런 논쟁을 한가하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했다. 김 목사는 최근 한국에서 곰비임비 벌어지고 있는 자살 현상에 대해 "한국에 교회가 그렇게 많은데, 왜 자살한 사람은 모두 기독교인인가"라며 "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물론 자살은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긴 하다"면서도 "자살=지옥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경우 살아 있는 가족은 또 다른 상처를 받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목사 입장에서 '자살한다고 해서 반드시 지옥 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만약 이렇게 말하면 교인들이 자살을 쉽게 생각할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목회자로서의 현실적인 고민인 셈이다.

김 목사는 자살이라는 현상보다 왜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교회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상보다 원인을 중요시하자는 얘기다. 그는 자살의 원인으로 우울증과 정신질환 등을 꼽았다. 김 목사는 "많은 교회에서 우울증과 정신질환 등에 걸린 사람을 보고 '귀신 들렸다'고 말한다"며, "무조건 귀신이 들렸다고 하지 말고, 병원 치료가 필요한 사람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정말 귀신이 들린 사람이라면 열심히 기도를 하면 귀신이 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병원 치료와 기도를 같이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정신질환자 10명 중 정말 귀신 들린 경우는 1~2명에 불과하고, 3명 정도는 유전에 의해, 5명은 생활환경이나 갑작스런 충격 등으로 인해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김 목사의 분석이다. 김 목사는 "그동안 목회를 하면서 주변에서 귀신이 들렸다고 한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 받고 완쾌된 경우를 많이 봤다"며 "교회에서 꼭 목사가 아니더라도 이를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교회 교인 중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언제부턴가 미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했다. 주변에서는 모두 귀신 들렸다고 생각하고 여기저기 기도원을 찾아 다녔다. 이 사람과 상담을 해보니까 귀신 들린 게 아니더라. 병원 가서 치료 받고, 상담하고 하니까 한 달 만에 상태가 매우 좋아졌다. 그 사람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안 그러면 여럿 죽을 수 있다."

김 목사는 미국에서 목회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민 온 사람들 중에 언어나 문화의 차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다"며 "이런 사람들을 돌보는 데 교회가 좀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