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로교의 '벨하신앙고백' 채택이 남긴 의미

다문화 사회 적응을 위한 주류 교단의 분투

2010-07-08     김성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기독교인들이 백인에 의해 자행된 인종 차별을 극복하면서 써내려간 '벨하신앙고백'이 미국장로교 신앙고백서에 추가된다. 미국장로교는 미네아폴리스 시에서 열린 교단 총회를 통해 이 안건을 전체 대의원 77%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교단 소속 각 노회는 앞으로 1년 안에 총회의 제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며 3분의 2 이상의 노회가 찬성하면 벨하신앙고백은 정식으로 교단 신앙 고백서에 등재된다. 미국장로교단이 마지막 신앙고백을 받아들인 것은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이 한창이던 1967년 작성한 Confession of 1967(C67) 이후 30년 만이다.

인종차별과 탄압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의 절규

로리 휴 목사(롱아일랜드 노회)는 "나는 인디언이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도 인종 차별과 탄압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지금도 미국과 전 세계에는 인종차별과 탄압으로 인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벨하신앙고백을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의와 화해와 화합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때"라며 벨하신앙고백을 미국장로교의 신앙 고백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다.

벨하신앙고백을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백인 남성 참석자들은 성경 주석의 인쇄 버전이 없다는 이유로 통과를 2년 미루자는 수정안을 냈지만 부결됐다. 데이빗 탐린슨 교수(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는 "기저에는 이런 식으로 외부 문화의 유입이 용인 된다면 동성애자에 대한 안수까지 통과시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벨하신앙고백의 통과를 반대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수잔 로 목사(스테이트 캐피탈 노회)는 벨하신앙고백 통과에 찬성 의견을 내면서 "아직 아프리카 대륙에서 만들어진 신앙 고백이 우리에겐 없다. 벨하신앙고백이 들어옴으로 인해 우리 교회에 찾아오는 흑인들에게 함께 고민해볼 주제를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20세기 3개의 신앙고백서 추가 돼

총회장에서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대의원은 없었다. 이어진 투표에서 벨하신앙고백을 미국장로교단 신앙 고백서에 포함시킬 것에 대한 투표는 찬성 530, 반대 150, 기권 3으로 통과됐다.

미국장로교단 신앙고백서는 니케아신앙고백서부터 시작해 하이델베르그교리문답까지 개신교의 근간이 되는 신앙 고백을 담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나찌 치하의 독일기독교인들이 작성한 바르멘신학선언, 1967년신앙고백, 미국장로교회간추린신앙고백의 3개가 추가된 바 있다.

다음은 북미 개혁 교회가 한국어로 옮긴 벨하신앙고백 전문이다.

벨하신앙고백

1. 우리는 세상의 시작으로부터 끝까지 말씀과 성령으로 교회를 모으시고, 보호하시고, 돌보시는 성부, 성자, 성령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다.
2. 우리는 모든 인류로부터 구속을 받은 성도들의 공동체인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인 기독교회를 믿는다.

우리는 믿는다.
- 그리스도의 화목케 하시는 사역은 하나님과 화목하고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 화목한 성도들의 공동체인 교회에 나타나야 한다.(엡 2:11-22)
- 그러므로 연합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에 주시는 선물이자 의무이다. 연합하도록 묶는 힘은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지지만, 동시에 현실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나님의 백성이 성실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엡 4:1-16)
- 이 연합은 명백히 드러나서, 민족과 집단 간의 분리와, 증오와, 미움은 이미 그리스도께서 정복하신 죄라는 것과 따라서 이러한 연합을 해치는 어떠한 것도 교회에서 용인되지 않고 배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세상으로 하여금 알게 해야 한다.(요 17:20-23)
- 하나님의 백성이 누리는 이 연합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함께 공동체 삶을 경험하고, 실천하고, 추구하는 여러 방면에 적극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유익이 되고 축복이 되도록 우리 자신을 기꺼이 그리고 기쁘게 헌신할 책임이 있다. 우리는 같은 신앙과 같은 소명을 가지고, 한 뜻과 한 마음이 되어, 동일한 성령으로 충만하여 동일한 세례를 받아 한 분이신 성부 하나님을 섬긴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떡과 잔을 먹고 마시며, 같은 주님을 고백하고 순종하여, 동일한 소망을 가지고 동일한 목적을 위해서 노력한다. 우리는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의 높이와 넓이와 깊이를 알아가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모습으로 자라감으로 새로운 인류를 이룬다.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인식하고 분담하여, 우리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를 세워주며, 서로에게 권면하고 위로하는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한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공의를 위해서 서로 고통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서 기도하며, 이 연합을 해치는 모든 것들에 대항하면서 이 세상에서 함께 하나님을 섬긴다.(빌 2:1-5; 고전12:4-31; 요 13:1-17; 고전 1:10-13; 엡 4:1-6; 엡 3:14-20; 고전 10:16-17; 고전 11:17-34; 갈 6:2; 고후 1:3-4)
- 이 연합은 억압이 아닌 자유 안에서만 성취될 수 있다. 성령의 다양한 은사와 기회, 배경, 신념, 그리고 언어와 문화의 다양함은 화목케 하시는 그리스도의 축복이며, 한 하나님의 백성들이 서로 섬기고 풍성함을 누리는 기회가 된다.(롬 12:3-8; 고전 12:1-11; 엡 4:7-13; 갈 3:27-28; 약 2:1-13)
-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참다운 신앙이 이 교회의 성도가 되는 유일한 조건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의 교리를 반대한다.
- 자연적인 다양성이나 사람들 사이의 죄악 된 분열을 절대화하여 현실 교회의 적극적인 연합을 방해하고 파괴하거나 또는 교회분열을 조장하는 교리를 거부한다.
- 동일한 신앙을 고백하는 성도들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사실상 서로를 소외시키고 화해를 포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적으로는 평화의 줄로 참된 연합이 유지되고 있다는 고백을 반대한다.
- 참으로 귀중한 선물인 이 가시적인 연합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거부하는 것이 죄라는 것을 부정하는 교리를 반대한다.
- 명백하게 또는 은연 중에라도, 사회 전통이나 다른 어떠한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요소가 교회의 성도의 자격을 규정한다는 교리를 거부한다.

3. 우리는 믿는다.
-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의 메시지를 교회에 맡기셨다. 교회는 이 땅의 소금이고 이 세상의 빛이며, 교회는 화평케 하는 사역으로 복되다 일컫는다. 교회는 그 말씀과 행동으로 공의가 가득한 새 하늘과 새 땅을 증거한다.(고후 5:17-21; 마 5:13-16; 마 5:9 벧후 3:13; 계 21-22)
- 하나님께서 생명을 주시는 말씀과 성령으로 죄와 사망의 권세를 정복하셨기 때문에, 불화와 미움, 갈등과 반목의 기운도 정복되었다.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여금 사회와 세상에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여는 순종의 새 삶을 살게 한다. (엡 4:17–:6:23; 롬 6; 골 1:9-14; 골 2:13-19 골 3:1–14:6)
- 아무리 기독교를 표방하는 지역이라 할지라도 인종적 편견으로 구조적 분리를 조장하고 소외와 미움과 반목을 고착시키려는 곳에서는 이 진리의 신뢰성은 크게 훼손되고 유익한 사역은 방해받는다.
- 비록 복음을 표방하지만 강제적인 분리를 합법화하려는 어떠한 가르침이나, 순종과 화해의 길로 나아가지 않고 오히려 편견과 두려움, 이기심과 불신 때문에 복음의 화목케 하는 능력을 부인하는 모든 가르침은 잘못된 사상이나 거짓 교리로 여겨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거부한다.
- 우리는 복음의 이름이나 또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명분아래 인종과 피부색의 차이에 따른 강제 분리를 찬성하여, 결과적으로 그리스도의 화목의 사역과 화목된 삶을 방해하고 약화시키는 모든 교리를 거부한다.

4. 우리는 믿는다.
-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공의와 진정한 평화를 추구하는 분으로 나타내신다.
- 하나님은 불의와 반목이 가득한 세상에서 특별한 방법으로 궁핍하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의 하나님이 되신다.
- 하나님께서는 교회로 하여금 자신을 따라서 억눌린 자에게 공의를 그리고 배고픈 자에게 식량을 주기를 원하신다.
- 하나님께서는 갇힌 자를 풀어주시고 눈먼 자의 시력을 회복시키신다.
- 하나님께서는 학대받는 자들을 도우시고, 나그네를 보호하시며, 고아와 과부들을 도우시며, 불의한 자의 길을 막으신다.
- 하나님께 있어서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종교는 고통 가운데 있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것이다.
- 하나님은 교회가 선한 일을 행하고 공의를 추구하도록 가르치신다.(신 32:4; 눅 2:14; 요 14:27; 엡 2:14; 사 1:16-17; 약 1:27; 약 5:1-6; 눅 1:46-55; 눅 6:20-26; 눅 7:22; 눅 16:19-31; 시 146; 눅 4:16-19 롬 6:13-18; 암 5)
- 그러므로 교회는 사람들이 어떠한 곤경이나 어려움에 처해 있든지 그들 편에 서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여 공의가 물같이 정의가 하수처럼 흐르도록, 교회는 어떠한 형태의 불의에도 반대하고 저항하여야 한다.
- 하나님께 속한 교회는 주님이 서신 곳에 서야 하며, 특별히 불의에 반대하고 부당하게 대우받는 자들과 함께 하여야 한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는 이기적으로 자기 이익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고 해를 끼치는 모든 권력과 기득권을 가진 자들에 반대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의를 정당화하는 어떠한 사상이나 그러한 사상에 복음의 이름으로 저항하기를 주저하는 모든 교리를 거부한다.

5. 우리는 믿는다.
- 홀로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교회는, 이것이 비록 정부와 인간의 법에 반하고 때로는 처벌과 고통이 수반된다 할지라도, 이상의 교리를 고백하고 실천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엡 4:15-16; 행 5:29-33; 벧전 2:18-25; 벧전 3:15-18).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오직 한분이신 하나님,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세세토록 존귀와 영광이 있을지어다.