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비전교회, 담임목사 청빙 광고에 임기와 급여 명시

임기는 6년에 신임 투표로 재임 가능…급여는 교인 수입 평균치

2008-08-27     박지호

“담임목사 임기는 6년입니다. 임기 후 공동의회 출석 인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연임될 수 있습니다. 담임목사 사례는 십일조 헌금을 하는 교인(가정)의 평균 수입으로 정합니다.”

   
 
  ▲ 신문에 난 남가주비전교회 청빙 공고.  
 
LA에 있는 남가주비전교회는 담임목사 청빙 광고를 내면서, 담임목사의 임기 및 급여에 대한 기준을 명시했다. 목사 임기제를 도입한 교회가 거의 없고, 간혹 담임목사의 급여 문제로 잡음이 생기는 한인 교회의 현실을 감안할 때 흥미로운 대목이다. 행여 딴 맘을 먹고 지원하려면 미리 마음을 접으라는 청빙위원회의 우회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성경적인 보수 신앙을 가지신 분”, “건전한 장로교 목사”, “교단 가입에 결격 사유가 없는 분”, “정규 신학을 이수한 분”이라는 식의 있으나마나한 모호한 조건들로 채우고 있는 다른 교회 청빙 광고와도 대조적이다.

남가주비전교회는 10년 전 평신도들이 모여서 만든 초교파 교회다.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제시한 모범 정관을 따라 교회 내규를 마련했다. 여기에 담임목사의 임기와 급여 기준을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정했다.

남가주비전교회는 십일조를 내는 가정의 평균 수입을 담임목사 급여로 책정했다. 교회마다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교회에 똑같이 적용할 순 없겠지만, 남가주비전교회 교인들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급여 책정 방식이다. 수입이 가장 많은 두 가정과 수입이 제일 적은 두 가정을 제외한 나머지 가정의 수입으로 평균치를 냈다. 그러면 매월 4,500불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대학교에 들어가는 자녀가 있거나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경우 별도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그렇다고 교인들의 헌금이 줄어든다고 해서 담임목사의 급여를 함께 삭감하는 것은 아니다.

담임목사 임기는 6년으로 정했다. 1차 임기를 마친 후 교인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교인들이 담임목사의 설교와 목회 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교인들의 의사를 반영해 담임목사를 사퇴시킬 수 있는 것이다. 공동의회 참석자 2/3 이상이 아니라 절반 이상이 동의할 경우 연임이 가능토록 해 목사가 져야 할 부담을 크게 줄였다. 절반의 동의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사역을 지속하는 것은 목회자나 교인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담임목사 후보가 결정되면 청빙위원회가 이를 교인들에게 통보하고, 공동의회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 만약 교인들의 의견이 둘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할 경우 제비뽑기로 확정하도록 했다. 두 번째 목사를 청빙할 때, 최종 선발된 두 목회자의 조건이 비슷해 교인들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었지만 제비뽑기로 결정해 청빙 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한 적이 있다.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목회자’라는 기준을 포함한 것은 목회자의 체류 신분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교회가 담임목사의 영주권을 스폰서해주면 목회자가 교인들 눈치를 보게 되고 서로 관계가 부자연스러워진다는 이유에서다. 또 신분 문제로 해외를 나가지 못하면 선교 사역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담임목사가 자연스럽게 선교 사역에서 소외된다는 점도 감안했다.

사모에 대한 이력이나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과 전임 혹은 현 사역지에서의 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목회자의 인성을 가늠하려는 의도다. 목회자이기 전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모습은 어떤지, 이전 교회에서의 평가나 교인들과 관계는 어땠는지 확인해보려는 것이다.

청빙위원회가 광고에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가급적이면 이민 교회에서 사역 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했다. 한국에서 온 목사들의 경우는 이민 교회 교인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엄연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청빙위원회 중 한 명인 안 모 집사는 “화려한 학력을 가지고 유창한 설교를 하는 목회자가 아니라, 상식을 지키는 건강한 인격을 가진 목회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안 집사는 이번 일로 ‘불경스럽다’는 비판도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어디 감히 담임목사님의 급여와 임기를 거론하느냐’는 거다. 그리고 ‘그런 조건을 내걸면 어떤 목회자가 지원하겠느냐’며 따지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 집사는 “신문에 광고를 낸 이유는 많이 지원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에 동의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말라는 의미가 강하다. 많이 신청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명이 지원하더라도 와야 할 목회자가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