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가 술을 마셔도 되나요?

성경, 금하지 않으나 전혀 다른 술을 권한다

2007-08-24     김기현

목사님들은 예수 믿기 참 쉽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괴로움을 아예 겪지 않아도 된다고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누가 목사에게 술을 권하겠습니까? 그러니 평신도들이 잘 모르는 성경(?)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성경에는 술에 관해 상반된 견해를 보입니다. 부정적인 텍스트가 있습니다. 노아는 술로 큰 낭패를 당합니다. 롯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에 호의적인 본문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첫 이적은 물이 포도주가 된 것입니다. 게다가 그분은 먹고 마시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긴다는 비판을 들었습니다. (눅 7:34)

술과 구원은 서로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성(性)과 음식을 폐하는 것은 거룩과 무관합니다. 오직 말씀과 기도로 경건에 이를 수 있습니다. 성경은 다만 일관되게 지나치게 마시지 말라고 합니다. 구약은 술을 즐기는 사람과는 더불어 사귀지 말라고 하고, 신약은 교회 일꾼으로 세우지 말라고 합니다. 지나치면 탈을 일으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옛 성현들의 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으로 술을 금하거나 마시는 행위를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보수적인 신자들은 술을 마시는 것을 정죄하고, 진보적인 이들은 자유롭게 마십니다. 성경을 인용하면서까지 금주라는 문화적 통념으로 음주를 비판하거나, 술에 대한 욕망을 미화하는 일은 성경을 욕보이는 일입니다. 그냥 마시거나 마시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용한 잣대는 사회의 문화와 교회의 전통입니다. 물론 예수님은 전통으로 하나님의 법을 폐한 것을 질타하십니다. 어떤 관습도 말씀을 대신할 수 없고, 반대로 말씀에 비추어 새로운 전통을 쌓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도 관례를 따라 안식일에 회당에 나가셨고, 치유 받은 이들에게 제사장에게 가서 몸을 보이라고 하십니다.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는 지극히 잘못되었습니다. 술로 인한 돈 낭비, 건강 상실, 가정 파괴, 술자리에서의 부적절 거래와 탈선, 죽도록 권하고 마시게 하는 등 그 폐해를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돕니다. 교회의 전통도 금하는 쪽입니다. 복음이 처음 전해지던 당시, 술과 노름의 파괴성을 보았던 선교사들과 선구자들은 술을 금했고, 이것이 교회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불신자들도 교회 다니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음주가 잘못은 아니나 건강과 가정을 지키고, 좋은 교회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주님 승천 후 있었던 일입니다.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제자들을 보고 ‘새 술’에 취했다고 사람들이 조롱합니다. 베드로는 때가 아침 아홉시인데 술에 취할 리 만무하고, 요엘 선지자가 예언한 현상이라고 답변합니다. 무슨 술이었을까요? 마실수록 가슴이 허한 술이 아니라 가슴이 차고 넘치는 술입니다. 사람을 변질시키는 술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술입니다. 한 날에 제자의 수가 3,000명이나 더하고, 복음과 물질을 나누게 만드는 그 희한한 술을 즐겨야 하겠습니다. 성경은 술을 금하지 않으나, 전혀 다른 술을 권합니다. 그 술은 성령입니다.

김기현 / 수정로침례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